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과외 방식으로 IT 개발자 교육하는 스타트업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선배가 있다. 유튜브 채널 ‘컴공선배’다. ‘개발자 초봉 6000만원의 진실’, ‘수학 못해도 코딩할 수 있나요’, ‘코딩 개념 잡기’ 등 코딩 정보부터 개발자를 둘러싼 이슈와 생각을 쉽게 풀어낸다.
컴공선배는 프로그래밍 교육 스타트업 '소프트스퀘어드'가 운영하는 것이다. 이하늘(28) 대표가 2019년 2월 창업했다. 대학생 시절 프리랜서로 일한 경험, 프로그래밍 외주 작업을 같이 할 팀원을 찾기 위해 본인 노하우를 알려준 경험이 창업 바탕이 됐다. 이 대표를 만나 창업과 성장 스토리를 들었다.
◇컴공과 선배가 알려주는 실전 코딩 지식
소프트스퀘어드는 IT 개발자 교육을 한다. 애플리케이션(앱) 제작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을 갖추게 하는 교육이다. “일반인 대상은 아니고요.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을 합니다.”
다른 IT 개발자 학원과 비교해 교육기간이 짧고 수강료는 저렴한 편이다. “다른 개발자 교육은 짧게는 3~6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걸립니다. 교육비도 3개월은 300만원 내외, 6개월부터는 1000만원 내외에 달하죠.”
소프트스퀘어드의 대표 과정인 ‘라이징 캠프’는 2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수업을 하고, 하루 5시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과제가 나가는 교육을 한다. 수업료는 72만원이다. “수강생 실력을 고려해 일대일 맞춤 과제를 전달하고 피드백을 해줍니다. 목표는 기업의 외주 프로그램을 해낼 수 있는 수준의 실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취업만을 목적으로 개발자를 기르는 스파르타식 교육이 아니다. 친근한 대학 선배가 후배를 과외해준다는 개념이다. “프로그래밍을 위한 단순 개발 지식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코딩을 왜 배워야 하는지부터 가르쳐요. 곱셈을 배우는 것에 비유하면, 수강생끼리 또는 선생님과 수강생이 곱셈을 알아야 하는 이유부터 토론하는 식이죠. 이후 코딩 공부하는 방법, 실전 업무 노하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법 등 다양한 업무 지식을 교육합니다.”
우수 수료생은 외주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 2021년 1분기 기준 누적 100회 외주 프로젝트를 연계 했다.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고,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소프트스퀘어드와 수강생이 나눠 갖는 방식이다. “외주 계약은 저희 회사 이름으로 하고, 그 프로젝트에 수료생이 실무자로 참여를 합니다. 지금까지 2억원 가까이 수료생들이 수익으로 가져갔어요.”
현재 15기를 모집 중이다. 지금까지 700명이 소프트스퀘어드의 교육 강좌를 거쳤다. 이전 기수에선 40명을 뽑는데, 150명이 넘게 지원하는 등 강좌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프로그래밍 노하우 살려 교육서비스 창업
이하늘 대표는 인하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이때만 해도 취업을 염두에 두고 스펙을 착실히 쌓았다. 각종 공모전에 참여해 20개 이상 상을 탔다. 밴드부 회장 등 여러 활동도 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는데, 제대 후 복학하지 않고 1년간 휴학했다.
“2018년 1월부터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에서 5~6개월 정도 강사로 일했어요. 개발자가 되고 싶은 분들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을 했죠. 공부하면서 '이런 거 가르쳐줄 선배 없을까' 아쉬움이 많았던 경험이 있는데요. 코딩 강사로 일하면서 저 같은 분을 돕는 게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복학을 앞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하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IT개발 관련 집중 교육을 받으면서,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가를 만나 멘토링을 받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4개월 동안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강사로서 전문성을 길렀습니다.”
연수 과정에서 지금의 정우현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만났다. “정우현 CTO는 학부생이었는데도 실력이 뛰어나서 이미 프로그래밍 외주를 많이 하고 있었어요. 컴퓨터 전공자라도 '외주'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만 할 수 있는 꿈의 영역이라 생각했는데요. 정CTO를 만나 자문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수백만원짜리 외주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여러 곳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노하우가 쌓였어요. 기술적 경험만 있으면 외주를 충분히 따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팀을 꾸려 외주를 해보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함께할 동료를 찾기 위해 학내 게시판에 ‘프로그래밍 기업 프로젝트 같이 하실분? 잘 모르면 알려드립니다’ 모집글을 올렸다. “6명 모집으로 글을 올렸는데 30명이나 지원을 했어요. 그렇게 많이 지원할 줄은 몰랐죠. 6명을 뽑아 1대1로 과외를 해준 뒤, 외주를 맡겼는데 잘하더라구요. 직접 경험한 프로젝트 수행과정과 노하우를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면 좋은 사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대1일 맞춤형 교육 후 수익형 앱 개발 기회
당장 취업 지원서를 내도 무난히 합격할 수 있는 이력서를 만들었지만, 취업 대신 소프트스퀘어드를 창업했다. 2019년 2월 대학 졸업 무렵이었다. "오히려 당장 취업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신 외주까지 따낼 수준은 안되는 후배들을 위해 실무 개발자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헬스 PT같은 1대1 수업 방식으로 경쟁업체와 차별화했다. “주입식이 아니라 노하우 전수 등 경험 위주 교육을 해요. 꼭 사수가 부사수 가르치는 것 같죠. 수강생 개인 실력에 따라 데일리 미션과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반드시 줍니다. 부족한 점을 찾아 코칭해주는 거죠. 이후 5시간 이상 걸리는 과제를 통해 복습을 하도록 합니다. 꾸준한 반복 학습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키는 거죠. 8회 강의만으로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실용적인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라이징캠프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3단계 과정으로 구성했습니다. 4주 동안은 기초 개념 수업입니다. 세션별 수업에 따라 서버 개요, 분기문 이해, 프론트 엔드 등의 개념을 배웁니다. 하부르타 (짝을 이뤄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공부한 것에 대해 논쟁하는 토론 교육법) 방식으로 내가 생각하는 법을 공유하며 기초 개념을 습득하게 됩니다. 이후 2주 동안은 과제를 하면서 기초 개념 수업에서 배운 프로그래밍 지식을 활용해 템플릿, 데이터베이스 등 응용 능력을 배웁니다. 마지막 남은 기간은 테스트를 해서 결과물이 나오도록 합니다."
