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9. 08:03ㆍ인터뷰
월간 쌀맛선 및 균형미 개발기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속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영양소가 풍부하고 높고 혈당 상승을 막아주는 잡곡밥을 찾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농협은 최근 잡곡밥 ‘균형米’’(균형미)를 선보였다. 백미에 다섯가지 잡곡을 더한 제품으로, 잡곡을 종류별로 계량하거나 따로 불릴 필요 없이 한 번에 취사가 가능하다. 농협의 구독 서비스인 월간 농협맛선을 통해 정기적으로 배달 받을 수 있어서 접근성도 좋다. 농협이 구독형 잡곡밥을 선보인 이유는 뭘까.
◇ 950명의 소비자 조사 끝에 탄생
지난 4월 23일 농협은 월간 농협맛선 ‘쌀맛선’ 서비스를 론칭했다. 비슷한 시기 출시 2주년을 맞이한 월간 농협맛선은 국산 농산물이나 농산물 가공 식품을 주기적으로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다. 제철 과일 구독 서비스인 과일맛선으로 출발해 김치맛선, 건강맛선(건강기능식품)에 이어 최근 쌀을 정기배송하는 쌀맛선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농협은 쌀맛선을 준비하면서 구독 서비스 전용 상품도 개발했다. 농협 균형미가 그 결과물이다. 백미에 찰현미, 귀리, 겉보리, 압맥, 찰기장 등 5가지 잡곡을 황금비율로 배합한 제품으로 4kg과 8kg 단위로 구독 가능하다. 현재 구독 신청자에게 500g 맛보기 제품을 무료로 배송하고 있다.
균형미는 구독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개발됐다. 일회성 구매에 그치지 않고, 정기 구독으로 이어지려면 관심을 끌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간 농협맛선을 기획한 농협경제지주 염경선(39) 과장은 “소비자들의 쌀 섭취 방식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며 “다양한 브랜드와 산지의 쌀을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었고, 잡곡을 혼합해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려는 경향도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새로운 형태의 ‘쌀맛선’ 서비스를 기획 및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쌀맛선을 위해 ‘농협 삼각편대’가 손잡았다. 농협경제지주가 쌀맛선을 기획하고, 농협식품R&D연구소가 균형미를 개발하고, 농협양곡이 원곡을 조달하는 식으로 협업했다. 염 과장은 “쌀 관련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농협이 국내 1위”라며 “농협이라는 조직의 특성을 살린 덕에 신속하게 균형미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론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잡곡밥을 기피하는 이유에 답이 있었다
농협식품R&D연구소는 쌀맛선의 주인공인 균형미를 개발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잡곡밥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부터 파헤쳤다. 잡곡밥을 기피하는 첫번째 이유는 식감이다. 상당수의 소비자가 ‘거칠고 목넘김이 부드럽지 않아서 잡곡밥을 좋아하지 않지만 체중관리 등 건강 증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다’고 답했다.
번거로운 관리와 취사도 잡곡밥 기피 현상에 한몫했다. 잡곡밥을 만들 경우 곡물별로 보관 및 관리를 해야 한다. 곡물별 소진 속도도 달라 특정 곡물이 떨어질 때마다 따로 구매하는 과정도 번거롭다. 일부 곡물은 취사 전에 별도로 불려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적절한 배합 비율을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농협식품R&D연구소 연구원들은 모든 고충을 한 번에 해결하는 데 중점 뒀다. 가장 초점 맞춘 것은 식감이다. 농협식품R&D연구소 쌀가공연구팀 이종일(53) 수석연구원은 “주로 백미를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잡곡밥을 먹을 수 있게끔 하는데 개발 방향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곡물 귀리, 현미, 보리가 핵심 후보로 부상했다. 후보에 오른 잡곡으로 최적의 식감을 찾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백미와 잡곡의 비율을 6:5, 6.5:3.5 등으로 미세 조정했고 물의 양까지 조절한 후 식감 변화를 비교했다. 곡물별 품종도 달리해가며 배합했다. 맵쌀 현미와 찰현미 등을 비교군에 두며 가장 입에 착 달라붙는 조합을 탐색하는 식이다.
그렇게 균형미의 황금비율을 완성했다. 곡물별 비중은 백미, 찰현미, 겉보리, 귀리, 찰기장, 압맥 순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따로 불리지 않고도 당장 취사할 수 있는 곡물 위주로 선정한데다, 최적의 배합으로 구성해 불리기 절차나 비율 계산 없이 손쉽게 잡곡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각적인 요소까지 고려했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가 흑미다. 이 연구원은 “개발 초기에 흑미가 포함돼 있었는데 전체적인 색상이 어두워져 이번 제품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며 “황금색 들판을 닮은 밥상처럼 보기에도 예쁘게 만드는 게 마케팅 관점에서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잡곡밥 망설여진다면 일단 균형미로 시작해 보세요
균형미는 단순한 잡곡밥이 아니라는 게 농협 측 설명이다. 정제 과정을 최소화한 통곡물을 일부 포함해, 일반 백미에 비해 보다 자연에 가까운 곡물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렸다. 귀리를 비롯한 다양한 곡물을 균형 있게 배합해 식감과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백미만 먹던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사용된 쌀과 잡곡은 모두 농협양곡이 산지에서 직접 선별 및 공급한 100% 국내산 원료다. 수입산 혼합 비중이 높은 시중 제품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원료 수급부터 가공, 유통까지의 전 과정에 농협이 직접 관여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조리의 간편함이다. 구성된 곡물은 불릴 필요 없이 바로 취사할 수 있고, 정해진 비율로 혼합돼 있어 별도 준비가 필요 없다. 잡곡밥을 기피하게 만드는 번거로움을 해소한 셈이다.
그렇게 탄생한 균형미는 호평을 받고 있다. 출시 전에 모집한 미식체험단 100명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는 만족도 90%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출시 한 달이 되지 않은 현재, 만족 후기가 연이어 달리며 높은 평점을 기록 중이다. 염 과장은 “번거로운 전처리와 비용 부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협은 균형미를 시작으로 쌀맛선 라인업을 다각화할 구성이다. 이종일 수석연구원은 “곡물 혼합의 단계를 달리한 제품,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 흑미를 포함한 제품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제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균형미부터 시도해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균형미는 잡곡이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 적절한 식감과 맛으로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라며 “균형미를 경험하면 잡곡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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