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유통 업체 ‘통수산’의 온라인 사업 진출기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18년 ‘통수산’ 최준혁 대표는 22살 나이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젊은 패기를 무기로 사업 영역을 오프라인 식당 납품에서 온라인 오픈 마켓으로 금세 확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40억원. 최준혁 대표를 만나 온라인 수산물 유통 성공기를 들었다.
◇패기 넘치는 20대, 통영에서 일으킨 새바람
통수산은 어패류와 갑각류, 문어 등 20가지 넘는 수산물을 당일 수확해 판매한다. 사업 초기엔 오프라인 식당과 유통사 납품 사업을 주로 했다. 작년부터 온라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오픈 마켓에 진출하면서 사업 규모가 확 커졌다. 연 매출이 2020년 20억원에서 작년 40억원으로 1년 만에 2배가 됐다.
최준혁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통영에서 나고 자라 어려서부터 바닷일이 좋았다. 첫 직장은 활어 유통. “어선에서 잡아들인 물고기를 공장의 수족관으로 옮기고, 다시 수산물 운송 차량에 싣는 작업이었습니다. 언젠가 사업을 할 생각이라, 일이 고돼도 배우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수산물 유통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좋았죠."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1년 만에 일을 관두게 됐다. 차라리 일찍 사업을 시작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다른 곳에 재취업할 기회도 있었지만, 어차피 사업을 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위에 조업하는 분들도 젊은 친구가 사업하면 잘될 거라며 응원해주셨고요. 1300만원짜리 중고 활어 운반차를 중고로 사서 무작정 창업했습니다.”
먼저 오프라인 거래처를 확보했다. “매일 노량진과 통영 항구를 돌며 명함을 돌렸어요. 발로 뛴 덕분에 조개구이 식당, 노량진 수산 시장, 온라인 위탁 판매 업체 등에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었어요. 물건은 산지에서 경매를 통하거나, 이전 직장에서 안면을 튼 어민들과 직매 계약을 통해 구했죠. 밤낮없이 일하며 사업 규모를 키웠습니다.”
사업 초반에는 요령이 없었다. “운송차 한 대로는 물량 감당이 안 되면서 작은 규모의 공장을 마련했어요. 물량을 수족관에 입고하고, 세척과 선별과정을 거쳐 주문량에 따라 수산물들을 운반했죠. 관리법을 잘 아는 수산물만 다룰 때는 괜찮았는데,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어종별로 적정 수온 같은 게 모두 다르거든요. 어민들에게 관리법을 알아 와도 직접 해내는 건 다른 문제였어요. 적정 관리법을 익힐 때까지는 폐사하는 수산물이 많았습니다.”
코로나19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사업 위기도 겪었다. “사업 2년차에 코로나19가 시작됐습니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유통업체들의 최저가 경쟁이 심해졌죠. 위탁판매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유통업체가 마진을 줄이면 중개인들은 이윤 없이 일해야 하는 수준이 되더군요. 식당으로 납품하는 물량도 점점 줄고요. 신선식품은 매일 품목과 공급량이 달라지는데, 주문 물량까지 줄어드니 손해 보면서 일하는 날이 늘어갔어요.”
