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요즘 중고생들이 부모 몰래 찾는다는 아지트

MZ세대의 온라인 아지트 ‘오늘학교’ 개발기

아테나스랩 임효원 대표. /더비비드

직장인에게 ‘블라인드’, 대학생에게 ‘에브리타임’이 있다면 초·중·고생에게는 ‘오늘학교’가 있다. 오늘학교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공공데이터와 연계해 시간표·급식·일정·봉사활동 정보 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익명 커뮤니티를 운영해tj 학생들의 온라인 아지트로 자리매김했다. 출시 두 달 만에 애플 앱스토어 교육 분야 1위에 올랐다.

오늘학교를 만든 스타트업 아테나스랩은 프리랜서 연결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서비스를 운영하며 생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신시장을 발견하고, 재빨리 사업 모델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임효원(32) 아테나스랩 대표를 만나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회사를 성장시킨 과정을 들었다.

◇스타트업에 뛰어든 고대 인턴왕

임 대표는 다양한 회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본인 제공

고등학생 때부터 창업이 꿈이었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진학해 그 꿈을 키워나갔다. “경영전략학회에서 활동하면서 비즈니스 사례를 공부했어요. 맥킨지앤드컴퍼니, 카카오 전략기획팀, 카카오벤처스,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회사 등에서 인턴을 하면서 진로를 탐색했습니다. 경험을 쌓다 보니 조직 크기에 상관없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좋더라고요.”

2015년 졸업 후 성형정보 공유앱 회사 ‘바비톡’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데이팅앱 회사 ‘비앤케이랩’, 에이블리의 전신 ‘스타일센스’ 등을 거치며 앱 마케팅과 기획총괄을 담당했다. “스타일 센스에서는 3개월 만에 이용자 100만명을 확보했어요.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칭하는 플랫폼 사업을 할 때는 마케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죠.”

프람피 레슨 서비스 화면. /아테나스랩

2016년 9월 아테나스랩을 창업했다. 첫 사업 아이템은 범용 프리랜서 연결 플랫폼이었다. “대학생 때 과외, PPT 제작 대행으로 돈을 벌었어요. 일종의 프리랜서였죠. 이 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일의 양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점이었어요. 바쁠 때 일이 몰렸고, 한가할 땐 돈을 벌고 싶어도 일감이 없었죠. 프리랜서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업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2017년 5월 프리랜서 중개 웹사이트 ‘프람피’를 개발했다. 개인 레슨, 이사, 청소, 프로그램 개발 등 모든 용역을 포괄하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서비스를 1년 정도 운영했을 때 뜻밖의 지표를 발견하곤 사업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수요자의 70%가 과외, 레슨을 찾는 이들이란 걸 알게 됐어요. 한 영역에 집중하는 게 사업확장에 따른 부대 비용은 줄이면서도 효율적일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집중했나요.

“이용자가 사이트 내에서 희망하는 레슨 분야의 요청서를 작성하면 전문가들이 이를 보고 제안서를 보내고, 이용자는 받은 제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최종적으로 고르도록 했습니다. 현재 11만명의 전문가가 프람피에 등록돼 있습니다.”

◇서비스 확장 후 더 초조해진 이유

임 대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재빨리 대응했다. /본인 제공

안심할 새도 없이 문제가 드러났다. 프리랜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이용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니 요청서와 제안서를 주고 받고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학원과 개인교습 두 개의 선택지를 같이 놓고 고민하는 수요자들이 많더군요. 과외비가 학원비보다 비싼 편이니까요. 학원이라는 대안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프람피에서 이탈하는 이들까지 잡기 위해 2018년 겨울 학원 정보 공유 플랫폼 ‘프람피 아카데미’를 출시했다. “학원별 수강인원과 수강연령 통계, 특목고 진학 상황, 수강생 출신 학교, 학원 시설 같은 정보가 제공되고 이용자가 후기까지 남길 수 있는 플랫폼이죠. 프람피 아카데미에서 전국 8만~9만 곳의 학원 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요.”

