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탈모 정복하면 노벨상? 제가 한 번 받아보겠습니다"

더 비비드 2024. 7. 16. 09:25
탈모의 근본 문제 개선하겠다는 스타트업 콘스탄트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정근식 콘스탄트 대표. 탈모 컨시어지 서비스 ‘리필드’를 개발, 운영한다. /더비비드

탈모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탈모는 난제다. 탈모 시장은 ‘카더라’ 정보가 난무하는, 불신으로 얼룩진 시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탈모기능성 화장품도 존재하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경험하는 데까지 오래 걸려 지레 포기해버리는 이도 적잖다.

스타트업 콘스탄트의 정근식 대표(35)는 탈모를 치료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봤다. 한시적인 처방이 아니라 꾸준한 습관에 탈모 문제 개선의 열쇠가 있다고 본 것이다. 탈모 컨시어지 서비스 ‘리필드’를 개발한 계기다. 그를 만나 단 한 올의 머리카락까지 사수하는 법을 들었다.

◇성공적이었던 첫 창업

문제 푸는 걸 좋아한다. 창업이 꿈이자 적성이다.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사회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그 뜻을 이루기 고려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전역 후 고려대, 연세대 연합 창업동아리 인사이더스를 설립했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교류하며 창업 발판을 마련했다.

연세대, 고려대 연합창업학회 인사이더스에서 활동할 때 모습. /정근식 대표 제공

- 이번이 첫 창업인가요.

“아닙니다. 2013년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바른생각’의 운영사 컨비니언스를 공동창업했어요. 시작은 성(性)에 대한 편견을 바꾸기 위함이었습니다. 높은 낙태율과 낮은 피임율 같은 지표가 잘못된 성교육에 있다고 전제하고, 가장 관련 있는 제품인 콘돔을 출시했죠. 수익금의 10%는 성과 관련된 일로 고통받고 있는 약자에게 기부했습니다.”

바른생각은 사람들이 콘돔을 떠올릴 때 부끄러운 생각이 아닌 바른생각을 해야한다는 취지로 이름 지어졌다. 콘돔 사용을 늘려 미혼모를 줄이겠다는 취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일본 제품 위주였던 콘돔 시장에서 바른생각은 점유율과 매출액 1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 바른생각은 유명한 브랜드 아닌가요.

“점차 저희 활동을 흥미롭게 보고, 응원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났어요. 훌륭한 공동 창업자들을 만났기에 가능한 성과였어요. 첫 창업 때 유의미한 결과를 거둘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성장의 계기가 됐어요.”

정근식 대표가 직접 찍은 본인의 탈모 변화 사진. /정근식 대표 제공

- 왜 잘 성장한 브랜드를 두고 또 창업을 택했나요.

“어느 날부터 그에게 말 못할 고민이 컸어요. 부쩍 이마가 넓어지기 시작했거든요. M자 탈모였어요. 한의학과 서양의학 등 좋다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차도가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어요. 어떤 길이 내게 맞는 건지 알아보려 해도 정보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죠. 소위 카더라식 속설이 만연하는 정보비대칭이 심했거든요. 바른생각이 속한 섹슈얼 웰니스 시장과 속성이 유사해 보였어요. 첫 창업 경험을 유사 시장에서 풀어볼 수 있겠다 싶었죠.”

◇체중관리 하듯이 두피 관리하세요

정 대표는 탈모 시장을 관리와 뷰티 시장으로 정의했다. 피부관리나 다이어트처럼 꾸준한 관리로 두피의 노화를 늦추고, 탈모 개선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관건은 동기부여 장치를 마련하는 것. 아무리 좋은 관리 제품이 있어도 소비자가 효능을 느끼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관리로 인한 변화를 직관적으로 알려줄 매개가 필요했다. 두피 상태를 진단하고 컨설팅, 실천까지 포괄하는 컨시어지 서비스 ‘리필드’의 탄생 배경이다.

- 탈모 컨시어지 서비스의 구성이 궁금합니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크게 진단축과 서비스축으로 나뉩니다. 펜처럼 생긴 두피 스캐너를 두피에 대면 머리카락의 개수와 두께, 두피 유형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3가지 요소를 결합해 성별, 연령 대비 위험도와 특별히 주의를 요하는 부위 등의 정보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려주죠. 서비스 축을 이루는 건 헤어케어 제품입니다. 에센스 타입의 탈모증상 완화 헤어토닉을 출시했어요. 진단 결과를 토대로 이 제품으로 관리하도록 유도합니다.

- 컨시어지 서비스의 이점은 뭘까요.​

“다이어터들이 인바디로 체성분을 분석하며 의지를 다지듯 두피 스캐너로 두피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면 동기부여가 돼요. 내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내자가 생긴 셈이니까요. 변화가 보이면 공들인만큼 좋아졌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으니 선순환을 창출할 수 있죠.”

탈모 진단, 케어 애플리케이션 '리필드' 소개 화면. /정근식 대표 제공

- 소비자들이 컨시어지라는 생소한 서비스를 받아들이던가요.

“탈모 시장에 대한 불신을 단기간에 불식시키는 건 쉽지 않았어요. ‘우리가 관리해줄게, 잘 따르기만 해’ 이런 식으로 접근해도 회의적인 시선만 돌아왔죠. 특히 남성 소비자를 설득하는 게 어려웠어요. 탈모약이라는 간편한 대체재가 있으니까요. 꾸준히 관리할 유인이 없었던 거죠.”

- 난감했겠어요.

