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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순간

"겨우 농사? 대저 토마토 한 철 수확해 올린 수입이요"

베테랑 농부의 40년 대저 토마토 농사

40년간 토마토 농사에 헌신한 키움농장의 김승배 대표. /이들의 순간 캡처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동 일대는 낙동강 하구와 바닷물이 쌓인 삼각주 지역입니다. 대저(大渚)라는 지명 자체가 큰 모래 섬이라는 뜻이죠.

이 지역을 유명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토마토’ 입니다. 대저 지역은 연중 온화하고, 바다와 인접한데다 일조량이 많아서 토마토 생육에 최적화됐습니다. 대저 토마토는 이 대저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인데요. 염분을 머금은 토양에서 자라서 새콤하면서 짭짤한 맛을 내죠.

대저 토마토 중에서도 당도 8브릭스 이상에 지름이 62mm 이하인 과실은 ‘짭짤이 토마토’로 분류됩니다. /이들의 순간 캡처

대저 토마토 중에서도 당도 8브릭스 이상에 지름이 62mm 이하인 과실은 ‘짭짤이 토마토’로 분류됩니다. 짭짤이 토마토는 기후, 토양, 시기 등 여러 환경 요소가 맞물려야 생장할 수 있기 때문에 희소한 작물로 꼽히죠.

이처럼 대저 토마토는 적절한 재배 환경과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요하는 까다로운 작물인데요. 대저 2동에서 40년간 토마토 농사에 헌신한 키움농장의 김승배 대표를 만나 농부의 일상에 관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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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토마토는 비싸다? 오해입니다

김승배 농부는 토마토 농사 2세대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토마토 농사를 물려받았죠. 그는 현재 현재 총 3000평, 비닐하우스 20동 규모의 농장에서 대저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대저 토마토는 보통 2월부터 수확을 시작해 3~5월에 집중적으로 출하가 이뤄집니다. 본격적인 수확철인 요즘 같은 시기에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김 대표는 “요즘 같은 시기엔 아침 7시쯤 농장에 도착해 아침저녁으로 토마토를 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승배 농부는 토마토 농사 2세대입니다. 집중 출하 시기인 3~5월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이들의 순간 캡처

대저 토마토는 고유의 풍미와 높은 당도로 유명한데요. 이는 수치로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유럽종 토마토의 경우 당도가 4브릭스 정도인데 반해 대저 짭짤이 토마토는 8~9 브릭스에 달한다.”며 “3, 4월이 되면 10 브릭스를 넘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릭스(brix)는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숫자가 높을수록 달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대저 토마토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대저 토마토는 2.5kg에 2~3만 원 선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런 시각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그는 “겨우내 토마토를 재배하는데 언 피해가 날까 봐 기본 난방에 보조 난방까지 더한다”며 “농부가 들인 노력에 비해 절대로 비싼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승배 농부는 대저 토마토가 비싸다는 인식에 대해 "농부가 들인 노력에 비해 절대로 비싼 것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순간 캡처

그의 말처럼 대저 토마토는 겨울의 추위를 인고한 작물입니다. 대저 토마토 재배를 재배하는데 9개월이 소요됩니다. 우선 8월 하순에 토마토 씨앗을 파종합니다. 싹을 45일 정도 키워서 9월 말이나 10월 초에 본 밭에 옮겨 심습니다. 이후 벌이 수정하고 나면 토마토 열매가 열립니다.

통상 토마토는 주간 25도, 야간 13도~15도 사이인 환경에서 잘 자라는데요. 대저 토마토를 기를 땐 야간에 10도 안팎의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온도가 높을수록 토마토의 생장 속도가 빨라지는데요. 단기간에 몸집이 커지면 대저 토마토 특유의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자라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둔다고 합니다.

대저 토마토의 생육 과정을 설명하는 김 농부. /이들의 순간 캡처

김 대표는 ‘대저 토마토를 기를 때 질소 비료를 많이 써서 몸에 안 좋다’는 인식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나도 먹고 손주도 먹이는데 몸에 해로운 걸 직접 먹이겠냐”며 “무기 비료보다는 퇴비 위주로 사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비료로 만든 단맛은 (대저 토마토의 단맛과) 맛이 다르다”며 “(짠맛, 신맛과) 조화를 안 이루면 실질적인 단맛이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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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나무 한 그루 당 수확되는 과실의 수

다 자란 토마토 나무는 ‘아파트’에 비유됩니다. /이들의 순간 캡처

다 자란 토마토 나무는 ‘아파트’에 비유됩니다. 아파트의 층 개념을 토마토에 적용한 것이 화방(토마토 꽃이 피어나는 토마토 꽃줄기)인데요. 통상 화방 하나당 4~5개의 열매가 열리며, 토마토 나무 한 그루당 4~5층의 화방이 형성됩니다. 김 대표는 “한 그루당 25개~27개의 토마토가 수확된다”고 말했습니다.

농부들은 다 자란 토마토 열매를 손으로 수확합니다. /이들의 순간 캡처

토마토 열매는 손으로 직접 수확합니다. 김 대표는 “토마토 꼭지를 깨끗하게 따야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서로 찔러서 상처를 낸다”고 말했습니다. 한 알 한 알 수확된 토마토는 농장 옆의 선별소에서 1차 선별됩니다. 토마토를 지름별로 나누고 비품을 걸러냅니다. 김 대표는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못난이 토마토는 이를 필요로 하는 유통처로 보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마토는 농장 옆의 선별소에서 1차 선별됩니다. /이들의 순간 캡처

1차 선별된 토마토는 대저농협산지유통센터에서 옮겨져 기계를 통해 자동 선별됩니다. 선별 작업은 긴 컨베이어 형태의 기기가 진행하는데요. 토마토의 크기뿐만 아니라 당도까지 판별할 수 있습니다. 크기의 경우 지름별로 2L, L, M, S, 2S 다섯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7.5브릭스 이상의 과실은 ‘고당도’로 분류되죠.

1차 선별된 토마토는 대저농협산지유통센터에서 옮겨져 기계를 통해 자동 선별됩니다. /이들의 순간 캡처

수확 작업은 보통 20~30분 소요되는데요. 한 작업이 끝나고 나면 선별기 근처 모니터에 해당 농가의 정보, 투입량, 고당도 과실의 무게, 폐기율, 총 중량 등이 표시됩니다. 선별 작업 후에는 포장 작업에 들어갑니다. 크기, 당도 등을 기준으로 갈 길이 정해진 토마토들은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 여러 채널로 유통됩니다.

<기사로 다 담지 못한 내용 영상으로 확인>

열과 성을 다해 키운 토마토는 얼마만큼의 수익을 가져다 줄까요. 김 대표는 “연 매출은 2억~2억5000만원인데, 이 중 비용이 1억4000만~1억5000만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난방비와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파종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한 농부에게 토마토는 소득 창출 수단 그 이상의 의미입니다. 김 대표는 “대저 토마토란 삶의 철학이자 내 혼신의 정이 모두 들어간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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