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맨 관두고 귀농했던 20대의 근황

더 비비드 2024. 7. 3. 11:26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 생존기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유럽종 완숙토마토인 ‘따마토’를 판매하는 따옴 농장의 황종운(38) 대표. /황종운 대표

과일이나 야채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편견은 오래 전 깨졌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그만큼 판매 경쟁 또한 치열해졌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유럽종 완숙토마토인 ‘따마토’를 판매하는 따옴 농장의 황종운(38) 대표를 만나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성공 셀러 전략을 들었다.

◇새빨간 토마토 배송해도 괜찮아요?

온라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따옴농장의 토마토 브랜드 따마토. /황종운 대표 제공

따옴 농장은 2013년 농사를 시작한 황 대표가 2015년 사업자 등록을 하고 8년째 직접 운영하고 있는 업체다. 2020년 ‘농업법인회사 따옴 농장’ 법인으로 전환했다.

주력 상품은 유럽종 완숙토마토다. 당일에 따서 바로 배송하는 빨갛게 익은 토마토라는 의미를 담아 ‘따마토’라는 이름을 붙였다.

황 대표는 처음 도매 판매로 출발했다. 2018년 소매 판매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2019년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 쿠팡에서만 연 매출 4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상품 후기는 5700개가 넘는다.

삼성생명 신입사원 연수 때 절벽을 오르는 모습(왼쪽)과 퇴사하기 전의 황 대표. /황종운 대표 제공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2011년 삼성생명 마케팅 부서에 입사했다. 3년 차 직장인일 때 부모님이 운영하던 화훼 농장에 위기가 닥쳤다. “아버지는 한평생 농사에 헌신한 농업인이셨어요. 아버지가 자식처럼 키운 농장이 경매로 넘어가는 걸 지켜 보고 있을 수 없었죠. 제 명의로 대출까지 받아 가면서 아버지 농장을 낙찰 받았습니다.”

2013년 여름, 다니던 직장을 관뒀다. 아버지가 혼자 농사일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회사와 농장 중 어디가 저를 더 필요로 할까, 끊임없이 저울질했어요. 회사에서는 승진이 불투명해 걱정이었는데 시골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편에 속하니 경쟁력 있겠다 싶었죠. 다만 아버지가 하시던 화훼 농사는 유망하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생존하려면 다른 품종을 찾아야 했죠. ”

황 대표와 그의 아버지. /황종운 대표 제공

고민 끝에 선택한 작물은 토마토였다. “저처럼 농사에 입문한 사람도 지킬 것만 지키면 실패 확률이 적은 품목이라 판단했어요. 토마토 농사는 땅이 아닌 배지(작은 자루)에서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인데요. 배지에 작은 관을 연결해 생장에 필요한 양분을 녹인 배양액을 공급하면 됩니다. 땅에 심는 작물보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죠. 토마토 수경재배에 필요한 영양액과 양분 농도, 햇볕 양 등도 표준 재배법으로 정립돼 있어요. 농사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책이나 자료를 참고해 농사를 짓기에 적합한 품종이었죠.”

여러 종의 토마토 중 유럽종 토마토를 선택했다. “토마토 품종은 크게 유럽종, 동양종으로 구분됩니다. 동양종은 쉽게 말해 대저 토마토, 유럽종은 햄버거나 요리에 들어가는 단단한 토마토라 생각하면 됩니다. 동양종은 물컹물컹하고 빨리 물러져 택배로 보내기 쉽지 않아요. 반면 유럽종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배송해도 신선도가 유지됩니다. 나무에서 빨갛게 익었을 때 수확해서 배송한다면 신선함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황 대표는 선진 농법을 배우기 위해 네덜란드까지 갔다. /황종운 대표 제공

토마토가 빨갛게 익었을 때 수확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토마토를 키우는 과정은 다른 농장들과 큰 차이가 없어요. 이미 토마토 재배법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죠. 다만 수확법이 조금 달라요. 다른 농장들은 토마토가 60% 정도 익었을 때 수확하지만, 저희는 90% 정도 익으면 수확합니다. 수확한 뒤 실온에서 숙성한 토마토와 나무에서 광합성 작용을 거쳐서 익은 토마토는 영양소 측면에서 차이가 나거든요. 후숙할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유통했죠.”

◇도매에서 소매 전환, 소포장 무료배송으로 차별화

토마토 농사 초기, 농사 실패로 수십톤의 토마토를 폐기하기도 했다. /황종운 대표 제공

첫 2년 정도는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기본적인 고정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토마토를 수확하지 못해 늘 적자였어요. 농사를 책으로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건 다르더군요.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3년 차부터는 안정적인 수확량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손익 분기점을 넘기고 농장 운영의 기본 틀도 마련하자 온라인 판매에 욕심이 생겼다. “그전까지는 도매 판매 위주였어요. 가락시장이나 햄버거 가게에 납품하는 유통업체들이 거래 상대였어요. 납품받는 업체가 갑의 입장이다 보니 계약할 때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죠. 수익성 측면에서도 온라인으로 판매했을 때 30% 정도 더 이득을 보더라고요. 2018년부터 포털사이트에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황 대표는 스스로를 '젊은 농부, 청년 농부' 등의 타이틀로 홍보했다. /황종운 대표 제공

갑의 횡포를 비껴가니 무한 경쟁이 눈앞에 펼쳐졌다. 단 한 명의 소비자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에 진심을 다했다. “젊은 농부, 청년 농부, 대기업 출신 농부라는 타이틀로 스스로 홍보했어요. 조금이라도 강력하게 각인되기 위함이었죠. ‘황종운 농부의 토마토’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했어요. 황종운이라는 사람이 직접 농사를 지어서 판매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어요. 장인의 느낌도 나고요.”