“출구전략은 여성 소비자에게 있었습니다. 호르몬의 영향 이유로 여성분들은 탈모약을 복용할 수 없어요. 피부에 닿아서도 안되죠. 탈모 문제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데다 스스로 관리하는 습관이 형성된 소비자층이라 여성 분들을 타깃으로 하면 원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판단했어요. 예상은 적중했어요. 리필드 이용자의 70%가 여성이에요. 그 중에서도 산후 탈모를 겪은 여성분들이 저희 서비스의 가장 큰 팬층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30년 경력 탈모 전문의 영입한 이유

탈모 증상을 완화하는 리필드 제품 일부. /정근식 대표 제공

리필드의 수익 구조는 크게 구독료와 제품 판매비로 나뉜다. 탈모 관리 제품 3종 구독 구매 시 두피 스캐너를 무료 제공한다. 사용량 기준은 6주다. 이 시간이 지난 후 고민 부위의 모발이 두꺼워졌는지, 잔머리가 났는지 등을 자가 진단하도록 한다. 스스로 확인하는 게 힘들면 전문 상담원이 데이터를 대신 분석하고,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에 대한 조언을 한다.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간 이렇게 관리하면 변화를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개별 제품 구매도 가능하다. 단품 구매 시 스캐너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제품의 종류와 두피 유형별로 총 7가지 제품을 보유 중이다.

- 탈모 개선 제품의 출발점이 궁금해요.

“서울대 의대 출신의 양미경 박사를 공동창업자로 모셨습니다. 양 박사는 30년간 탈모 치료만 전문으로 한 탈모 전문가인데요. 15년의 연구 끝에 두피 세포에 닿으면 발모 촉진 신호를 제어하는 특정 성분을 발견한 분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특허 등록까지 완료한 성분이죠. 양 박사는 이 성분을 환자에게 적용해 효능을 확인하고 있었는데요. 병원에서만 사용하지 말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제품화하자고 설득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성분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어요. 이 성분을 토대로 헤어토닉을 개발한 겁니다.”

정근식 대표와 콘스탄트 임직원. (왼쪽부터) 이재훈 공동창업자,정근식 대표, 이근영 이사, 고상현 이사. /정근식 대표 제공

- 소비자와 있었던 인상깊었던 일화 들려주세요.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인분에게 최근에 메일을 받았어요. 머리가 너무 많이 빠져서 고민이었는데, 저희 제품 사용 후 머리 빠짐이 드라마틱하게 줄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헤어토닉을 몽골에 유통하고 싶다고, 본인에게 총판권을 달라고 제안했어요. 제품이 좋다는 피드백은 많이 받았지만 이런 피드백은 처음이라 신선하고 인상깊었어요. 진성 팬들의 반응도 꼭 소개하고 싶어요. 저희 매출의 80%는 20~30%의 팬으로부터 발생하는데요. 그 중 한 분이 매일 댓글을 달아요. 살아있는 동안 리필드가 절대로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이 제품 말고는 대안이 없으니 제발 생존해달라고요. 그 분의 댓글을 볼 때마다 힘이 됩니다.”

◇탈모인들이 꼭 알아야 하는 잔혹한 진실​

(위에서부터) 정 대표가 두피 스캐너로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리필리 앱에서 나타난 두피 확대 모습. /더비비드

우수한 제품과 행동을 자극하는 서비스의 조합에 3만명의 소비자가 반응했다. 컨시어지 서비스도 인기지만 제품 판매도 잘 된다. 헤어토닉의 경우 2023년 올리브영과 네이버쇼핑 헤어케어 분야에서 1위를 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작년 기준으로 매출 12억원을 기록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탈모라는 난제에 신선하게 접근한 덕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장관상을, 신용보증기금의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4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 본선에 진출했다. 두피 관리 제품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동기를 잘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소비재와 서비스 모두 아우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모두 팀원들 덕입니다. 공동창업자, 최고기술책임자, 마케팅 리더 등 초창기 멤버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은 분들입니다. 양미경 박사는 탈모 치료 1세대 의사로, 유명인사들을 오랜 기간 치료한 명의로 이름을 날렸죠. 개성과 자신의 영역이 뚜렷한 사람들을 모아놓고도 순항한 비결은 자율성에 있습니다. 저는 회사의 비전과 당면한 과제만 제공하고 문제 해결책은 알아서 찾게 합니다. 저 역시 스스로 해결책 찾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한 덕에 리필드를 무사히 론칭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4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 본선에 진출했을 때 모습. /정근식 대표 제공

- 앞으로의 목표는요.

“탈모 카테고리의 슈퍼 앱이 되고 싶어요. 탈모는 단 하나의 솔루션으로 치유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 일종의 여러 변수가 맞물린 만성 질환입니다. 그만큼 해결책이 다양하고 탈모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민의 층위도 달라요. 탈모 저관여자부터 고관여자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일상적인 습관 관리로 시작해서 치료나 모발이식 수술까지 플랫폼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꿈꿉니다.”

- 탈모인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모근 하나에서 자랄 수 있는 머리카락은 평균 15가닥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한 가닥이 5년 지속되는데요. 모발과 두피가 건강한 연령의 마지노선이 75살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불행히도 그 15가닥이 20대나 30대에 다 빠져버려요. 기회가 소진되면 더 이상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죠. 그래서 머리카락을 최대한 빨리 지키는 걸 추천합니다. 지금 이 시간이 당신의 머리카락이 인생에서 가장 굵은 순간이에요. 지금부터 관리해야 합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