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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순간

전 세계 한국만 있는 과일, 70대 재단사가 귀농 후 비로소 찾은 운명

전남 순천시 해룡면 플럼코트 농부의 하루

플럼코트는 자두를 뜻하는 영어 플럼(Plum)과 살구를 뜻하는 애프리코트(Apricot)의 합성어입니다. 말 그대로 자두와 살구가 반씩 교배된 신품종 과일이죠.

자두와 살구를 합쳐 만든 신품종 '플럼코트'. /이들의순간 캡처

플럼코트는 농촌진흥청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처음 개발한 토종 과일로, 2013년부터 전국 농가에 묘목이 보급됐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과일이죠. 전남 순천시 해룡면에서 1800평 규모의 플럼코트 과수원을 운영하는 이순휴 농부를 만나 플럼코트 농가의 하루를 들여다봤습니다.

◇자두와 살구의 장점만 모은 ‘플럼코트’

순천시는 우리나라에서 플럼코트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입니다. 현재 순천에선 약 130 농가가 플럼코트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높은 지대·큰 일교차·풍부한 일조량이 삼위일체를 이뤄 당도 높은 플럼코트가 자라기 좋은 환경입니다.

플럼코트 과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과실의 향이 진하게 풍깁니다. 갓 딴 플럼코트를 한입 베어 먹어보니 살구의 부드러운 달콤함이 자두의 새콤함을 감싼 느낌이 들었습니다. 껍질이 얇아 소매에 쓱쓱 닦아 바로 먹어도 이물감이 없었습니다.

1800평 규모의 플럼코트 과수원을 운영하는 이순휴 농부. /이들의순간 캡처

플럼코트는 하모니·티파니·샤이니·심포니 4가지 품종이 있습니다. 이순휴 농부는 4개 품종을 모두 기르고 있습니다. 종별로 과육의 경도와 색이 조금씩 다른데요. 가장 선호하는 품종을 묻자, 이 농부는 모든 종이 예뻐 보인다며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현재 농협에선 온라인몰 미스타팜(https://mistarfarm.co.kr/)을 통해 플럼코트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8년 전 귀농한 플럼코트 전문가

이순휴 농부는 8년 전 플럼코트를 처음 접했습니다. 순천 시내에서 30년 넘게 옷 가게를 운영하다가 은퇴 후 보유한 땅 1800평에 플럼코트 묘목 170그루를 심었죠.

이 농부의 안내를 따라 과수원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이순휴 농부의 아내와 휴가를 내고 서울에서 내려온 딸이 플럼코트 수확에 한창이었습니다.

순천 시내에서 30년 넘게 옷 가게를 운영하다가 은퇴 후 보유한 땅 1800평에 플럼코트 묘목 170그루를 심었다. /이들의순간 캡처

나무에 탐스럽게 맺힌 플럼코트는 자두보다 크고 성인 주먹보다는 약간 작은 크기였습니다. 플럼코트는 수확시기가 임박할수록 껍질 색이 변합니다. 새파랗던 열매가 점점 노랗게 변하다가, 나중엔 붉게 물들죠. 플럼코트는 후숙 과일이라 껍질이 붉어지기 전에 수확합니다. 미리 열매를 따야 소비자가 먹을 때 적당히 익은 상태가 됩니다.

수확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시간’입니다. 해가 없는 오전에 수확 작업을 모두 마쳐야 합니다.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면 새파란 껍질도 노랗게 보이기 때문에 수확할지 말지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70대 농부의 현실 수익

이 농부가 귀농한 2015년을 기준으로 플럼코트의 묘목 값은 한 그루당 1만원이었습니다. 나무를 지지해 줄 철근 골격, 새를 쫓는 천장 그물 등 시설을 모두 구비하는 데에는 약 3000만원이 들었습니다.

이 농부의 농가는 지난해 플럼코트 2톤을 수확해 3000만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꽃가루와 비룟값 등 연간 필수적으로 드는 운영비 4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수익입니다. 플럼코트 나무는 8~15살까지가 열매를 많이 맺는 ‘청년기’인데요. 올해 딱 8살이 된 이 농부의 나무에선 작년보다 더 많은 열매를 수확할 전망입니다.

플럼코트는 6월 중순에서 7월 초까지 약 3주간 수확한다. /이들의순간 캡처

플럼코트는 6월 중순에서 7월 초까지 약 3주간 수확합니다. 이날 이순휴 농부는 해룡면 밭에서 192kg의 플럼코트를 수확했습니다. 수확한 플럼코트는 그날 순천연합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옮겨집니다. 현재 농협에선 온라인몰 미스타팜(https://mistarfarm.co.kr/)을 통해 플럼코트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농부가 순천연합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가는 길에 동행했습니다. 가는 도중 이 농부에게 플럼코트의 의미에 관해 물었는데요. 이 농부는 ‘자식한테 손 안 벌리고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고마운 작물’이라고 답했습니다. 마지막 힘닿는 데까지 플럼코트를 기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죠. 이 농부의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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