신선한 상태로 배송되고 있는 토마토들. /황종운 대표 제공

‘2.5kg 소포장’, ‘무료배송’ 전략으로 차별화했다. “마트에서는500g, 1kg 등 소량 판매를 하고 있었지만, 농장의 기본 판매 단위는 5kg 이상이었어요. 이미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판매하다 보니 5kg으로 팔면 소비자들이 신선할 때 다 먹기에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죠. 무료 배송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조금씩, 자주 신선한 토마토를 배달해 드세요’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어요. 이 전략 전면 내세우기 위해 2.5kg 택배용 박스도 별도로 제작했습니다. 타 농장이 온라인 판매용에도 도매용 박스를 사용하는 것과 상반되죠.”

◇2019년 온라인 영업 확대

언론과 방송에서 여러 번 소개된 황 대표. /황종운 대표 제공

온라인 판매 생태계에 적응한 후, 유통 채널 확대에 착수했다. 2019년 쿠팡 의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했다. “온라인 판매 채널이 하나다 보니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창구를 발굴해야 했죠. 시장조사를 하다가 쿠팡을 발견하고 입점하기로 했습니다.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신선 식품 카테고리에서 강세를 보이는 플랫폼이었거든요. 제 판단을 틀리지 않았습니다. 입점 직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그 여파로 온라인 신선 식품 주문 건이 폭증해 전체 매출 중 쿠팡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증했습니다.”

쿠팡 입점 후 판매자 자동가격조정 기능 덕분에 매출의 기복을 줄일 수 있었다. "자동가격조정 기능이란 판매자가 상품 판매 가격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정해 놓으면 그 구간 안에서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기능입니다. 매번 일일이 판매자가 가격을 조정하지 않아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고객에게 노출될 수 있어 안정적인 매출의 기반이 될 수 있었죠."

일반 유통(왼쪽)과 따마토 농장직배송(오른쪽) 수확할 때의 숙성도 차이를 잘 보여주는 사진. /황종운 대표 제공

‘무료 노출 프로모션’ 도 요긴했다. “판매자 페이지에서 쿠팡 시스템을 통해 추천되는 상품 중 원하는 상품 의 프로모션을 신청해두면 쿠팡 내 메인 화면, 오늘의 할인, 골드박스 등 여러 코너에 자동으로 제품이 노출되는데요. 노출에 따른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어서 무조건 신청합니다. 한번은 3시간 정도 노출된 적이 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주문이 1000건 넘게 들어왔어요. 오픈마켓의 위력을 몸소 깨달았죠.”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으로 연 매출 27억원

수익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 /황종운 대표 제공

지난해 연 매출 27억원을 달성했다. 쿠팡 내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 정도다. “오픈마켓은 이용자가 많아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편이에요. 제품력을 갖췄다면 충분히 대박 날 수 있습니다. 셀러를 위한 프로그램도 풍부해요. 초보 셀러를 위한 기초 교육, 노하우를 공유하는 강연 등을 자주 진행하죠. 저는 이런 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이런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마켓을 운영하면 좋을 지 감 잡는 데 도움이 됐어요.”

주력 상품인 따마토 외에도 스테비아 토마토, 대추 방울토마토 등으로 상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식품 제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토마토 주스나 즙과 같은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블루베리나 사과 농가와 협업해 신제품도 만들 구상이에요. 7월부터는 식품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조성한 산업단지인 익산의 식품 산업 클러스터에 입점해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고 가공식품 사업을 체계적으로 확장해 나갈 생각입니다.”

토마토 주스나 즙과 같은 가공식품도 만들고 있다. /황종운 대표 제공

입소문의 힘으로 성장했다. “소비자 응대에 진심을 다했어요. 토마토 상태와 관련한 불만 사항이 접수되면 바로 응답하고, 되도록 환불해드렸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토마토를 수확하고 포장 작업을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나는 농사 지으면서, 우리 제품을 찾아주는 소비자 하나하나와 소통하고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요. 이렇게 일하다 보니 저를 믿고 계속 찾아주시는 단골도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판매량이 매년 40% 이상 증가하게 됐죠.”

농사와 직장생활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다닐 때 엑셀 작업을 많이 했어요. 회사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구상한 것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비교, 분석하고 도식화해서 데이터를 만들었는데요. 이런 분석 방식을 토마토 농사에도 적용했어요. 시기별 매출 추이 등을 꾸준히 정리한 덕분에 어느 시기에 판매량이 가장 높은지, 가격을 싸게 책정해서라도 재고가 남지 않게 해야 할 때는 언제인지 알 수 있었죠. 물량이 많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할인 행사를 진행해서 재고가 쌓이는 위험을 덜 수 있고요. 농사든 직장 생활이든, 일의 흐름을 파악하는 루틴과 나만의 방법론을 만들어두면 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나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