건강기능식품 연구·제조사 휴럼 김봉균 전무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설날, 추석, 어버이날 등 기념일이 다가올 때마다 늘 고민이 깊어진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시댁·처가댁 등 어른들께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할지 인터넷 쇼핑몰을 한참 들락거린다. 가장 무난한 선물로는 한우, 홍삼, 과일이 꼽힌다. 날짜가 임박해 오면 더 이상 고민할 여유가 없다. ‘홍삼’을 검색하곤 가장 위에 뜨는 선물 세트로 빠르게 결제한다.
홍삼이 무난한 선물이 된 이유는 오랜 세월 덕분이다. 1610년에 편찬된 동의보감에서는 ‘인삼은 독이 없어 장기간 복용해도 해가 없으며 불로장생에 도움을 주는 상약의 대표적인 약’이라고 쓰고 있다. 더불어 ‘주로 기허(생리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치료하는 중요한 보기약(補氣藥)으로 쓴다’며 활용법까지 밝히고 있다.
홍삼의 인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번지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건강기능식품 중 수출액 1위는 553억원의 ‘홍삼’이었다. 네이처 가든의 홍삼 브랜드 정원삼은 미국 아마존, 일본 큐텐, 싱가포르 쇼피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고려홍삼정 365 스틱은 50포에 3만8900원, 침향보력단은 100환에 3만9900원에 파니 개당 각각 780원, 400원 꼴이다. 정원삼 브랜드를 총괄 지휘하는 휴럼 김봉균 전무(55)를 만나 무난한 선물 ‘홍삼’의 무난하지 않은 탄생기를 들었다.
◇6년근 홍삼으로만 만드는 건강기능식품
네이처가든에는 정원삼, 가희담 등의 홍삼 브랜드가 있다. 6년근 고려홍삼을 이용해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었다. 홍삼은 말리지 않은 인삼을 증기 등으로 쪄 익히고 건조한 것을 말한다. 홍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5가지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소판 응집 억제, 기억력 개선, 항산화, 갱년기 관련 증상 개선 등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홍삼은 생물학적 특성상 6년근이 영양 성분이 가장 극대화되는 시점이다. 4년을 넘어 6년이 되기까지 오랜 정성은 물론 까다로운 재배 기술이 필요하다. 정원삼은 홍삼에 다양한 부원료를 배합해 남녀노소가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병으로 홍삼과 비타민·미네랄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홍삼 이뮨 부스터’, 짜 먹는 스타일의 ‘고려홍삼정 채움스틱’ 등이 있다.
◇사원에서 전무까지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1985년 고등학교를 졸업해 보니 이미 집 안에 대학생이 3명이나 있었어요. 집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면서 5년 정도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만의 전문 영역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늦게 대학교 진학을 결심했죠.”
충청대 품질관리학과를 시작으로 충주대 식품공학과 학사·석사 졸업 후 충북대 식품공학을 전공해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부한 내용을 발판 삼아 식품 제조 기업 건우에프피에 입사했습니다. 입사 이후에도 학업과 일을 병행했어요. 원료 소재를 개발·제조하는 일을 맡았어요. 가장 히트한 개발 원료는 복숭아 아이스티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원료로 개발해 ‘담터’에 납품했죠. 10년 만에 연 매출 규모가 3억~4억원에서 40억~50억원 규모로 훌쩍 뛰었습니다.”
거래처 중 한 곳이었던 KT&G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정확히는 KT&G의 사내벤처였던 휴럼에서 절 필요로 했습니다. 뮤신(세포조직 표면의 보호 작용을 돕는 물질) 분비를 촉진하는 특허 물질을 만든 상황에서 이를 원료화하기 위한 연구원이 필요했던 거였죠. 생산 팀장 겸 부장으로 이직해 특허 물질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휴럼은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분사했다. 특허 물질을 활용해 장기능개선식품 ‘뮤뮤’를 출시했다. “2016년 휴럼은 후스타일과 인수·합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마케팅에 강점이 있던 후스타일과 제조·R&D에 전문성이 있던 휴럼이 힘을 합쳐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죠.”
몇 차례의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그 중엔 건강식품 전문 기업 ‘네이처가든’도 있었다. “KT&G 휴럼(전 한국담배인삼공사) 시절부터 홍삼은 늘 익숙하게 다루던 소재였어요. 홍삼 전문 브랜드 ‘정원삼’을 수년간 운영해 온 네이처가든의 사업 분야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 확신했죠.”
