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부는 헬스케어 바람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건강 관리에 최신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분석한 보건산업브리프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0년 1418억달러(203조6531억원)이다. 여기서 매년 17.4%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4269억달러(2049조313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성장세에 힘입어 애플,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벤처 생태계에도 헬스케어 열기가 번졌다.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헬스케어 시장의 진화를 주도하는 중이다.
◇청년 의사가 만든 집에서 질병 자가 진단하는 앱
헬스케어의 기본 중 기본은 일상에서 몸의 상태를 관찰해서 큰 질병이 닥칠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다. 헬스테어 스타트업 메디아크는 질병 자가 진단·생활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우리닥터’를 개발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예측하는 서비스다.
앱에 접속해 주어진 질문에 응답하면서 환자가 질병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다. 응답을 마치면 의심되는 질병이 순위로 도출되고, 대한응급의학회의 응급도 분류체계를 기반으로 한 응급도를 점수화해 알려준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은 서너가지의 질문에 답하면 알 수 있고, 증세가 심한 중증일수록 질문이 많아지는 구조다. 증상부터 가족력까지 다양한 질문을 통해 결과를 낸다.
당뇨, 고혈압, 비염, 과민성대장증후군, 식도염 등 생활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자는 생활 관리도 할 수 있다. 운동·수면·식이 데이터를 입력하면 생활 습관에 대한 분석 내용과 의료적 권고 사항이 나온다.
메디아크의 이찬형 대표는 만 27세에 내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의다. 그는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메디아크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해외에 체류하고 있거나 인프라가 부족한 외딴 곳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당장 의사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며 “의사가 없더라도 환자가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전문 지식을 살려 의사가 병원에서 활용하는 문진 체계를 기반으로 질문 알고리즘을 짰다. 100명 이상의 분과 별 의료진과 협력해 개발했다. 소아청소년과를 제외한 모든 분과의 질병에 대한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서비스 이용료는 무료다. 이 대표는 “평균수명과 건강수명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정 신체부위 타깃으로 하는 ‘핀셋’ 솔루션이 대세
메디아크가 건강 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라면 특정 신체부위를 집중 관리하는 ‘핀셋’ 서비스를 운영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있다. 구강관리 기기 ‘코모랄’의 개발사 에스엠디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코모랄은 직육면체 형태의 본체에 ‘워터렛’이라고 부르는 마우스피스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구강 세정기다. 워터렛을 입에 문 뒤 기기를 작동하면 사방에서 60개의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구강 내 이물질과 플라그를 제거한다. 입속에 있던 물은 기기가 자동으로 흡입해 배수통으로 보낸다. 워터렛을 입에 물고 있는 것만으로 구강 세정이 완료되는 것이다.
에스엠디솔루션의 김현정 대표는 서울대 치대 교수이자 의사다. 그는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부설 장애인 치과(현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 진료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환자를 위한 구강관리 기기의 필요성을 느꼈다. 김 대표는 “환자의 치아 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많은 장애인과 중환자들이 치주염을 달고 사는 현실에 강한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정부와 서울대기술지주회사로부터 50억원을 지원받아 5년여끝의 연구 끝에 구강관리 기기 코모랄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코모랄은 참신함과 사회적 필요성을 두루 인정받았다. 2020년 1월, 유명 기업과 유망 스타트업이 모인다는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2021년 11월 산업기술진흥유공 포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작년 미국 UCLA에서 임상실험을 해 플라그 제거 효과까지 검증받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료기기로 등록했다.
삼성전자 출신이 설립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브레싱스는 폐 건강관리 기기 ‘불로(BULO)’를 만들었다. 폐는 한번 나빠지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는 취약한 장기다. 브레싱스의 이인표 대표는 폐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아픈 기억이 있다. 그는 “폐는 통증이 없는 기관이라 악화되기 전까지는 발병한 줄도 모르고 방치하기 쉽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집에서 호흡기를 관리할 수 있는 기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불로 개발 시 정확한 측정 기술, 데이터 분석력을 갖추기 위해 삼성전자, 삼성메디슨 출신 연구원들이 뭉다. 2018년 브레싱스를 설립했고, 불로 시제품을 만들어 2년간 수많은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미국 흉부학회, 유럽 호흡기학회 표준파형테스트에서 97%의 정확도를 확보했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원기둥 모양의 불로를 입에 물고 바람을 세게 물면 기기 내부의 센서가 호흡의 양과 압력을 측정한다. 호흡 세기나 길이에 따라 폐활량, 폐 근력, 폐 지구력, 폐의 나이 총 4가지를 측정할 수 있다. 20대 청년도 관리 정도에 따라 70대 폐 나이가 나올 수 있다.
기기를 전용 앱에 연동하면 측정 결과에 따른 호흡 운동법을 추천받을 수 있다. 하루 5분 관리로 폐활량, 폐근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기기 하나만 있으면 마우스피스만 교체해서 온 가족이 쓸 수 있다. 불로 애플리케이션에는 데이터가 자동 저장돼 폐 건강 상태 변화를 매일 확인할 수 있다. 전보다 폐활량, 폐근력, 폐나이 등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그래픽으로 볼 수 있다.
브레싱스 역시 불로로 기술력을 인증 받았다.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 열린 월드아이티쇼(World IT show)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KES 2021(한국전자전)에선 혁신상도 받았습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도 입점했다.
불로의 성공을 발판으로 의료기기 ‘불로M’도 개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큰 부피의 진단 폐활량계의 성능을 충족하면서 소형화한 것이 핵심이다.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과 CE MDR(유럽 의료기기 인증 제도)을 준비하고 있다.
불로의 하드웨어를 설계한 브레싱스의 공동창업자 윤기상 이사는 “헬스케어 시장에는 아직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그만큼 도전할 과제도 많은 거다. 불로를 이용한 디지털 치료제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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