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프로가 된 전직 프로 골퍼의 하루
외환 금융위기(IMF)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던 시절,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 선수의 US오픈 우승 소식이 한국인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됐다. 이 소식으로 박세리 키즈들이 대거 탄생했다.
박지연 프로 역시 박세리 키즈 출신이다. 2012~2013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했던 그는 현재 골프 레슨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레인지엑스 반포점에서 그를 만났다.
◇상금왕 출신 박세리 키즈
179cm의 늘씬한 키를 자랑한다. 스스로를 ‘최장신 골퍼’라고 소개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최장신 프로골퍼 박지연입니다. 2012년 국가대표 상비군 생활을 했고요, 2015년 드림투어 상금왕, 다승왕 출신입니다.”
다섯 살 때부터 클럽을 쥐었다. “박세리 키즈입니다. IMF 시절 박세리 프로가 US오픈에서 우승하는 기사를 보고 아버지가 골프를 시켰어요. 신체조건이 워낙 좋아서 권한 것 같아요. 청소년기까지 학생 신분으로 대회를 나가다가 스무 살에 프로 자격증을 따서 27~28살까지 시합을 뛰었습니다. 2부 투어인 드림 투어에서 다승왕, 상금왕이 돼 정규 투어에 올라간 케이스죠. 서울대에 수석입학한 것과 유사하다 생각하면 됩니다.”
◇KLPGA 프로에게 원포인트 레슨 받은 결과
박 프로는 2020년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골프 레슨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그를 만난 공간 역시 골프연습장이었다. 레인지엑스의 론치 모니터가 설치된 연습장이었다.
깜짝 레슨을 받아 봤다. 영상 촬영 및 연출을 담당한 김선홍 PD가 특훈을 받았다. 박 프로는 김PD에게 스윙을 시켜본 후 자세를 고쳐줬다. 론치모니터의 화면을 조정해 박 프로 본인과 김 PD, 두 사람의 스윙 자세를 비교하며 설명을 했다. “임팩트 순간에 저와 PD을 보면 엉덩이의 위치가 다릅니다. 저는 왼쪽 골반이 많이 돌아가 있는 상태에서 임팩트를 하는데, PD님은 어드레스 상태(준비자세)일 때와 공 맞는 순간에 엉덩이의 위치가 같아요. 골프는 회전이 돼야 하는 운동인데 몸이 하나도 안 움직이고 거의 팔과 손으로만 치고 있어요.”
김PD가 모니터에 뜬 거리 데이터의 정확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프로가 몸소 실험을 진행했다. “‘스핀레이트’란 공의 회전수를 지칭하는 수치인데요. 클럽 헤드에 테이프를 붙여서 스핀레이트의 추이를 비교해볼게요. 마찰력이 줄었으니 스핀량도 줄어야겠죠.”
테이프 부착 전 김 7번 아이언으로 6200rpm의 스핀레이트를 기록했다. 테이프를 붙인 후 스핀레이트는 2089rpm으로 뚝 떨어졌다. “작은 변수 하나로 발생하는 차이를 이렇게 정확하게 잡아냅니다. 이제 좀 신뢰가 가나요.”
론치 모니터 덕에 정확한 레슨이 가능했다. 론치모니터는 대형 키오스크와 센서, 스윙 카메라 2개, 오토티업기로 구성됐다. 볼 데이터, 클럽 데이터, 플라이트 데이터 등 각종 데이터와 영상을 보면서 레슨을 할 수 있다. 클럽 헤드가 다니는 길, 공이 맞는 순간에 헤드가 얼마나 열렸는지, 총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골프 프로가 말하는 적정 필드 데뷔 시기
오랜 기간 선수로 활동하니 여러모로 지쳤다. 심리적으로는 경쟁이 힘들었고, 육체적으로는 잦은 부상이 버거웠다. 골프 레슨 코치로 전환한 새 삶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레슨생을 일일이 세보진 않았지만 150~200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4년 동안 배운 분도 있어요. 센터를 옮길 때마다 와 주시는 분도 있어서 참 감사하죠.”
프로가 생각하는 적정 필드 데뷔 시기는 언제일까. “몸을 잘 쓰고 운동 경험이 많은 분들은 일주일에 2~3번 연습해서 3~4개월만에 필드에 나가요. 일반적으로는 6개월 정도나 그 이상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한 후에 나가는 걸 권유하고 있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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