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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만개 팔아치운 27살 창업가의 노트엔 이런 메모가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옆집 창업가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탄산음료는 아무리 뚜껑을 꼭 닫아 보관해도 며칠 지나면 김이 빠지기 마련이다. 달기만 하고 밍밍해진 음료는 청소용으로 전락하고 만다. 장군컴퍼니에서 개발한 ‘꽉(GGWAK)’은 탄산이 빠지는 것을 막아 늘 새 음료 같은 맛을 유지하게 만드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2020년 1월 출시 이후 8만개가 팔렸다. 장현진(27) 장군컴퍼니 대표가 꽉을 개발한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창업 노트를 엿봤다.

(왼쪽부터) 장현진 대표가 2014년 독도경비대 군 복무 시절 썼던 발명노트, 장현진 대표. /장군컴퍼니

◇”어릴 적부터 취업은 생각도 해본 적 없어요”

‘꽉'은 톱니바퀴 모양으로 생긴 손바닥 크기의 마개다. 먹다 남은 음료수 페트병 입구를 꽉으로 돌려 닫는다. 마개가 아래쪽에 오도록 뒤집어서 보관하면, 다시 음료를 마실 때도 ‘칙-’하고 탄산이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장 대표는 어릴 적부터 취업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대기업 퇴직 후 영어학원을 차린 아버지, 식당을 운영한 어머니 영향이다. 세상에 일은 사업 밖에 없는 줄 알았다. 학창시절 떡잎부터 달랐다. “고2 때 다친 어머니를 대신해 7개월 정도 치킨집을 직접 운영한 경험이 있어요. 닭을 염지하고 치킨을 튀겼죠. 매출이 크게 난 건 아닌데,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하는 데 흥미를 느꼈어요. 그때부터 언젠가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대학교 창업 수업 시절 네일아트, 고구마 장사를 했던 모습. /장현진 대표 제공

2014년 3월 독도경비대 복무 시절부터 ‘발명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우연한 계기로 떠오르는 발명 아이디어를 적기 시작했는데, 군 생활 내내 쓰고 나서 보니 6권을 꽉 채웠다. “비 오는 날 접은 우산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걸 보고, ‘빗물이 안 떨어지게 할 순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트에 바로 생각을 그린 다음 특허를 찾아봤는데, 10개월 전에 특허가 이미 등록돼 있더라고요. 실망감이 들면서도, 동시에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도 발명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나중에 보니 마트에서 그 제품을 팔고 있더군요. 우산을 접을 때 거꾸로 뒤집혀서 접는 그 방식이었어요.”

제대 후에는 1년간 교내·외, 각종 기관에서 하는 창업 강연·멘토링 참석하며 창업 공부를 했다. 고구마 장사를 하고 남자를 위한 네일아트 가판을 차려 실전 자영업 경험을 쌓았다.

2016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 본격 창업 세계에 발을 들였다. 주머니 형태로 등산, 캠핑 시 충전이 쉬운 ‘아웃도어용 무선충전보조배터리’가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었다. 2017년 3월 ‘장군컴퍼니’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창업했다.

◇장현진 장군컴퍼니 대표의 ‘꽉’ 개발 노트

탄산음료 마개 ‘꽉’은 장군컴퍼니에서 가장 최근 내놓은 제품이다. “7개 제품을 개발해 판매 중인데요. 모두 일상 속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중 꽉이 대표 제품입니다.”

1. 내가 가장 불편한 걸 해결하라(발상과 기획, 2017년 5월~)

지금의 꽉을 만들게 된 시발점인 아이디어 노트. /장현진 대표 제공

장 대표는 하루 콜라 1리터(L) 이상 씩 마시는 콜라 애호가다. 아무리 뚜껑을 꼭 닫아도 탄산이 빠져나가 밍밍해지는 것도 못마땅했다. “뚜껑을 세게 닫으면 나중에 다시 열기 굉장히 힘들고요. 처음 뚜껑 딸 때 그 만족스러움을 끝까지 느낄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죠.”

그나마 냉장고에 보관할 때 탄산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페트병으로 거꾸로 세워두면 된다. "뒤집어 보관하면 액체가 병 입구를 막아 탄산이 빠져나가는 걸 막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자꾸 옆으로 넘어지는 게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손잡이가 있는 뚜껑을 떠올렸다. 지렛대 원리를 활용해 막대를 잡아 돌리면 뚜껑이 열리는 구조였다. "한쪽 부분만 지나치게 튀어 나온 것 같아서 썩 맘에 들진 않더라고요."

