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방문 돌봄 서비스 도그메이트 창업기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은 맘 편히 휴가나 출장을 떠날 수 없다. 짧은 이별의 순간마다 반려동물의 애처로운 눈빛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입장에서 가족의 부재는 극심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처럼 반려동물을 돌보는 ‘펫시터’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다.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도그메이트에선 펫시터를 구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에서 펫시팅을 신청하면 반려동물 돌봄 경력 3년 이상의 시터가 내 집에 찾아온다. 돌봄 시간 내내 액션캠으로 실시간 영상을 찍어줘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땅콩, 버터, 크림 3마리 강아지의 가족이자 1500만 펫팸족의 난제를 해결한 도그메이트 이하영 대표를 만났다.
◇푸들 땅콩이와 버터 키우며 느낀 고충 사업으로
보장된 미래에 안주하지 않고 불확실성에 도전하며 20대를 보냈다. “인천대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했습니다. 학창 시절 스마트폰 부품 공급사에서 현상실습도 했어요. 전망도 좋고 전공 지식도 살릴 수 있는 기회였죠. 하지만 거기서 만난 사회 선배들의 모습은 제 희망사항과 달랐어요. 어렸을 때라 그런지 한 직장에서 20년을 보내는 것보다는 다양한 활동으로 삶의 반경을 넓히고 싶었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 기업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이후 서울창업허브의 행사를 총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생태계로 스며들었죠.”
대외활동으로 만난 지인 소개로 2012년 한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소상공인 O2O 서비스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기획과 개발 관리를 했어요.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 음식이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플랫폼이었죠. 이때 경험을 토대로 재능 거래 플랫폼의 서비스 기획자로 이직했어요. 미술, 음악, 글쓰기 등 각 분야의 능력자들이 재능을 거래하는 모습을 보고 부업과 투잡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봤습니다.”
두번째 회사를 다닐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푸들 땅콩이와 버터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땅콩이는 유기견이었고 버터는 파양 당한 경험이 있어요. 아픔이 큰 만큼 분리불안이 엄청났죠. 출장이나 여행을 떠날 때 호텔에 맡기기라도 하면 하루 종일 물 한 방울 안 마시고 대소변조차 안 볼 정도였어요. 너무 미안하면서도 이 불편함을 평생 감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산책하는 아주머니들의 푸근한 인상을 보고 신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저렇게 선해 보이는 분들에게 아이들을 맡기면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제가 다녔던 회사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재능’을 거래하듯 반려동물 ‘돌봄’을 거래하게 하는 거죠. 반려동물 카페에서 품앗이로 돌봄 거래가 이뤄지긴 했지만 시터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어요. 카페 가입자라는 사실 외에 사전에 알 수 있는 정보도 턱없이 부족했고요. 시터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반려동물 돌보며 노하우 쌓아…방문 돌봄 서비스로 사업확장
2015년 10월 도그메이트 법인을 설립했다. 다양한 시도로 회사를 키워갔다. “처음에는 시터의 집에 강아지를 맡기는 ‘호텔링’으로 시작했습니다. 홈페이지로 예약을 받았죠. 그런데 장기 여행을 앞둔 분들이 주 이용자다 보니 서비스 재이용률이 낮아 고민이었습니다. 긴 여행을 자주 떠나지는 않으니까요. 게다가 고객 10명 중 3명은 ‘우리 강아지를 낯선 집에 맡기기가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남겼어요.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이 필요했습니다.”
2016년 중반 방문 돌봄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이 대표 본인을 포함한 도그메이트 팀원 세명이 직접 반려동물을 돌봤다. 반려동물과 친해지는 노하우를 쌓기 위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 적도 많았다. “첫 방문 고객은 진돗개였어요. 충성심이 강한 만큼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이 큰 견종이죠.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서 견주 분과 어울리는 모습까지 보여줘야 했어요. 체중이 성인 여성 수준에 달하는 대형견(케인코르소)을 돌보며 진땀을 뺀 적도 있습니다. 반면 시츄처럼 붙임성 좋은 아이들을 돌볼 때는 산책과 목욕 같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노하우를 키웠어요. 반려동물 관련 책도 정말 많이 읽었죠.”