-어떤 테스트인가요.
“수강생들이 팀이 이뤄 실제 기업 프로젝트를 타깃으로 클론을 만들어 보도록 합니다. 현업 개발자들에게 코드 리뷰와 업무 프로세스를 배워서 실전 경험을 해보는 거죠.”
두 달간 교육이 끝나면 우수 수료생에게 실전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 다른 학원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보통 실습이나 과제 수행 정도로 교육이 끝나기 마련인데, 저흰 업무 수행의 적합성, 모의 외주 퀄리티, 생산성 등을 기준으로 우수 수료생을 뽑아서 실제 기업에서 의뢰한 외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합니다."
지금까지 소프트스퀘어드 이름으로 150건 이상의 외주 개발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다양한 기업에서 외주 의뢰가 오고 있다. 투명한 견적이 비결이다. 올해 매출액은 12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시절 견적을 내는 사람이 부르는 값에 따라 결정되는 게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여러 기업에서 견적을 받아보면 어디는 4000만원을 부르고, 어디는 1억원을 불러요. 안좋은 관행이 만연해 있었죠. 저희는 눈대중으로 대충 책정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세세하게 가격을 매깁니다. 견적서를 수 페이지에 걸쳐 제공해서 신뢰도가 높습니다. 구글 스프레드 시트 등 툴을 이용해 프로젝트 개발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드립니다.”
어느덧 35명 정규직 직원이 일하는 어엿한 회사가 됐다. 수료생끼리 네트워크가 가능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클라이언트, 서버 개발자들, 디자이너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메이커스챌린지’ 동아리도 만들었다. “동아리 멤버들끼리 팀을 이뤄 프로그래밍 공모전, 해커톤, 수익형 앱 개발 출시, 창업 등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어요. 실력 있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서로 친목을 다질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코닥(코로나닥터)’ 개발 기업도 소프트스퀘어드 출신
라이징 캠프 출신 수료생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수료생이 다시 라이징 캠프 트레이너(강사)가 되기도 한다. 취업에 성공한 수료생 평균초봉은 3600만원, 창업 기업은 5곳이다. “창업 기업 모두 정부 지원 사업을 수주해 법인을 설립하는 등 선순환 중이에요. 확진자 동선과 선별진료소를 알려줘 화제가 됐던 ‘코로나 닥터’라는 안드로이드앱도 저희 라이징 캠프 출신 수료생이 만들었어요. 40만 다운로드수를 기록하며 세간을 흔들었죠.”
각종 기업·기관·지자체와 협업한 ‘라이징 프로그래머’ 교육도 시작했다. “취업을 원하는 수강생을 3개월 동안 교육시켜 개발자 일자리와 연계하는 교육이에요. 라이징 캠프(2개월) + 1개월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2개월 간 교육을 하고, 나머지 1개월은 기업이나 지자체와 협업한 프로그램을 하죠. 인턴 과정을 거친다든가, 빅데이터 과정을 좀더 배운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해보니 어떤가요.
“지금 제게 창업은 나에 대한 점수를 매겨보는 시간이에요. ‘난 이걸 잘하고, 이건 좀 부족하구나’하는 것들을 깨닫고 있어요. 지금 고민거리가 30개는 되는데요.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스스로 깨달아서 해야 하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자연이나 국가에선 어떻게 해결해왔는지 공부하고 고찰하면서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주세요.
“창업이든 뭐든 도전하기 두려운 것은 실패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인 것 같아요. 애초 창업할 때 성공만을 바라보기보다 뭘 배우고 경험할까를 더 우선시 했어요. 잃을 게 적은 나이에 도전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죠. 단지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는 건 창업자 누구나 반대할 겁니다. 세상에 내 목소리를 한번쯤 내보고 싶다면, 내 한계가 어딘지 알고 싶다면 창업에 도전해보세요.”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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