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 대표 장준 선수의 하루

더 비비드 2024. 6. 26. 16:49
세계 1위의 비결은 끝없는 훈련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 장준 선수의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장 선수는 2023년 1월 기준 남자 58㎏급 세계 랭킹 1위인데요.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기도 하죠. 7살에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해 2017년(당시 만 17세)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태권도 세계랭킹 1위 장준 선수를 만나 태권도 선수의 월급, 식단, 훈련방법을 속속들이 물었다. /이들의 순간 캡처

최근엔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가스공사 태권도단에 입단해 2023 항저우 아시안 게임 준비에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태권도 선수는 월급을 어떻게 받는지, 뭘 먹고, 어떤 훈련을 하는지까지 속속들이 물어봤습니다.


<영상으로 내용 바로 확인>

◇태권도 선수의 롤모델이 김연아인 이유

태권도 세계랭킹 1위 장준 선수의 하루는 러닝머신으로 시작됩니다. 워밍업을 위해 2분 전력 질주, 1분 휴식을 반복하는 인터벌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어 허벅지·코어·복근 등 근력운동을 이어갑니다. 모든 훈련 사이의 휴식 시간은 절대 3분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러닝머신 인터벌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의 순간 캡처

“원래 다른 형들이 하는 하체 운동도 같이 해야 하는데 최근에 발목 부상을 당했어요. 발차기 후에 바닥을 디디는 순간에 발목이 살짝 꺾였죠. 태권도 선수들에겐 흔한 부상이에요. 지금은 발목에 무리가 가는 동작을 최대한 피하고, 대신 코어 운동을 더 하고 있습니다.”

발목 부상을 입어 발목에 무리가 가는 동작을 최대한 피하는 대신 코어 운동을 더 하고 있다. /이들의 순간 캡처

<좀 더 자세한 답변 영상으로 확인>

장 선수를 태권도의 길로 이끈 건 친형입니다. 태권도 학원에 다니던 형을 따라다니면서부터 태권도 도복을 입기 시작했죠. 정작 형은 2~3년 만에 그만뒀지만 장 선수는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가 됐습니다. 장 선수에게 롤 모델이 누구인지 물어봤습니다.

“피겨 김연아 선수가 제 롤모델입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짓고 나서 좀 얼떨떨 했는데요. 그때 유튜브에서 김연아 선수의 영상을 보니까 그제야 올림픽에 나간다는 게 실감이 나더군요. ‘나도 김연아 선수처럼 올림픽 무대에서 경기를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저도 언젠가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태권도 선수’

매 식사는 숙소 안 식당에서 해결한다. 한국가스공사 전속 ‘어머님’의 식단을 따른다. /이들의 순간 캡처

장 선수는 키 183㎝에 63~64㎏을 오갑니다. 계체량을 맞추는 것도 선수의 임무입니다. 대회가 임박하면 5일 만에 5~6㎏씩 감량하는데요. 먹는 양을 급격히 줄이기보다는 운동량을 더 늘리죠. 야간에 혼자 땀복을 껴입고 러닝머신을 타는 게 효과가 좋다는군요. 직장인으로 치면 야근을 하는 셈이죠.

“태권도 선수도 ‘월급’이 있습니다. 실업팀에 들어가면서부터 선수마다 월급의 수준이 정해져요. 각 팀의 지도자인 감독님과 코치님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죠. S급 선수같은 경우엔 대기업 이상 버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일주일에 2번씩 마트에 갈 때마다 결제액은 200만원을 너끈히 넘긴다. /이들의 순간 캡처

매 식사는 숙소 안 식당에서 해결합니다. 한국가스공사 전속 ‘어머님’의 식단을 따릅니다. 재료가 떨어지면 선수들 2~3명이 짝을 지어 장을 보러 갑니다. 일주일에 2번씩 마트에 갈 때마다 카트 2개를 꽉 채우고 200만원을 너끈히 넘깁니다.

◇매일 해도 적응 안 되는 운동

장 선수의 발차기를 이기범 선수가 받아주고 있다. /이들의 순간 캡처


<기사로 다 담지 못한 내용 영상으로 확인>

오후부터 본격적인 태권도 훈련에 들어갑니다. 돌려차기, 옆차기, 뒤차기 등 기본 발차기 동작을 20% 정도의 힘으로 차면서 몸을 풉니다. 겨루기 훈련을 할 때는 짝꿍이 필요합니다. -63㎏급 이기범 선수와 짝을 이뤄 번갈아 가며 서로에게 발차기를 날립니다. 받아주는 사람은 양손으로 미트를 잡고 있어야 하죠.

“고무줄 양 끝을 발목에 걸면 훈련 강도가 더 세져요. 전 발목 부상 때문에 납 조끼를 입고 있는데요. 어깨에 어린이 한 명을 업고 뛰는 기분이에요. 특별히 다른 동작 없이 발차기 연습만 반복해도 금세 옷이 땀으로 다 젖습니다. 매일 하는 운동인데도 도저히 적응이 안 돼요. 항상 ‘죽겠다’ 싶을 정도로 훈련해요.”

오늘 훈련 어땠냐는 질문에 웃으며 '죽을 뻔 했다'고 답하는 장준 선수. /이들의 순간 캡처

오후 5시. 훈련을 모두 마친 선수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는 둥글게 모여 손을 쌓아 올렸습니다. 이내 “코가스(KOGAS)!”란 외침이 들렸죠. 장 선수는 “훈련을 마무리하는 의식 같은 것”이라며 민망한 듯 웃었습니다.

훈련이 끝나면 숙소로 돌아갑니다. 김지석 선수(-74㎏급), 이기범 선수(-63㎏급)와 같은 숙소를 쓰는데요. 장준 선수의 방을 들여다보니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은 세면도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매일 쓰는 칫솔, 치약, 로션이 열을 맞춰 누워있는 걸 보면서 장 선수의 생활 습관을 가늠해볼 수 있었죠.

장준 선수의 방을 들여다보니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은 세면도구가 눈에 띄었다. /이들의 순간 캡처
장 선수는 곧 자신의 인생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순간 캡처

“태권도는 제 ‘인생’ 그 자체입니다.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 태권도에게 맞춰져 있죠. 언젠가 나이가 들어서 선수로 뛰지 못하게 되더라도 태권도는 오랜 친구처럼 제 옆을 지킬 것이라 생각해요.”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