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의외로 디스크에 좋은 자세”

더 비비드 2024. 6. 28. 09:25

정형외과 전문의가 말하는 디스크의 오해와 진실


사회초년생 영지 기자의 취재 기록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담아봤습니다.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아는 사람들을 만나 어떤 경험이 자신의 색을 찾는 데 도움이 됐는지 물었습니다. 브이로그 인터뷰 시리즈 ‘인터뷰로그’를 게재합니다. 인터뷰로그 9화에선 바른세상병원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 서동원 원장을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양치질 후에 입을 헹구다가 ‘찌릿’. 목 스트레칭을 위해 고개를 젖혔다가 또 ‘찌릿’. 한 달에 한 번씩 담에 걸려 고생하다 결국 한 정형외과에서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습니다. ‘디스크는 재발이 잘 된다던데’, ‘완치하려면 수술해야 할까?’ 등 불안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죠.

한 달에 한 번 담에 걸려 고생하다 결국 한 정형외과에서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인터뷰로그 캡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니 디스크로 고민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2021년 목디스크로 내원한 환자는 99만명, 허리디스크로 내원한 환자는 197만명에 달했습니다.

디스크의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보기 위해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을 찾았습니다. 서 원장이 운영하는 바른세상병원은 개원 이래 200만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했습니다. 또 서 원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재활의학과·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동시에 취득하기도 했죠 서 원장을 만나 디스크의 시작과 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영상으로 내용 바로 확인>

◇국내 유일 8년 공부한 의사

영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서동원입니다.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죠. 지난 2005년 U-20 세계 청소년 월드컵에선 팀 닥터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주치의로 활동했습니다.”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동원 박사. /인터뷰로그 캡처

영지) 언제부터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동원) “고등학생 시절에 축구하다가 십자인대가 끊어진 적이 있습니다. 덜렁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외과를 찾아갔지만 빨간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준 게 전부였어요. 어머니께선 오랜 기간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으셨죠. 자연스럽게 척추·관절을 잘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재활의학과를 먼저 다니다가 정형외과 분야의 지식도 필요하단 생각에 각 4년의 전문의 과정을 모두 수료했습니다. 8년간 공부해서 전문의 자격증을 2개 딴 사람은 우리나라에 저밖에 없을 겁니다.”

◇목디스크의 오해와 진실

목 디스크 환자 중 목이 아프다고 병원을 찾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인터뷰로그 캡처

영지) 최근에 목 디스크 진단을 받기 전에 3년 정도 목과 어깨에 담을 달고 살았습니다. 어깨와 어깻죽지가 자주 아팠죠. 목디스크 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동원) “전기배선을 떠올려보면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령 누군가 전깃줄을 끊었을 때 전등이 문제인 줄 알고 새 전등으로 교체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죠. 신경회로도 마찬가지예요. 목 디스크 환자 중에 목이 아프다고 오는 분들은 별로 없어요. 오히려 어깨나 등, 팔이 아프다는 경우가 많죠. 원인을 찾지 못해 디스크가 악화하곤 합니다.”

목이 가늘고 긴 사람은 짧고 두꺼운 사람에 비해 목 디스크에 더 취약하다. /인터뷰로그 캡처

영지) 목 디스크에 유독 취약한 사람이 있을까요?

동원) “목이 가늘고 긴 사람이 짧고 두꺼운 사람에 비해 목 디스크에 더 잘 걸립니다. 목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의 양 때문이죠. 목뼈는 엄지손가락 정도 크기의 뼈 7마디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목 근육이 적은 사람일수록 불리합니다. 더군다나 현대인들은 컴퓨터,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일자목·거북목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지) 제 목이 딱 ‘일자목’입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옆에서 보면 일자목이고 앞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휘어서 척추측만증까지 의심된다더군요. ‘큰일이구나’ 싶었습니다.

