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안 쓴 쌀가루 단백질 빵 ‘고프로틴’ 창업 성공기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건강한 음식에는 손이 잘 안 간다. 단백질빵 제조기업 ‘잇츠굿’의 이주미(47) 이사도 그랬다. 알레르기와 아토피를 달고 산 두 자녀가 그를 바꿔 놓았다. 밖에서 사 온 간식을 먹일 수가 없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들어 먹였다.
가족들과 먹으려고 만든 빵이 입소문 나 공장이 세워졌고, 전국의 운동센터와 카페에 납품을 한다. 잇츠굿의 이주미 이사를 만나 단백질 빵 ‘고프로틴’ 개발노트를 엿봤다.
◇특유의 향과 퍽퍽한 식감 잡은 수제 고프로틴빵
100g당 단백질의 함량이 11g(하루 영양성분 기준치의 20%) 이상이면 ‘고단백질’ 제품이라고 부른다. ‘고프로틴’ 단백질 빵은 그 기준을 충족한다. 제조 공정을 수제로 하는 수제 빵이다. 제품별로 100g당 11~18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빵 1개당 달걀 3개, 두부 2모의 단백질을 함유했다.
재료도 신경 썼다. 버터, 달걀, 밀가루, 우유, 정제 설탕, 방부제, 제빵개량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국산 쌀가루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다. 밀가루를 가공할 때 들어가는 식품 첨가물이 필요 없어 소화 부담이 적다. 그래서 밀가루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맛과 겉모양만 봐서는 일반 빵과 전혀 다를 게 없다. 호두⋅무화과⋅초코 쌀캄파뉴와 올리브⋅크랜베리⋅할라피뇨 쌀치아바타 총 6가지의 제품 구성으로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해동 후 전자레인지 30초, 토스터나 프라이팬 2~3분, 에어프라이어 200도 3분이면 쫄깃하면서 건강한 식사 대용 빵이 완성된다.
◇아이들이랑 집에서 만들던 빵이 사업 아이템으로
어려서부터 허약한 체질이었다. “40세에 둘째를 낳은 뒤로 몸이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요. 첫째가 5살이 될 때까지 같이 놀이터에 나가 놀 수 없을 정도였죠.”
20대에 잠시 택견 사범으로 일했던 남편이 도움을 줬다. “남편이 제 건강을 걱정하다가 직접 운동처방사 자격증을 따서 제게 운동을 알려주더군요. 덕분에 체력을 조금씩 회복했어요.”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나니, 식단과 영양에 관한 공부에 관심이 갔다. “2015년 제가 한 운동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남편과 함께 운동 센터를 열게 됐어요. 영양학 공부와 유전자 상담사 공부를 하며 식단 코치로 활동했죠. 유전자 검사지를 바탕으로 센터 회원들의 신체적 취약성을 함께 분석하고 식습관 관련 조언을 하는 일이에요. 이때 한국인들이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가 ‘단백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19~29세 성인 중 25%는 단백질을 부족하게 섭취한다더군요.”
◇단백질 빵 ‘고프로틴’ 개발노트
1. 건강해도 맛있는 빵을 만들어라 (제품 발상과 기획: 2016년~2021년 4월)
회원들에게 소개할만한 ‘맛있는 단백질’을 찾지 못했다. “운동하는 분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단백질 섭취예요. 근육 성장을 위해 단백질을 꼭 먹어야 하는데 시중의 제품들이 맛이 없어 고민하시더라고요. 저도 추천할 만한 제품을 못 찾았고요. 그때부터 고단백 간식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죠.”
알레르기와 아토피를 달고 사는 두 자녀에게 먹이려 집에서 만들던 간식에 단백질을 접목해봤다. “평소 집에서 아이들과 베이킹을 자주 했어요. 여기에 단백질 파우더를 한번 넣어봤어요. 베이킹은 온도나 계량에 예민해서 파우더의 양을 수십번씩 조절해야 했어요. 처음에는 레시피가 비교적 쉬운 단백질 쿠키나 스콘을 주로 만들었어요. 운동센터 회원들과도 나눠 먹었죠.”
