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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업 3년 만에 사표내고 창업 실패, 베이징대생이 지금 하는 일

온라인 셀러 사로잡은 데이터 분석 서비스 창업기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문리버 최경준 대표. /더비비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알짜배기 부업을 꿈꾼다.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오픈마켓 셀러로 활동하는 이들이 점점 느는 이유다. 하지만 인기 상품을 파는 건 마음처럼 쉽지 않다.

문리버 최경준(33) 대표는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는 셀러들의 고충을 간파해 전자상거래 데이터 분석 서비스 ‘아이템스카우트’를 개발했다. 12만명 넘는 셀러들이 아이템스카우트를 ‘상거래의 이정표’로 활용하고 있다. 최 대표를 만나 온라인 셀러 시장에 주목한 이유를 들었다.

◇첫 창업 쓴맛 본 베이징대생

온라인 셀러에게 필요한 정보가 모여 있다. /아이템스카우트 홈페이지 캡처

아이템스카우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셀러의 아이템 발굴을 돕는 서비스다. 포털 사이트와 오픈마켓에서 많이 검색되는 상품의 판매량, 광고 수, 최신 트렌드 등의 데이터를 모아 유의미한 정보로 가공한다.

이용자는 의류, 식품같이 큰 카테고리를 정한 후 경쟁도가 낮은 쪽으로 상품군을 좁히거나 요즘 떠오르는 키워드를 확인해 신규 아이템을 찾을 수 있다. 어부에게 좋은 고기가 많은 바다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셈이다.

아이템스카우트 서비스에 대해 설명 중인 최 대표. /더비비드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투자관리회사에서 분석가로 일했다. 입사 3년 차에 첫 창업의 방아쇠를 당겼다. “블록체인 기술에 큰 관심이 있었어요. 대세에 편승하는 것을 넘어 대세를 이끌겠다는 포부로 블록체인 거래소를 차렸습니다.”
첫 창업에서 쓴맛을 봤다. “소비자 반응은 좋았지만 정부의 규제에 부딪혀 1년 만에 문을 닫았어요. 씁쓸하지만 창업 열정을 다시 새긴 소중한 경험이 됐죠. 전 직장에서 재입사 제안을 했지만 선뜻 수락할 수 없었어요. 힘들더라도 가슴 뛰는 일을 계속 하기로 했어요. 다시 한 번 창업가의 길을 택했습니다.”

새로운 사업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 “저처럼 블록체인 거래소를 세웠다가 사업을 접은 문승우 씨와 연이 닿았어요. 지금 문리버의 이사죠. 공통 경험도 있고, 둘 다 투자에 관심이 많아서 합이 잘 맞았어요. 문 이사와 머리를 맞대고 분야별 시장 규모와 성장 속도 등을 비교하며 매력적인 시장을 찾았어요. 전자상거래에 주목하기로 했습니다.”

틈새를 찾기로 했다. “오픈마켓 입점, 자체 온라인몰 개설 등 셀러 입문 경로는 얼마든지 있는데, 어떤 아이템으로 승부할지가 난제더군요. 시장조사를 하려면 검색 순위, 업체 수, 판매 추이 등 포털 사이트와 오픈마켓의 다양한 지표를 일일이 찾아야 했죠. 직접 표까지 만들어 비교해야 하니 상당히 번거롭고요.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온라인 셀러들의 반응이 뜨거울 것 같았습니다.”

◇유튜버 ‘신사임당’이 토로한 뜻밖의 고충

아이템스카우트 초기 홈페이지. /본인 제공

셀러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했다. “직접 온라인 판매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어요. 유명 유튜버 ‘신사임당’에게 무작정 연락하기도 했죠. 마침 그분도 아이템 발굴 과정의 번거로움에 공감하고 있더군요. 곳곳에 산재한 데이터를 모으는 데 집중하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2019년 3월, 웹페이지를 통해 아이템스카우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처음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시장만 공략했어요. 검색 수, 상품 수, 광고 클릭 수 등을 크롤링(검색 엔진을 이용한 데이터 수집 방법) 했죠. 사이트는 개발자 출신인 문 이사가 직접 구축했어요. 의류, 잡화, 식품 등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품목별로 정보를 정리했습니다. 그 상태로 3개월 정도 반응을 살폈는데 특별히 광고하지 않아도 이용자가 점점 늘더군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2020년 2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본인 제공