동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자목·거북목도 노력하면 일곱 마디 관절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 올바른 C자 목이 될 수 있어요. 사실 저도 목디스크가 있습니다. 왼팔에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어서 목디스크임을 눈치챘죠. 수술 없이 3년간 목 안마기를 열심히 사용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답변 영상으로 확인>

닥터서동원 베개는 서 원장이 목디스크를 겪으면서 직접 연구해 만든 베개다. /인터뷰로그 캡처

영지) 목 디스크가 있을 때는 어떤 베개를 써야 하나요?

동원) “저도 목디스크를 겪으면서 수건을 돌돌 말아 보기도 하고 온갖 베개를 다 써봤습니다. 머리와 목의 모양을 그대로 구현한 베개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고민 끝에 직접 베개를 만들었습니다. 20년 이상의 목디스크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목 건강에 좋은 최적의 베개 높이와 각도를 찾아냈죠.

정상적인 경추 각도는 35도에서 45도 사이로 판단합니다. 누웠을 때 이 정상 경추 각도가 유지되게끔 베개를 만드는 게 관건이죠. 베트남에서 공수한 천연 라텍스를 이용해 베개를 만들고 제 이름을 걸었어요. 그게 바로 ‘닥터서동원 베개’입니다.”

◇디스크에 안 좋은 자세 월드컵

‘의자 위 양반다리’보다 ‘엉덩이 빼고 앉기’를 더 안 좋은 자세로 꼽았다. /인터뷰로그 캡처

영지) ‘디스크’ 얘기만 했다 하면 ‘바른 자세’를 강조하더군요. 그래서 목·허리 디스크에 안 좋은 자세 월드컵을 준비해 봤습니다. ‘의자 위 양반다리 vs. 엉덩이 빼고 앉기’

동원) “엉덩이 빼고 앉기가 더 안 좋습니다. 대표적으로 허리 C자를 막는 자세예요. 이대로 계속 앉아 있으면 후관절이 늘어나서 역 C자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턱 괴고 엎드리는 자세는 의외로 순기능이 많은 자세다. /인터뷰로그 캡처

영지) ‘쪼그려 앉기 vs. 턱 괴고 엎드리기’ 둘 중엔 어떤 자세가 더 안 좋나요?

동원) “턱 괴고 엎드리기는 오히려 목에 좋은 자세예요. 목의 C자를 만들어주면서도 머리를 받쳐주니까 목 관절이 편안해지죠. 허리의 척추도 올바른 방향으로 C자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이롭습니다.”

영지) ‘다리 꼬기 vs. 짝다리’ 이 대결은 어떤가요?

동원) “짝다리가 훨씬 안 좋습니다. 허리 디스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다리 길이의 차이입니다. 짝다리를 짚으면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척추 측만 등을 불러오죠.”

◇디스크 올바른 치료 방법

엎드린 자세에서 허리를 누르는 행동은 흉추(등뼈)를 펴는 데 도움이 된다. /인터뷰로그 캡처

영지) 어릴 때 아빠 허리 위에 한 번도 안 올라가 본 아들·딸은 없을 것 같아요. 정말 허리를 강하게 꾹 누르는 게 허리 디스크에 도움이 되나요?

동원) “정확히는 허리보다 ‘등’을 밟는 게 좋습니다. 세게 밟으면서 흉추(등뼈)를 펼 수 있고 허리는 C자가 되기 때문이죠. 비슷한 사례로 어깨를 주무르는 것도 좋습니다. 주변 근육을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목뼈와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들 수 있죠.”

<기사로 다 담지 못한 내용 영상으로 확인>

영지) 디스크는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동원) “디스크의 90%는 저절로 낫습니다. 우리 몸은 언제나 자연치유력이 있어서 섬유 연골이라는 수액이 터져 나와도 다시 본래 자리를 찾아갑니다. 따라서 수술을 너무 섣불리 결정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뼈 주사라고 알려진 ‘스테로이드 주사’는 양날의 검입니다. 스테로이드를 관절 속에 넣으면 섬유 연골이 흐물흐물하게 녹으면서 눌린 신경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풀리죠. 하지만 너무 자주 주입하면 물렁뼈가 아예 녹아버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보다 관절 사이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도수치료나 견인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권하고 싶어요.”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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