프람피 아카데미 소개 화면. /아테나스랩

전력을 다해 프람피와 프람피 아카데미를 운영했지만 원하는 속도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 수익구조가 부실한 탓이었다. “프람피 레슨은 중개 수수료를 받지만, 프람피 아카데미는 별도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성장하는 게 쉽지 않았아요. 마케팅도 쉽지 않았죠. 보통 1년에 1~2번 학원이나 과외를 구하니까,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고도 서비스명을 잊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1년에 한 두번 찾는 게 아니라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 속에 프람피와 프람피 아카데미를 녹이는 방향을 생각했다.“사람들이 과외나 학원을 찾는 시점에 맞춰 마케팅을 하면 그때마다 비용이 드니 효율이 떨어져요.  사람들이 매일 찾는 앱이라면 마케팅 비용을 아끼면서 저희가 기존에 운영하던 서비스를 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카카오톡을 쓰던 사람들이 송금이나 결제를 할 때 자연스럽게 카카오페이를 쓰는 것 처럼요.”

◇60만 학생이 몰리는 서비스의 탄생

오늘학교 서비스를 소개 중인 임 대표. /아테나스랩

관건은 아이템이었다. 블라인드(직장인)나 에브리타임(대학생), 키즈노트(유아)처럼 특정 연령대를 대표하는 앱이 활성화돼 있는 것에 비해 학생들이 매일 사용하는 앱이 없었다. 이런 틈새시장을 파악해 2020년 9월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 커뮤니티 서비스 ‘오늘학교’를 출시했다. “초중고생이라면 누구나 쓰는 앱, 이들을 대표하는 앱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학급별 시간표, 학사일정, 급식표 등 공공 데이터기반의 정보를 제공하고 유저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익명 게시판을 만들었어요.”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년도 안 돼 61만 7000명의 유저를 유치했다. “초·중·고등학생 인구수가 534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학생 9명 중 1명이 오늘학교를 쓰고 있습니다. 빠른 성장의 비결은 하루 평균 3000여개의 게시글이 올라오는 익명 게시판입니다. 타 학생 커뮤니티의 하루 평균 게시물 수가 900~1700개 선인 것과 비교했을 때 훨씬 활성화된 거죠. 학생 유저들은 이곳에서 가족, 친구, 학교, 급식 등 다양한 주제로 게시물을 올립니다.”

오늘학교 서비스 화면. /아테나스랩
아테나스랩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개최한 6월 디데이(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아테나스랩

학생이 쓰는 공간인 만큼 엄격하게 운영한다. “신고와 내부 모니터링으로 욕설이 포함됐거나 나쁜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를 색출합니다. 처음 신고를 받으면 하루 동안 이용이 정지되고요. 두 번째는 일주일, 세 번째는 한 달, 네 번째는 90일 동안 오늘학교를 이용할 수 없어요. 그 이상 신고  받은 계정은 영구 정지됩니다. 다만 게시물 내용이 심각 수준으로 나쁠 경우 내부 판단에 따라 영구 정지시켜요. 가족에게 말 못 할 고민이 많을 시기인 학생들에게 마음 편히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한 노력이죠.”

초·중·고교생과 부모가 모이는 강력한 커뮤니티라는 점을 활용해서 광고로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식품회사, 교육회사처럼 학생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고 자부합니다. 확장을 위해 학생 전용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카드 발급 사업을 구상 중이에요. ‘온라인 쇼핑할 때 결제하는 게 힘들다’, ‘10대 전용 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오는 것을 보고 착안했죠. 유저들이 신사업 아이템을 준 셈이죠.”

◇’빠른 시도’가 생존비결, 활성 이용자 100만 목표

/아테나스랩

10대 겨냥 ‘차세대 플랫폼’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6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가 신한카드, VISA와 공동 개최한 6월 디데이(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 슈미트, IBK기업은행, 디캠프,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35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오늘학교 주요 이용자를 학부모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오늘학교에 학부모 커뮤니티가 있긴 하지만 활발하지 않은 편이에요. 갈 길이 멀지만 그만큼 새로 시도할 일도 많다고 생각해요. 수치상으로는 월간 활성 유저 100만명을 달성하고 싶어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카카오톡을 쓰는 것처럼, 오늘학교를 학생과 학부모라면 당연히 설치해야 하는 서비스로 키우겠습니다.”

임 대표는 빠른 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비비드

3번의 실패에도 생존한 비결은 ‘빠른 시도’다. “작은 테스트를 빨리하는 편이에요.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최소한의 정보와 자원만으로 바로 실행하죠. 프람피 아카데미와 오늘학교도 그렇게 탄생했어요. 오늘학교의 경우 서비스를 하나 더 만든다고 하면 팀원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혼자 몰래 준비한 케이스예요. 구상한 게 있다면 부담 갖지 말고 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진은혜 에디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