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연봉 2배 줄테니 지방에서 오라면 어떡할 거에요?"

더 비비드 2024. 6. 27. 13:31
“수도권 중소기업 vs 지방 대기업” 어디 가시겠어요?

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민 인터뷰 시리즈 ‘꼬집기’를 게재합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서울에서는 유난히 몸을 구기고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많다. /꼬집기 캡처

평일 저녁 7시. 퇴근길 지하철·버스에 몸을 실을 시간입니다. 서울에서는 유난히 몸을 구긴 채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이 비좁은 ‘수도권’이라는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왜 ‘내 자리’를 찾으려 애쓰는 걸까요. 정작 지방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말이죠.

지방 출신으로 서울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퇴근을 잠시 미루고 오랜만에 고향 이야기를 실컷 해봤는데요. 저마다 고향살이는 포기했지만 서울살이는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경북 영덕, 경남 창원, 전북 전주, 경기 양주 네 사람이 떠드는 서울과 지방 이야기입니다.

<영상으로 내용 바로 확인>

Q.자기소개 먼저 해볼까요.

(양주) “저는 5살까지 경기 안산에서 살다가 17살까지 양주에서, 지금은 의정부에서 살고 있습니다. 중간에 서울 중랑구에서 잠시 자취한 적도 있어요. 마음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던 양주가 제일 가깝습니다.”

(전주) “태어날 때부터 26년간 계속 전주에서 살았어요. 대학교 기숙사 때문에 인천에서 잠시 지내다가 직장을 서울로 잡으면서 2년 전부터 서울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 이름을 대신해 고향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꼬집기 캡처

(창원) “스무 살에 대학교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고, 미디어 계열인 직업 특성상 서울에 일자리가 몰려 있어서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영덕) “대학 진학과 동시에 상경해서 2013년부터 지금까지 딱 10년간 서울에 살았네요. 어릴 적 어머니께서 늘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관점이 다양해질 거라면서요.”

서울에선 음식 종류별로 먹고 싶은 음식을 언제든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꼬집기 캡처

Q.처음 서울에 왔을 때 제일 놀랐던 건 뭔가요?

(영덕)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여기 런닝맨에 나왔던 데다!’라고 하면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나요. 괜히 비상문도 한번 열어보고 방송 화면을 떠올려봤죠. TV에 나오는 공간들이 계속 눈 앞에 펼쳐진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어요.”


(양주) “배달 앱을 켰을 때 가장 놀랐어요. 양주에 있을 땐 ‘텅’이라고 뜰 때가 많았습니다. 배달 가능한 업체가 없다는 뜻이죠. 서울에선 음식 종류별로 먹고 싶은 음식을 언제든 배달시켜 먹을 수 있더군요. 서울 사람들은 이런 기분 모를 겁니다.”

◇현재 서울 직장 vs 연봉 2배 지방 직장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보면 2023년 1월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43만0018명 중 약 50%에 달하는 2599만0466명이 서울·경기도·인천에 살고 있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수도권·비수도권은 각각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이 너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좀 더 자세한 답변 영상으로 확인>

Q.서울을 떠나 다시 지방에 가려면 어떤 것이 충족돼야 할까요.

(전주) “지방에 회사들이 많이 생겨야만 갈 것 같아요. 한두 개 회사만으론 선택지가 너무 적고 평생 한 직장에 다닐 것도 아니니까요. 여러 회사들과 함께 인프라가 구축되면 교통편, 문화생활이 부족하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내려갈 의향이 있어요.”

(영덕) “차로 10분 이내에 대형병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께서 영덕에서 큰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대구에 있는 경북대병원을 가시는데요. 만약에 진짜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한 시간 두 시간 구급차 타고 가다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잖아요. 항상 그게 걱정이에요.”

Q.지방에 있는 회사에서 지금보다 연봉을 2배로 준다면요.

지방에 있는 회사에서 지금보다 연봉을 2배로 준다면 어떨 것 같은지 물었다. /꼬집기 캡처

(양주) “그래도 안 갈 것 같아요. 같은 서울이어도 회사가 왕십리에 있다가 광화문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뻤어요. 청계천, 광화문 광장의 맛을 봐 버려서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지방으로는 못 가겠어요.”

(영덕) “사실 전 서울을 포기할 마음이 있습니다. 서울이 좋긴 하지만 인구 밀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견디기 힘들어요. 기가 빨리는 기분이고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죠. 한적한 시골이 잘 맞아요.”

(창원) “저도 그럴 때가 있어요. 마음이 힘들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근데 딱 2주만요. 20대 이후에 형성된 모든 인맥이 여기 서울에 있습니다. 당장 내려가면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요. 고향 친구들도 대부분 외지로 나갔고, 남아 있는 친구들은 각자 가정을 꾸려서 자주 보기 어려울 거예요.”

◇지방러가 생각하는 지방 소멸

서울살이를 하는 지방 출신 4인방이 '지방 소멸'에 대한 의견을 한마디씩 남겼다. /꼬집기 캡처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 등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도권 소재의 150여 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이 같은 행보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KBS·MBC의 지방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기사로 다 담지 못한 내용 영상으로 확인>

(창원)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예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이미 들어온 사람을 분산시키는 건 어렵고 지역에 있는 인재를 잘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해요. 수도권에 살던 사람들은 당장 세종·중부권에 가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끼더군요.”

(양주) “지금 같은 상황에선 지방 소멸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서울로 몰리는 이유는 잘 갖춰진 교육 인프라와 좋은 직장 때문이죠. 지방 소멸을 막고 싶다면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있어서 그곳을 찾아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지방 출신임에도 지방 소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꼬집기 캡처

(영덕) “지방으로 가려면 뭐가 있어야 하나 얘기를 하다 보면 사람이 많았을 때 갖춰질 법한 것들을 요구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예요. 사람들은 인프라가 있어야만 지방으로 갈 텐데, 인프라가 생기려면 사람이 많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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