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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치아로 고생하던 아빠가 안쓰러웠던 고대 박사님이 운명처럼 한 일

구강 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스마투스코리아' 창업기

스마투스코리아는 가정용 충치 진단기에 이어 자일리톨 튼튼캔디를 개발했다. /더비비드, 손호정 대표 제공

충치로 치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40%가 10세 미만이다. 아이의 치아는 한창 성장할 때라 성인만큼 단단하지 않다. 충치가 쉽게 생기고 진행도 빠르다. 못 먹게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충치 걱정 없는 사탕이 있다면?

스마투스코리아는 구강 관리 토탈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가정용 충치 진단기를 개발해 내년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주력 상품은 충치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자일리톨 캔디다. 손호정 대표(39)를 만나 창업 과정을 들었다.

◇상금 타서 공부하려다 창업의 길로

스마투스코리아 자일리톨 튼튼캔디는 자일리톨만으로 설탕의 단맛을 구현해냈다. /손호정 대표 제공

스마투스코리아는 자일리톨만으로 설탕의 단맛을 구현했다. 칼로리는 일반 사탕의 절반 수준이고, 당은 0g이다. 1개당 1g의 자일리톨을 담아 정량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병에 들어 있어 영양제 느낌인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이다.

손 대표는 어려서부터 치과 냄새가 익숙했다. “아버지께서 치아가 안 좋아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임플란트 수술을 여러 번 하셔서 돈도 많이 쓰시고 얼굴도 많이 변하셨죠. 해외 지사장으로 파견 나갈 기회가 생겼는데 치아 때문에 포기하셨어요. 해외에선 이 관리가 더 힘들다는 이유였죠.”

손 대표도 고등학생 때 임플란트 치료를 받았다. /손호정 대표 제공

이는 타고나는 것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유전력이 강하다. 손 대표도 고등학생 때 임플란트 치료를 받았다. “많이 후회됩니다.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잘 관리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자연스레 치아 관련 전공을 선택하게 됐다. 고려대학교에서 치기공학과를 전공했고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 과정까지 밟았다. 작년 8월 졸업할 때까지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학부를 졸업한 2006년부터 치과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2010년부터는 치아 교정 장치 회사에서 연구소장으로 일하며 교정 장치 만드는 일을 했죠. 치아교정으로 성형수술보다 극적으로 얼굴이 변하는 사례를 수없이 봤어요. 치아가 얼굴 인상을 결정하는 큰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 남는 학점으로 ‘Campus CEO’ 과목의 수강 신청 버튼을 누른 게 인생의 경로를 바꾼 계기가 됐다. 강의를 들으면서 교내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했다. 상금으로 학비를 벌 요량이었다. 덜컥 당선이 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투명 교정 장치에 센서를 넣어 교정 기간을 단축시키는 제품으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대회에서 상도 받았겠다, 검증된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려고 투자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욕심이 생겼거든요. 하지만 쉽지 않더군요. 제품 연구 기간 5년, 예상 연구개발비 10억원이란 말에 투자자들이 난색을 보였습니다. 이제 와 말이지만 10억원을 받아도 개발비로는 부족했을 거예요.”

스마투스코리아는 구강 건강 진단기로 2021년 5월 디캠프에서 우승했다. /손호정 대표 제공

전국창업대회인 ‘2018 학생창업유망팀 300’을 준비하면서 가정용 구강 건강 진단기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핵심 원리는 산도 센서였다. 건강한 구강 내 산도는 중성이어야 하는데, 치아에 세균이 증식한 경우 산도가 높아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번에도 먹혔다. 2년 연속으로 학생창업유망팀 300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제품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본격적인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막을 수 없다면 먹을 수 있게

구강 건강 진단기 시연 모습. /손호정 대표 제공

2019년 1월 똑똑하게(smart) 치아(tooth)를 관리한다는 뜻으로 스마투스코리아(Smartooth Korea)를 세웠다.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돼 받은 7000만원이 0원이 될 때까지만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습니다. 6~8개월 정도면 폐업할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2년을 넘고 있네요.”

장기전을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은 제품군 다양화였다. 어린이집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창 충치가 생길 나이에 당이 많이 들어간 군것질거리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죠. 충치가 생기면 가장 고통스러운 건 아이 본인입니다. 치과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끌고 가야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무겁죠. 충치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사탕을 개발하기로 결심한 이유입니다.”

자일리톨 100%로 사탕을 만들기로 했다. 사실 시작은 시선끌기용이었다. “2021년 상반기 두 번의 유아교육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일리톨 캔디를 만들었습니다. 한 통에 60g이 든 병을 200개를 준비했는데 이틀만에 다 팔렸어요. 샘플로 한두알 드렸더니 한 통째로 사고 싶다며 찾아오는 분도 있었죠.”

2021년 5월에 열린 유아교육전에 참가해 자일리톨 튼튼캔디를 처음 선보였다. /손호정 대표 제공
/손호정 대표

본격적인 제품화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행사 상품으로 잠깐 만드는 것과 제품화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사탕 한 알을 정량화 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시중 제품의 경우 한 병에 100g이라면 100g짜리를 만든 후 깨뜨려서 병에 담는 식이에요. 조각마다 자일리톨 함유량이 천차만별입니다. 자일리톨 하루 섭취 권장량은 5~10g입니다. 이를 넘어서면 설사나 배탈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한 알에 자일리톨이 1g씩 들어가도록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사탕공장을 수소문했다. “10곳이 넘는 공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퇴짜맞았어요. 사탕 만드는 기술로는 자일리톨 캔디의 형상을 잡을 수 없다는 이유였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건강기능식품 공장을 찾았는데 치과의사가 의뢰해 시제품까지 만들었다가 출시하지 못한 기술이 있었습니다. 판로개척이 어려워 출시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인연이구나 했죠.”

사탕 만드는 기술로는 자일리톨 캔디의 형상을 잡을 수 없다며 10곳이 넘는 공장에서 퇴짜를 맞았다. /더비비드

맛도 놓칠 수 없었다. “행사 상품으로 만들었던 캔디는 유제품 맛이 강했어요. 자일리톨은 장기 복용했을 때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는데요. 한 두알은 먹을 만했지만 그 이상은 니글거리는 느낌 때문에 손이 잘 안 가더군요. 맛 연구에 있어서 제일 훌륭한 조력자는 집에 있었습니다. 딸과 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포도맛을 찾았습니다.”

9월 자일리톨 튼튼캔디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와디즈 펀딩에 성공해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펀딩이 끝난 다음날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기간을 좀 더 늘려줄 수 없겠냐는 거였죠. 온라인몰 출시를 더 서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딸에서 엄마로

손 대표의 창업 도전기는 ‘딸’로 시작해 ‘엄마’로 끝난다. /손호정 대표 제공

구강 건강 진단기 연구도 현재진행형이다. 충치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광센서를 개발했다. 치아에 빛을 쏘면 충치가 있는 부분에서 형광 파장이 생기는 원리를 이용했다. 광센서를 단 충치 진단기는 내년 1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손 대표의 창업 도전기는 ‘딸’로 시작해 ‘엄마’로 끝난다. “치아 건강으로 고생하셨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가정용 구강 건강 진단기를 개발했습니다. 지금은 딸을 생각하며 자일리톨 튼튼캔디, 치아 건강 교육자료 등을 만들고 있죠. 저희 팀 6명 중 3명이 아이를 가진 엄마 아빠예요. 다들 저와 같은 마음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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