방문 돌봄 서비스를 시작하니 매달 30만~40만원씩 고정 지출하는 이용자가 생겼다. 사업을 확장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2018년 도그메이트 앱을 만들고 반려동물 방문 돌봄 서비스를 정식 론칭했다. “첫 1년 동안은 서울 지역에서 8명의 돌봄 매니저가 활동했어요. 매니저가 지역별로 돌봄을 나가는 형태였죠. 강아지 입장에서도 펫시터가 매번 바뀌는 것 보다는 자주 보는 사람과 함께 하는게 좋거든요.”
2019년 한 달 이용 고객이 50명에서 100명 수준으로 증가하자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프리랜서 돌봄 매니저를 채용해 인력 풀을 넓혔다. 무엇보다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견주와 매니저가 이를 수락하는 ‘매칭률’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매니저별 돌봄에 특화된 견종, 이력, 활동 지역, 동선, 일정 등 알고리즘 기반으로 소비자와 연결했습니다. 매칭률 90%까지 기록했죠. 덕분에 그 해 5월부터 방문 고객이 월 15~20%씩 급성장했어요. 코로나 창궐 초기였던 지난해 1월엔 월 거래량은 3000건, 서울 경기 지역에서 활동하는 매니저는 300명에 달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고양이 돌봄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타 펫시터 플랫폼과의 차이점
- 매니저 선발 및 관리: 돌봄 경력이 최소 3년 이상인 사람만 신청 받는다. 신청서 접수 후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서 선별 과정을 거친다. 흡연자나 매니저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지 않은 사람은 탈락이다. 활동 초기에는 관리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도그메이트의 매뉴얼을 숙지한다.
- 동물의 안전: 산책 중 반려동물이 다칠 일이 없도록 다른 동물과의 교류를 금지시켰다. 돌봄 시간 동안의 모든 활동은 액션 카메라로 기록된다.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매니저가 바로 조치할 수 있게 돌봄 신청 시 반려동물이 자주 가던 병원명을 기재하게 된다.
- 매니저의 안전: 매니저들은 자신의 능력 밖의 견종 돌봄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일부 위험한 견종은 훈련사 출신의 매니저만 수락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코로나 위기에 사업 다이어트 단행
성공의 달콤함은 잠시, 막을 수 없는 역병이 창창한 앞 길에 훼방을 놓았다. “지난해 1월 놀우드인베스트먼트, 스트롱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받았어요. 투자금을 사업을 확대하는데 쓸 계획이었죠.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집에 다른 사람을 들이는 것을 꺼리는 풍토가 자리 잡았어요. 3월 매출은 1월 대비 40%로 곤두박질 쳤죠.”
재빨리 사업을 다이어트 했다. 지난해 6월부로 호텔링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신 ‘코로나 프리’ 방문 돌봄에 초점 맞췄다. “매니저분들에게 세정제, 소독제를 항상 구비하라고 안내했고, 방문 전에 소독제를 뿌리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요. 서서히 수요가 회복하면서 휴가철인 7월, 이용자가 평년 수준인 1200~1300명 수준이 됐죠. 한 번 이용한 사람이 계속 저희를 찾는 지표인 ‘재구매율’은 80~90%를 기록했습니다.”
◇반려동물과의 따뜻한 기억 가득, 라이프 플래너 되고파
창업 초창기 동물들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집 비우고 6일차에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이 있었어요. 매니저가 방문했을 때 강아지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이미 하늘나라로 떠난 상태였어요. 나머지 한 마리를 다급히 구조했습니다. 병원의 중재로 전 주인으로부터 포기각서를 받고 제가 데려왔어요. 그 아이가 지금 우리집 막내 크림이입니다.
저희 매니저님이 안락사 선고를 받은 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까지 돌봐 준 적도 있고, 돌봄 중 아이가 아픈 것을 발견해서 빨리 치료받을 수 있게 도운 기억도 있어요. 참 의미 있는 일이에요.”
반려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기쁨이 되는 일을 할 생각이다. “투자를 받거나 매출이 잘 나올 때를 떠올려보면 마음이 붕 떠있었어요.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죠. 하지만 이런건 부수적인 보상이지, 이 일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반려동물, 견주, 매니저 이 모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것이죠.
최근 ‘도깃’이라는 반려동물 문제행동 교정 솔루션을 도입했어요. 자가 훈련을 통해 견주가 직접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고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죠. 견주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커리큘럼을 촘촘히 짜서 단계별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이것이 왜 필요한지 상기합니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관계가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돕고 싶어요. 헬스장의 개인 트레이너처럼 도그메이트는 반려생활의 라이프 플래너가 돼 주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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