2. 뚜껑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자(경쟁사 분석과 제품 설계, 2019년 8월~)

'꽉'의 초기 디자인 아이디어들. /장현진 대표 제공

다른 제품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설계를 하기로 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탄산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압력을 이용한 제품이 이미 있었다. “압력을 이용해 밀폐하는 제품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하기가 힘들어요. 제가 보기에 기존 제품을 개발한 분은 콜라를 좋아하는 분은 아닌 것 같았어요. 뚜껑을 여닫을 때마다 펌프질을 몇 번씩 해야 하는 게 너무 불편했죠. 뚜껑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는 제품을 개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료에서 탄산이 빠져나가는 경우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병 속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뚜껑 밖으로 새어나가는 경우입니다. 최소한 뚜껑 밖으로 빠져나가는 탄산만은 막을 수 있어야 했어요.”

페트병을 뒤집어 보관해도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뚜껑 방식으로 최종 결정했다. “일반 탄산음료 뚜껑을 보면 윗부분이 볼록한데요. 탄산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실상은 탄산이 빠져나가는 걸 잘 막지 못하고, 거꾸로 세우는 것만 어렵게 만들죠. 거꾸로도 잘 보관할 수 있는 뚜껑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3. 기획·설계가 제대로 됐다면 디자인은 저절로 (디자인 구현, 2019년 12월~)

직원들과 회의 중인 모습. /장현진 대표 제공

사내 디자이너와 함께 디자인 구체화에 들어갔다. 제품 콘셉트와 설계도가 확실했기 때문에 디자인 과정에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노약자도 쉽게 마개를 여닫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톱니바퀴 홈에 손가락을 넣으면 쉽게 움켜쥘 수 있어요. 이걸 ‘파지 홈’이라 부르는데 마개를 여닫을 때 좀 더 힘을 줄 수 있습니다. 파지홈은 거꾸로 세울 때 지지대 역할도 합니다."

페트병을 거꾸로 쉽게 세워놓을 수 있도록 마개 윗부분을 넓고 판판하게 만들었다. “88㎜너비의 평면으로 최종 디자인을 했습니다. 쉽게 페트병을 뒤집어 놓을 수 있죠.”

4. 금형과 사출을 같이 하는 공장을 찾아라 (대량 생산, 2020년 1월~)

3D프린터로 뽑아낸 꽉 시제품 모습. /장현진 대표 제공

제품 소재는 플라스틱, 그중에서도 ‘PP’로 결정했다. “플라스틱 텀블러에 쓰이는 소재로 탄성이 있고 재사용이 가능해요.” 시제품은 3D프린터로 만들었다. 12번의 시제품 제작 끝에 다음 단계인 대량 생산으로 넘어갔다.

설계와 디자인, 시제품 제작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대량 생산 단계에서 어려움이 발생했다. 플라스틱 제품은 금형이 필수인데, 6군데 공장에 연락 했지만 5군데에서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성형이 어려운 톱니바퀴 모양 때문이었다. 다행히 1곳에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꽉으로 음료를 닫아 냉장고에 보관하는 모습. /장현진 대표 제공

장 대표는 금형과 사출을 함께하는 공장을 택하는 걸 추천했다. 금속재료를 사용해 틀을 만드는 ‘금형’과 제품을 뽑아내는 ‘사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업자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금형과 사출을 따로 하면, 제품이 잘못 나왔을 때 책임소재를 찾기 힘듭니다. 금형에서는 사출이 잘못됐다 하고, 사출에선 금형이 잘못됐다 하거든요. 금형과 사출을 함께하면 생산비용을 낮추는 이점도 있고요.”

제품 뒷면에 있는 제조공장에 연락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든다고 치면, 내 케이스 뒷면에 표시한 제조공장부터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쉬운 팁인데 생각지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예비창업자, 초보 사업가라면 어쩔 수 없이 손품이나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저도 첫 제품을 만들 땐 막막했어요. 인터넷 검색이나 제품 뒷면을 보고 연락했어요. 대표번호로 전화하거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죠. 50~60군데 전화하면 서너 군데 연락 오고 그랬습니다. 쉽게 얻으면 독이 된다고 생각해서, 어려워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버텼습니다.”

