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람이 안했어요, 허영만 화백의 안경을 만든 뜻밖의 방법

더 비비드 2024. 7. 8. 13:39
얼굴 모양 분석해 3D프린터로 안경 맞춤 스타트업

그 제품 어떻게 만들었대? 만든 사람은 누굴까? 궁금한 제품이 있으셨나요.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직업인 동영상 인터뷰 시리즈 ‘킥리뷰’를 게재합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어릴 적부터 안경을 쓴 사람이라면 압니다. 안경 한 번 잘못 맞추면 계속 고생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새 안경을 맞출 때도 고민입니다. 어떤 안경 스타일이 내 얼굴에 어울리는지 보고 또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안경 쓰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할 스타트업이 등장했습니다. 3D스캐너와 3D프린터로 내 얼굴에 꼭 맞는 안경을 맞춘다는 스타트업 브리즘(콥틱)인데요. 안경테의 색상이나 소재는 물론이고 각자의 얼굴 사이즈에 맞는 안경을 만든다고 합니다. 비결은 바로 3D프린터인데요. 3D프린터로 어떻게 안경을 만든다는 건지 킥리뷰가 박형진 브리즘 대표를 만나 직접 물었습니다.

◇’그 사업 안된다’ 말리러 갔다 공동창업

/킥리뷰 14화 '브리즘 1편' 캡처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박형진 대표는 볼업 후 줄곧 외국계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생활용품제조업체 P&G 코리아에선 마케터로, 디즈니랜드 코리아에선 한국에 디즈니랜드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맡았죠. 쉼없이 달려오던 직장생활을 하다, 2주간 휴가를 내고 간 일본 규슈에서 창업 계기를 발견합니다.

"일본 안경 유통 체인점 조프(ZOFF)를 봤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와 달리 안경이 선반대 ‘위’에 진열되어 있더군요.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고, 얼마든지 착용해 볼 수 있죠. 한국도 안경을 옷처럼 쇼핑할 수 있는 매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표를 내고 창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안경 좀 써봤다면 익히 들어 아는 알로(ALO)라는 브랜드를 박 대표가 창업했습니다.  "빈티지풍의 인테리어와 정찰제 가격을 콘셉트로 했습니다. 20~30대 고객을 타깃층으로 잡아 컬러풀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을 진열했죠. 입소문이 나면서 8년 동안 서울 신촌, 명동, 가로수길 등에 15개까지 매장을 냈습니다. 연 매출은 1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킥리뷰 14화 '브리즘 1편' 캡처

하지만 경쟁 매장이 우후죽순 나타나면서 위기를 맞았는데요. 경영 관리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자들과도 갈등이 생겨 결국 경영권을 넘기고 나왔다는군요.

좌절하고 있을 때  3D프린터 전문가 성우석 씨를 알게 됐습니다. “대학교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뭘 해보자는 게 아니라 3D프린팅으로 안경을 만들겠다는 지인을 ‘말려 달라’는 부탁이었죠. 그래서 만나 봤더니 안경 퀄리티가 너무 좋은 거에요.”

사업을 말리러 갔다가 반대로 공동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이 단박에 들어서였죠. “안경은 새로 디자인을 해서 주문 제작을 맡기면 완성되기까지 6개월이 걸립니다. 대부분 중국 OEM을 통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시 3D프린팅으로 제작하니 3주면 가능하더라고요. 3D 프린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작 기간은 더욱 줄고 있었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죠.”

◇브리즘 궁금증 막간 정리

/킥리뷰 14화 '브리즘 1편' 캡처

Q. 이곳에서 안경 맞추는 과정은 뭐가 다른가요?

브리즘에서 안경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력보다 얼굴 사이즈를 먼저 측정해야 하는데요. 180도로 돌아가는 3D스캐너 앞에서 얼굴 사진 한 장만 찍으면 됩니다. 측정을 할 때 수천 개의 점을 한꺼번에 얼굴에 뿌린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무수한 점들 사이 거리를 확인해 얼굴 각 부위의 간격과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죠.

Q. 안경 소재가 다양한가요?

이론적으로는 제작할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해요. 하지만 모든 소재를 이용해 안경을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립니다. 예를 들어 티타늄으로 안경 전체를 제작한다고 하면 원재료값으로만 30만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죠. 지금 저희는 나일론의 일종인 폴리아미드나 베타티타늄을 주로 사용합니다. 추후에는 금테, 은테 등 다양한 안경을 제작할 예정이에요.

/킥리뷰 14화 '브리즘 1편' 캡처

Q. 안경을 받아보기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보통 2주가 소요된다고 안내하는데요. 평균 열흘 정도 걸려요.

Q.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죠?

소요 시간은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한 달, 20일 넘게 걸렸는데요. 3D프린팅 기술이 발전되면서 제조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요. 저희 3D프린터로 안경 만드는 과정을 보면 마치 크레이프 케이크를 만드는 것 같다고 느낄 거예요. 3D프린터에 수치와 규격을 입력하면 미세한 가루 형태의 폴리아미드가 한층씩 쌓입니다. 한층이 쌓일 때마다 레이저로 지져서 고체로 굳히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 안경 형태가 완성되는 것이죠.

/킥리뷰 14화 '브리즘 1편' 캡처

Q. 가벼운가요?

무게는 7g 내외입니다. 100원짜리 동전 1개 정도의 무게인데요. 폴리아미드라는 소재 때문에 가볍게 만들 수 있어요. 폴리아미드는 무게가 가벼울 뿐만 아니라 유연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잘 휘어지면서도 빠르게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일반 안경에 비해 충격에 강합니다.

Q.어떤 모양으로든 안경을 만들 수 있는 건가요?

3D프린터로는 어떤 안경이든 만들 수 있어요. 축구공 모양, 세모, 네모 등 어떤 모양이든지요. 이런 장점을 활용해 여러 작가와 협업한 안경을 만들고 있는데요. 만화가 허영만 작가와 협업한 제품인 Huh-A(허영만-A), Huh-B(허영만-B)가 대표적입니다. 원작자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구현한 제품이 Huh-A모델이고, Huh-B모델은 Huh-A모델보다 안경테 굵기를 더 가늘게 제작해 일반 직장인도 보편적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허영만 화백이 브리즘과 협업해 만든 안경을 착용한 모습. 요즘 방송에서 착용하는 안경이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캡처

Q. 기존  안경점에서도 코받침과 안경 다리 정도는 매만져주는데, 이렇게까지 세세히 맞춰야 할 필요가 있나요?

오래 안경을 껴 본 분들이라면 공감할 겁니다. 귀와 코에 남은 자국이 염증이 된 경우가 많아요. 미관상 좋지도 않죠. 그래서 가벼운 명품 안경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인종이 다양한 미국에서 브리즘의 맞춤 안경 제작 과정이 잘 먹힐 거라 분석합니다. 우리나라보다 눈코의 위치, 미간 거리, 코 높이 등이 제각각이죠. 내년엔 본격 미국에 진출할 예정이고요. 2020년엔 CES(세계가전전시회)에도 나갔어요.

박형진 브리즘 대표와 브리즘에서 만든 안경을 쓴 허영만 화백. /더비비드,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캡처

Q. 온라인 주문도 가능한가요?

브리즘 매장에서 3D스캔으로 얼굴 측정을 한 적이 있다면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 사는 고객 중에서는 안경을 분실했다며 똑같은 안경을 색깔만 바꿔서 보내달라고 요청한 경우도 있어요.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