반응이 좋았다. “지역에서 소문이 나 단백질 간식으로 TV 건강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였어요. 당시에는 제가 만든 간식을 남편의 운동 센터 홍보 기회로 삼았어요. 센터 회원들에게 단백질 간식 레시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만들어 팔아달라는 회원이 더 많더군요. 실제로 한 회원은 빵을 먹어보고 제게 동업을 제안했어요. 지금의 이수정 대표죠. 2021년 5월, 이 대표와 함께 잇츠굿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2. 단순한 단백질 보충 그 이상을 노려라 (제품 개발과 설계: 2021년 5월~9월)
시중의 단백질 보충 식품과는 차별점이 있어야 했다. “단백질이 좀 더 많이 들어가는 걸로는 상품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인의 체질에 주목했다. “유전자 상담사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요. 한국인이 당뇨가 많은 편이에요. 췌장의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 능력이 서양인보다 떨어지거든요. 흰 밀가루나 정제 설탕과 같은 단순당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주범이죠.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당뇨와 고혈압으로 이어지고요. 그래서 밀가루나 정제 설탕을 넣지 않은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간식보다는 식사 대용 빵을 중점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캄파뉴, 치아바타와 같은 식사 대용 빵의 레시피에 쌀가루와 단백질 파우더 반죽 배합률 실험을 계속했습니다.”
개발에 난관이 많았다. “캄파뉴나 치아바타의 형태를 갖추려면 일단 빵이 부풀어야 해요. 일반적인 빵 반죽은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이 반죽 속 이산화탄소를 붙잡아두면서 부풀거든요. 그런데 밀가루를 안 쓰다 보니, 빵이 퍽퍽하고 발효 과정에서도 부풀지도 않는 거예요.”
해결책은 발효법에서 찾았다. “발효 온도와 시간, 쌀가루와 단백질 파우더의 최적 비율을 찾아내 기공이 살아있는 폭신한 빵 만들기에 성공했습니다.”
단백질 특유의 향도 잡았다. “고단백질 간식은 특유의 향이 나요. 풍미가 좋은 재료를 섞어 단백질 냄새를 묻히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호두 캄파뉴의 경우 미국산 캘리포니아 호두를 사용하고, 올리브 치아바타에는 스페인산 올리브를 쓰는 식이죠. 다른 원료의 품질이 좋으면 걱정할 일이 아니었던 거죠.”
3. 유통경로 고려해 제조원을 선정하라 (제품 생산 및 판매 계획 수립: 2021년 6월~)
제조원의 위치를 정해야 했다. “제가 제품을 개발할 동안, 이수정 대표는 대전에서 공장을 구했어요. 앞으로의 판매 전략까지 생각해서요. 단백질 빵의 수요를 생각해보니, 온라인 판매는 물론이고, 전국의 운동 센터나 찜질 카페 등에 납품하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교통 요지에 공장을 세웠습니다. 원래 김해에서 살고 있었는데요, 공장을 대전에 차리기로 결심하고 6월 12일 바로 이사까지 했어요.”
공장 설립에만 3억원이 들었다. “식품 유형을 ‘빵류’로 등록하고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를 갖췄어요.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 절차도 거쳤어요. 일반 베이커리는 즉석 판매 제조등록만 거치면 되지만, 해썹 인증은 기준이 까다롭더군요. 컨벡션 오븐, 급속 냉동기, 반죽기, 분무기 등 모든 장비를 해썹 기준에 맞게 준비해야 합니다. 바닥재, 천장 소재까지 신경 써야 하고요. 예를 들어 분무기 하나도 해썹 기준에 맞는 식품용 물 분무기로 구비해야 하는 식이죠.”
◇자랑하고 싶은 영양성분으로 출시하자마자 2억 매출
2021년 9월 판매에 돌입했다. 출시와 동시에 운동 센터, 찜질 카페 등에 납품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약 2만5000개의 빵을 팔았다. 거의 모든 빵 제조 공정은 수제를 고수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지역별 운동 센터를 다니며 '고프로틴'빵을 홍보했어요. 고단백질 빵 특유의 냄새도 없고 퍽퍽한 식감도 아니라 좋다는 반응이 많죠. 만나는 헬스 트레이너마다 이 빵은 영양성분이 좋아 다이어트를 하는 회원들에게 권해도 된다며 좋아하세요.”
최근 온라인(https://bit.ly/3zzJNda)에서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2월에는 공장 근처인 대전 유성구에 오프라인 매장을 차렸습니다. 고프로틴빵을 알리는 차원에서요. 온라인으로는 판매할 수 없는 샌드위치나 파니니를 팔고, 레시피도 알려드리고 있죠.”
뻔한 이야기이지만 내 아이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임해왔다. “요즘엔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고,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회가 널려 있죠. 그만큼 대충 만들어선 소비자 눈에 띄기 쉽지 않더군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진정성을 꼭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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