◇위기를 기회로 만든 오픈 마켓 시너지 전략
사업이 침체되면서 온라인 사업에 눈길이 갔다. “식당 납품 주문량이 줄어 고민하던 시기에, 지금의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가 온라인 판매를 추천하더군요.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2021년 10월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했어요. 모든 오픈 마켓에 입점한 건 아니고, 가장 고객이 많을 것 같은 곳에 먼저 입점한 거죠. 수산물 유통은 신선도가 생명이니 통수산이 지향하는 이미지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생각에 일단 제철 상품 판매에 집중했다. “수산물은 계절별로 주력 상품이 달라요. 10월에 입점했으니 겨울 제철 상품을 준비할 시기였죠. 통영에서 겨울에 제일 잘 팔리는 수산물은 ‘굴’이에요. 다가오는 굴 판매철을 성장 기회로 삼기로 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굴 조업장과 직매 계약을 했어요. 경매나 중개인을 거치면 수수료가 붙으니 직매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생각이었죠. 어장에서 바로 수족관으로 입고하면 신선도도 유지할 수 있고요. 공장에는 굴 ‘슈트기’라는 세척기도 정비해 입고된 굴을 두 번씩 세척하고 제품을 선별할 수 있는 포장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습득이 빠른 젊은 청년은 새로운 채널을 익히는 데 유리했다. “아내가 온라인 상세페이지를 손봤어요.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는지 분석해가면서요. 저희는 신선도가 잘 드러나는 사진을 제일 위해 배치했습니다. 또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무료 노출 프로모션’이라는 게 있어요. 판매자 페이지에서 원하는 제품의 프로모션을 신청해두면 쿠팡의 메인 홈, 오늘의 할인, 골드박스 등 여러 카테고리에 자동으로 제품이 노출되는 기능이죠. 추가로 드는 마케팅 비용이 없어서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굴 판매에 들어갔다. “무료 노출 프로모션 신청 전에는 하루 20~30개씩 판매됐어요. 그런데 프로모션 신청 이후 주문량이 수백개로 늘더군요. 제철 상품이 자주 노출되니 시너지가 난 거죠. 무료 노출 프로모션의 운영법을 연구하니, 상품 재고가 많으면서 구매 성사율이 높을수록 자주 노출이 되더라고요. 일단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이 소개되면, 다음 몫은 통수산의 품질력에 있었던 겁니다. 그래야 지속적인 노출이 가능했던 거죠.”
높은 구매율은 상품평이 견인했다. “저희 판매 페이지의 상품평이 3100건이 넘어요. 굴 제철인 작년 11월부터 3월까지 쌓인 리뷰죠. 상품평은 판매량에 직결됩니다. 상품평이 좋아서 믿고 구매했다는 리뷰가 많은 게 증거죠. 모든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고 상품에 문제가 있으면 제품을 다시 배송해드렸습니다. 기온이 오르면 제품 포장에 얼음과 해수를 더 넣는 등 포장에도 신경 썼고요. 덕분에 재구매율이 높아졌어요.”
쿠팡 마켓 플레이스에서만 월매출 1억원을 내고 있다. “주문이 많은 날에는 하루에 2톤씩 굴이 나갑니다. 급하게 주변 지인을 동원해 제품 포장을 하는 날도 있어요. 전날 정오까지 주문받으면 당일 배송이 원칙인데요. 지난 겨울 하루 2000박스씩 포장했습니다. 택배기사님이 오는 시간에 맞춰 온 가족, 친척, 지인이 모여 포장했죠. 조금이라도 포장이 늦어지면 제가 직접 택배사 지역 터미널에 굴을 나르기도 했어요.”
◇한 끗 차이가 성공 비결
사업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주문량이 늘면서 계절별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어요. 경매 없이 선단이나 어장주와의 직매 계약으로만 물량을 공급받고 있죠. 통영 어민들과 상생하고 있어요. 직원이 10명으로 늘었고, 온라인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 수족관 규모도 키웠어요. 140평 규모의 공장으로 확장 이전했죠.”
온라인에서 굴 말고 다른 제철 상품으로도 입지를 다지는 것이 목표다. “겨울에는 굴, 봄에는 암꽃게, 여름에는 새우와 가리비, 가을에는 수꽃게가 제철인데요. 굴 뿐 아니라 다른 제철 상품으로도 품질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암꽃게 수급에 집중하기 위해 태안의 신진도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고객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전국 단위 온라인 수산물 유통 브랜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빠른 상황 판단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사업으로 위기를 겪을 때, 온라인으로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기로 결심했다면, 그때부터는 서비스 질 제고가 중요해요. 남들이 제품을 한 번 세척할 때 두 번 세척하고, 포장할 때 녹을까 얼음도 더 넣고요. 온라인 폭설로 택배기사님이 안 올 때는 직접 포장해 택배 터미널까지 달렸습니다. 당시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노력이 지금의 통수산을 만든 것 같아요.”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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