◇홍삼의 시작과 끝을 함께
1. 유통 구조 개선으로 가격 경쟁력 확보
네이처가든이 홍삼 전문 브랜드 정원삼을 키워온 전략의 핵심은 ‘유통구조 개선’이었다. “홍삼 원료사인 ‘대동고려삼’과 MOU를 맺었다고 하더군요. 인삼 농가와도 계약재배를 하면서 수삼 채당 가격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가령 채당 3만원 하는 수삼을 2만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원가를 절감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략은 먹혔다. 비슷한 함량과 구성의 타제품 대비 30~40%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정원삼 연구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홍삼의 대중화’입니다. 가격이 내려가면서 젊은 층에게도 호응을 얻었어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인식을 뛰어넘어서 기력 보충이 필요한 젊은 세대도 일상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 되길 바라요.”
2. 삼이 좋아야 홍삼도 좋다
홍삼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삼’이다. “4년 넘게 땅속에 있으면서 습기를 과하게 머금으면 바이러스에 의해 썩음병에 쉽게 걸립니다. 업계 사람들끼리는 ‘황찐다’고도 표현하죠. 누런 기 없이 하얀 인삼을 구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둘째는 가공이죠. 섬유질이 잘 보존되도록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찐 다음 자연채광으로 말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단계를 거치면서 인삼에 없는 Rh2, Rs1, Rs4 등 다른 유효 성분이 생성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홍삼에서 핵심 성분인 진세노사이드(인삼에 있는 사포닌)를 우려낸다. “최종 제품의 종류에 따라 추출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떠먹는 홍삼 제품은 쓴맛이 적고 순해야 하기 때문에 물을 이용해 추출하는데요. 추출물을 한 번 더 가공한 식품을 만들 때는 발효 주정을 이용합니다. 쓴맛이 더 강하더라도 유효성분인 진세노사이드를 더 많이 추출하기 위해서죠.”
3. 홍삼이라는 정체성에 부원료라는 색을 입히다
홍삼에 곁들일 부원료를 다양화하기 위해 논문을 찾고 또 찾았다. “한국식품공학연구원 등 주요 기관에서 연구한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게 일상입니다. 여러 논문에서 기관지, 소화기관, 관절 등에 좋다고 확인된 성분을 찾으면 홍삼과 배합해 보는 거죠. 다만 홍삼은 한 포에 2.5㎎ 이상 들어가야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표시할 수 있으니 이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정체성은 ‘홍삼’이어야 한다는 뜻이죠.”
그간 출시한 제품 중 가장 개발에 깊게 관여한 제품은 ‘고려홍삼정 365 100포’다. “같은 제품명이라도 정기적으로 제품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고 있는데요. 경쟁사에서 정원삼의 ‘고려홍삼정 365′를 겨냥한 저가형 제품을 계속 내놓더군요. 시장을 방어하겠다고 원료를 아끼는 선택을 했다가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진세노사이드 함량 7㎎을 유지하되 한약재 식물혼합추출물을 더해 차별화했어요.”
4. 단골은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마라
소비자는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 “전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정원삼을 판매하던 사원에게서 뜻밖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정기적으로 우리 제품을 사드시던 70대 할머니가 발길을 끊었다며 단골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토로하더군요. 마침 고객의 연락처를 받아뒀다기에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녀분이 더 유명한 타사 제품을 추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우리 제품에는 유효 성분이 똑같이, 혹은 더 많이 들어있지만 더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설득한 끝에 다시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바벨보다 무거운 전무의 책임감
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다. 건강 관리에 관심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가벼운 산책부터 근력 운동까지 빠짐없이 챙기고 있습니다. 30㎏짜리 바벨로 벤치 프레스 30개씩 3세트 정도는 거뜬히 합니다. 주말엔 아내와 10㎞ 정도 트래킹을 하거나 등산하고요. 또 하나 챙기는 건 홍삼 스틱이죠. 매일 하루 한 포씩 챙겨 먹은 이후로 감기 등 잔병치레가 싹 사라졌어요.”
충북 청주시 오송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신공장을 증축하고 있습니다. 자체 생산라인을 더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에요. 우리가 개발한 제품의 제조를 다른 곳에 맡기면 기술 유출의 우려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이죠. 신제품을 출시할 때도 유리합니다. 시장 변화에 따라 빠르게 테스트하고 바로 생산까지 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나 장점이 분명하지만, 150억원이 투자된 프로젝트라 그런지 어깨가 무겁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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