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유능성 높은 아이로 키우는 법
친구가 먼저 제안하는 놀이를 즐겁게 따르는 아이 A. 친구에게 먼저 놀이를 제안하되, 이것저것 요구 사항이 많은 아이 B.
A와 B 중 어느 아이가 친구들과 두루 잘 어울릴까. 많은 부모들은 ‘적극성’을 대인 관계의 주요 지표로 생각하고 B가 친구 관계를 잘 맺을거라 생각한다. A는 친구가 하자는 대로 따르는 수동적인 아이로 판단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또래 관계를 파악할 때 아이가 따르는 입장인지, 리드하는 입장인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보다는 아이의 욕구와 관계속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이의 행동양식을 이해하는 판단근거로 작용한다. 부모교육 전문가 오연경 박사가 ‘어린이집에서 살아남기’에서 클래스에서 ‘또래 유능성 높은 아이로 키우는 법’을 공유했다.
◇보이는 행동보다 ‘목적’ 파악이 중요
또래 유능성이란 또래와 잘 어울리고, 갈등이 있을 때 타협을 잘하는 등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자신의 목표를 주도적으로 이루어 나가는 능력을 일컫는다. 3~5세 아동은 학령기(7세~12세의 초등교육을 받을 의무가 발생하는 아동)에 이행하기 전에 또래 유능성을 체득해야 이후의 성장단계에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덜 겪는다. 그만큼 부모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시기다.
또래 유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 아이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자신의 욕구보다는 친구의 의중을 먼저 살피는 모습을 보이면 ‘집에서는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가 왜 저 친구만 만나면 끌려 다니는지’ 걱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아이의 목적이 놀이가 아니라 그 친구와의 관계 형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친구의 말을 따르는 행동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목적과 마음을 정확히 알아 봐주는 것이다. ‘저 친구와 재미있게 놀고 싶어서 오늘은 다른 놀이를 하는 거니?’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것도 좋다. 이 경우 아이가 친구에게 양보하는 것이 또래 유능성을 높이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두번째 기준은 갈등이 일어났을 때 목적만 지향하는가, 목적을 포기하는가, 조율하는가 파악하는 것이다. 셋 중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아이와 우리 아이의 합의점을 찾아서 조율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하자. 좋은 마음으로 친구에게 말을 걸고 스킨십을 하는 것이겠지만 상대방 아이 입장에서는 호의가 폭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상대의 반응을 헤아리지 않고 자신의 목적만 추구하는 셈이다. 이런 아이는 사교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또래 유능성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세번째 기준은 갈등상황이 개인욕구에서 출발하는가 관계욕구에서 출발하는가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갈등이 ‘장난감’ 갈등이다. 이때 장난감을 독차지하고 싶어서 싸운 건지, 장난감을 친구와 더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에 싸운 건지 파악해야 한다.
보통 물론 일반적인 3~5세 아동들은 관계욕구보다는 개인욕구가 더 크다. 그래서 이 시기엔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친구와 노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체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양보하는 법도 배워 나가야 한다. 부모들은 이 시기의 아동들은 개인욕구가 클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 또래 유능성 키우는 법
또래 유능성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우선 개인욕구를 관계에 대한 욕구로 전환시켜줘야 한다. 소유욕이 강한 아이의 경우 집에서부터 양보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많이 가진 긍정적인 상태에서 양보를 시도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이가 6~7개의 인형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엄마에게 하나만 달라고 요청하고, 이에 대한 감사를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와 엄마가 물건을 교환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여기서 더 나아가 친구와의 만남을 앞두고 있을 때, 엄마들끼리 미리 교환할 장난감을 약속하고 만날 것을 권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친구에게 줬더니 친구가 좋아하는 걸 주는 선순환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친구를 만날 때마다 재미있는 일과 좋은 일이 생기면 관계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또 다른 방법은 아이들이 함께 놀이의 즐거움을 느끼며 만날 동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시기 아동은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구를 해소시켜주면서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갖게 해줘야 한다. 부모가 ‘친구에게 장난감을 양보하라’고 강요하면 아이는 친구라는 대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시기의 어린이들은 또래 친구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만 느끼지 않게 해줘도 육아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솔루션은 또래 관계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관계의 기술은 ‘눈치’에서 나온다. 그리고 상대의 표정이나 비언어적 메시지를 보고 상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보통 부모와의 관계에서 학습한다.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친구 관계에 적용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친구 눈치만 보는 아이 VS 친구를 때리는 아이
또래 유능성을 키우는 과정에서 아이가 눈에 띄는 특정 행동양식을 반복한다면 눈여겨 봐야 한다. 예컨대, 친구의 요구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포기해버리는 아이는 또래 유능성이 낮은 아이다. 갈등을 직면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회피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갈등을 해결해서 만족감을 얻은 경험이 적은 아이들이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지나치게 공감해 줄 경우에도 저런 성향이 발현된다.
이 경우 부모는 아이에게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해야 한다. 부모가 문제의 친구와 장난감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이가 희망하는 바를 포기하지 않게 해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아이들은 공격성 발현의 원인에 따라 달리 대해야 한다. 집에서부터 장난감 무너뜨리기를 하거나 아빠와의 몸싸움을 자주 하는 아이에게는 과격한 행동이 친근감의 표현일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멈추고, 조절하는 정적인 놀이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놀이를 전환해야 한다.
친구를 때리거나 꼬집는 등 목적을 가지고 공격하는 경우 그런 행동을 하는 욕구에 집중해 분노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집에서 아이가 공격성을 띨 때 따끔하게 훈육해야 한다. ‘친구를 때려선 안 된다’는 순간의 꾸짖음만으로는 아이의 나쁜 행동을 멈출 수 없다.
마미톡 앱을 설치하면 해당 클래스의 전문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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