5. 판매 목표치를 설정하라 (가격 설정)

파지 홈에 손가락을 걸어 넣고 돌리면 마개를 쉽게 여닫을 수 있다. /장현진 대표 제공

원가 개념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생산하는 데 2000원이 들었다고 원가비용이 2000원이 아니다. “금형설계비도 있을 것이고, 특허출원비 같은 것도 있죠. 이런 게 모두 원가에 들어가야 합니다.”

판매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생산비가 5000만원 들었고, 제가 10만개를 판매 목표치라고 했을 때 5000만원 나누기 10만개를 해서 개당 원가로 산정할 수 있죠. 1만 개 팔아야겠다 하면 그걸 기준으로 하고요.”

6. 오프라인 전에 온라인부터 출시 (판매처 확보, 2020년 1월)

콜라병 밑지름보다 작아 대부분 냉장고에 페트병을 보관할 때 꽉을 사용해도 된다. /장현진 대표 제공

오프라인 전에 온라인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체 홈페이지를 개발하기보다 스마트스토어, 쿠팡 등 커머스 입점부터 하는 것이 좋다. “제가 창업 전담 상담사로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대다수가 3개월 안에 그만둡니다. 초기 열정으로 몇백, 몇천만원 들여 물건을 만들었다가, 공중에 돈을 날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죠. 일단 2~3개월이라도 스마트스토어 같은 곳에서 운영해본 다음 오프라인에 도전하는 게 좋아요. 이미 구축돼 있고 찾는 손님도 많은 플랫폼부터 이용하는 거라 초기 비용이 들지 않죠.”

오프라인에선 벤더사(여러 물건을 한 번에 사입·위탁 판매하는 중간 유통업자)를 통해 입점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이 좋으면 판매처 MD가 직접 연락을 해올 때도 있다. “꽉의 경우, 서울 코엑스 전시회에서 저희 제품을 본 유명 오프라인몰 MD분이 먼저 연락을 해주셨어요. 오프라인몰은 한번 입점하면 좋은 게, 경쟁 몰이 서로 제품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경쟁 쇼핑몰에서도 입점 제안이 오게 돼요.”

7. 대표이지만 직접 응대 (AS 관리)

직원수 5명의 작은 회사다. 고객 응대를 하는 전담 직원이 한 명 있지만, A/S 요청이 들어오면 수리는 장 대표가 직접 한다. “설계와 디자인을 직접 한 제품이기 때문에 제가 제일 잘 알아요. 별도 전문 기사를 두거나 센터를 운영하기엔 감당하기 힘들기도 하고요. 제품 개발하는 걸 워낙 좋아하다보니 A/S도 제가 직접 해야 맘이 놓여요.”

8. 취업 대신 창업은 안돼

탄산음료 마개 '꽉(GGAWAK)' 제품 사진. /장군컴퍼니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회사 전체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담 개발자를 채용할 예정이다. “제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제품이 딱 실물로 나왔을 때가 행복해요. 다른 일이 싫어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 일이 무엇보다 좋아서 합니다. 창업 상담을 할 때 대다수 청년이 ‘취업이 안 되는데 창업을 해도 될까요?’라고 물어요. 그들을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이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취업이 아닌 창업이라는 새 진로를 생각하는 건 좋지만 창업이 별거 아닌 쉬운 선택지는 아니란 점을 알았으면 합니다.”

장현진 장군컴퍼니 대표 주요 경력
-1995년생, 대구한의대 청소년교육상담학과 졸업
-2014년 3월 군 시절부터 발명에 관심 갖고 아이디어 노트 쓰기 시작
-2015년 제대 후 1년 간 교내·외, 각종 기관에서 하는 창업 강연·멘토링 참석하며 창업 공부
-대경벤처창업성장재단 연계 창업 수업에서 네일아트, 군고구마 장사 등 실전 장사 경험 풍부
-2017년 주머니 형태로 등산, 캠핑 시 충전이 쉬운 ‘아웃도어용 무선충전보조배터리’ 개발
-2020년 1월 탄산음료 마개 ‘꽉’ 개발해 출시, 8만개 판매
-대구광역시 청년센터 창업전담 상담사 활동중

·직원수: 5명
·개발비용: 4000만원
·첫 아이디어 기획부터 출시까지 걸린 시간: 2년
·실제 개발기간: 6개월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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