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농촌 아닙니다" 기술 혁신으로 1000억원 매출 올린 양평농협의 성공스토리

2025. 6. 19. 08:13인터뷰

양평농협 한현수 조합장

물 맑고 산 좋은 경기도 양평군은 수도권 시민들이 사랑하는 여행지다. 서울 시내에서 차로 1~2시간이면 청정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 주말이면 방문객으로 붐빈다.

친환경 농산물을 들고 포즈를 취한 양평농협의 한현수 조합장. /더비비드

양평이 생태 도시로 자리매김한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양평은 팔당 수도권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개발이나 산업 활동에 제한이 있다. 영리 활동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양평군민들은 제3의 길을 발굴해야 한다.

양평농협은 친환경 농산물과 스마트농업에서 살 길을 찾았다. 양평농협은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급식으로 납품하고, 청년농, 귀농·귀촌인, 작목반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교육을 하면서 지능형 농업 확산을 주도하는 중이다. 양평농협의 한현수(70) 조합장을 만나 제약 속에서 농민을 위한 길을 찾는 농협의 역할에 대해서 들었다.

◇ 수도권 학교 급식으로 납품되는 친환경 농산물

친환경 농산물 전처리 하는 모습. /더비비드

양평지역 농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양평농협은 농민 대상의 교육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사업으로 관내 농민들의 먹거리를 적극 발굴하는 중이다. 양평읍, 옥천면, 강상면, 강하면 6000여명의 조합원을 대표하고 있는 한현수 조합장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조합장 자리를 지켜온 3선 조합장이다. 농협에 근무했던 37년을 더하면 약 50년 농협에 몸 담았다.

요즘 그가 역점을 두는 건 친환경 농산물 유통 사업이다. 양평군은 2005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됐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 면적만 1233ha(약 369만평)에 이른다. 주력 농산물은 친환경인증쌀, 근채류, 엽채류 등이다.

산업 시설이 없다는 특성 덕분에 양평군의 토양은 건강하다. 유기물 함량이 풍부해 토양의 생산성도 좋다. 양평농협이 2021년부터 양평군과 협력해서 운영 중인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는 이런 지역의 특색을 활용해 친환경 농산물 생산성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친환경인증벼 3000t(유기쌀 1000t, 무농약쌀 2000t), 감자 700t, 양파 800t, 상추나 쑥갓 같은 엽채류 1800t을 생산했습니다. 일 년 동안 경기도 친환경 농산물의 24%를 이곳에서 생산한 셈이죠.”

전처리 후 포장까지 완료된 친환경 농산물. 학교 급식이나 수도권 하나로마트로 납품된다. /더비비드

양평군의 친환경 농가는 수도작에 우렁이 농법을 활용한다. 원예농산물을 키울 때는 BM활성수 같은 친환경유기농액상비료를 쓴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는 사령탑 역할을 한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다 보니 병충해 예방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농가를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해서 친환경 농산물 기준에 적합한 농산물 생산을 장려합니다. 또한 우렁이, 유기질비료 같은 친환경 인증 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해 등 친환경 농사 제반을 지원합니다.”

당일 수매한 친환경 농산물은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 입고돼 세척, 절단 등 전처리 작업을 거친 뒤 익일 새벽에 출고된다. “친환경인증쌀과 감자, 양파 같은 원예 농산물은 수도권 주요 지역의 학교 급식으로 납품됩니다. 관내 생산 물량보다 계약 물량이 많아 경기도 타 지역의 친환경 벼를 일부 수매해야 할 때도 있죠. 그만큼 반응이 좋아 관내 친환경 물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도권 하나로마트에도 납품됩니다. 경기도 농협 친환경농산물 브랜드 ‘아침마루’ 브랜드로 유통되고 있죠.”

◇ 농촌 고령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특단의 대책

스마트농업지원센터 내부 전경. /더비비드

양평농협의 두번째 자랑거리는 스마트농업지원센터다. 시설 전체 면적 약 4488 ㎡(1357평) 규모에 달하는 스마트농업지원센터는 친환경 스마트 농업 기술 교육 시설이다. 매년 5~10명의 청년농업인과 귀농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시설에서 딸기, 토마토, 엽채류 재배하는 법을 교육한다. 교육생은 이론뿐만 아니라 양액 재배기술을 실습하며 스마트팜 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스마트농업지원센터는 농촌 고령화, 기후 위기 등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탄생했다. “청년층의 이탈, 고령화 등으로 농촌의 풍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양평군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지만, 노동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죠. 설상가상 기후 변화로 노지 재배 면적이 축소되는 실정입니다.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해법을 스마트팜에서 찾았습니다. 스마트팜은 적은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합니다. 또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죠. 양평농협 스마트농업지원센터는 도심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수도권 스마트농업 확산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생들이 양액 재배 방식으로 키운 방울 토마토 옆에서 포즈를 취한 한 조합장. /더비비드

양평농협 스마트농업지원센터는 스마트농업에 재생에너지를 접목해 주목받았다. “스마트팜 비닐온실 상부에 설치한 64kw 규모의 태양광 설비에서 냉난방과 사물인터넷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자가 생산합니다. 국내 최초의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 농업모델로, 제한된 공간에서 농산물 재배와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실현함으로써 생산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죠. 교육생들은 스마트팜 생산원가를 낮추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농업모델을 현장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스마트’라는 명칭답게 첨단 기술이 총동원됐다. “’노지 스마트농업 통합지원분석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인공지능을 CCTV처럼 활용해 농지의 토양상태, 작물, 잎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입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농민의 스마트폰에 필요한 영농 활동을 지시합니다. 인공위성을 농산물 재배에 활용한 국내 첫 사례죠. 농민들은 수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농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냅니다. 기술로 수고로움을 덜어서 연세가 많은 농민도 보다 효율적으로 영농작업을 했으면 합니다.”

스마트농업지원센터에서 재배한 토마토와 엽채류. /더비비드

스마트농업지원센터를 거친 교육생들은 농가 창업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의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 농업중앙회와 귀농 정착을 위한 컨설팅을 실시한다. “스마트팜을 활용하면 지역 농가의 생산성 향상, 소득증대, 노동력 절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농가와 예비 귀농인들은 스마트팜 기술을 직접 체험하면서 노하우를 습득해, 초기 실패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죠.”

◇ 경제사업으로 1000억원의 실적 달성, 농업경제사업 대상 수상

한 조합장은 친환경농업과 스마트농업 보급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더비비드

친환경 농산물 판로 확충과 스마트팜 보급에 앞장선 노력은 달콤한 결실로 돌아왔다. 양평농협은 2024년 경제사업에서 10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친환경 농산물 사업 부문에서 큰 성장을 이룬 덕이다. 그 결과 농협경제지주가 선정하는 ‘2024 농업경제사업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앞으로도 친환경농업 육성과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에 주력할 계획이다. “친환경 농사에 이모작을 도입해 농산물 품목을 늘리고, 가공식품을 개발해서 수입원을 다각화할 구상입니다. 판로 확대 차원에서 서울 학교 급식 납품도 준비 중입니다. 농촌의 풍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술과 지원이 없으면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언제나 농민의 편에서 친환경 농업과 미래 농업의 표준을 제시하는 농협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