직원을 채용하고 여러 투자처의 문을 두드리며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예비 셀러에게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모은다는 심정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갔다. “네이버에 이어 쿠팡, 11번가, G마켓 등 자료수집처를 늘렸어요. 셀러들의 의견을 토대로 서비스도 다듬었죠. 셀러들을 만나보니 대략적인 분야를 정해놓고 소재만 찾고 싶은 분, 분야와 상관없이 인기 있는 상품만을 찾는 분 등 다양하더군요. 포괄적인 소재를 찾을 수 있는 ‘아이템 발굴’, 구매량이나 조회 수가 많은 특정 상품을 확인할 수 있는 ‘상품 발굴’, 포털 사이트와 오픈마켓에서 많이 검색되는 키워드에 대한 종합 지표를 보여주는 ‘키워드 분석’ 등으로 서비스를 세분화했죠.”

특정 상품에 대한 종합 지표를 보여준다. /아이템스카우트 홈페이지 캡처

방대한 데이터를 보기 좋게 재가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데이터 속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야 해요. 예시로, 검색량이 많다소 해서 꼭 잘 팔리는 아이템은 아니에요. 각종 사이트에 등록된 판매 상품 수를 검색횟수로 나누면 ‘경쟁 강도’라는 지표가 나와요. 강도가 높을수록 경쟁이 치열하단 뜻이죠. 소비자가 많이 찾는 물건이라도 이미 포화 시장이면 승산이 없다는 걸 시사해요. 이런 데이터를 일일이 찾아 직접 계산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대폭 줄인 게 저희 서비스의 매력입니다.”

구색을 갖춘 후 심화 기능을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도 추가했다. “구독 서비스를 몇 개 단위로 나눴어요. 구독료가 높아질수록 제공되는 정보가 많아지죠. 예컨대, A 라면을 파는 셀러가 포털사이트나 오픈마켓에 ‘라면’을 검색했을 때 A 라면이 타사 라면보다 얼마나 많이 노출되는지 비교할 수 있는 정보들이죠.”

◇온라인 셀러 40% 이용, 고속 성장

키워드별 구매량을 그래프로 정리한 서비스. /아이템스카우트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셀러들의 창업 후기가 쌓이며 입소문이 났다.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여기저기서 저희 서비스가 언급됩니다. 몇 달 전 우연히 본 기사가 기억에 남아요. 온라인 셀러로 활동하는 20대 대학생인데 1년 반 만에 월 매출 3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더군요. 초기자본과 노하우 없이 도전해 성공한 사례죠. 사업을 조기에 안착시킨 비결로 저희 서비스를 꼽았더라고요. 생면부지 타인의 성공에 도움이 돼 뿌듯했습니다.”

선두주자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예비 셀러라면 한 번쯤 사용해 본 서비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온라인 셀러의 40%가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요. 전체 셀러 중 활성 판매자가 40%이니 거의 모두가 이용하는 셈이죠. 작년 한 해 유사 서비스가 20개 이상 생겼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보유한 데이터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덕입니다.”

최경준 대표와 아이템스카우트 서비스 화면. /더비비드, 아이템스카우트 홈페이지 캡처

입지를 굳히는 데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세웠다. “현재 서비스는 ‘어떤 걸 팔라’고 짚어주진 않아요. 데이터를 보기 좋게 제공할 뿐 결정은 이용자의 몫이죠. 한발 더 나아가 어떤 상품이 잘 팔릴지 예측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할 예정이에요.

연구개발팀을 신설해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있어요. 데이터 기술자와 교수진들에게 자문도 구하는 중이죠. 2~3년 안에 개발을 마치고 상품을 직접 팔아봄으로써 검증하려 해요. 예측이 적중한다면 상품이 잘 팔리겠죠. 어느 정도 정확도가 입증되면 정보를 판매할 계획이에요. 현실이 되면 나스닥 상장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창업 꿈나무에게 자신의 역량부터 파악할 것을 당부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더군요. 저도 대표의 자리가 쉽지 않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세요. 그리고 결심이 선다면 주저 말고 도전하세요. 일단 뛰어들면 무엇이든 하게 돼 있답니다. 저도 한 번의 폐업을 경험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요.

/장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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