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4. 16:23ㆍ이들의순간
수면 유도 기기 '슬리피솔' 생산 현장 르포

지난 15일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위치한 한 공장을 찾았다. ‘공장’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곳이었다. 7~8명의 작업자가 한곳에 모여 앉아 머리띠처럼 보이는 물건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머리·이마에 착용하는 숙면 유도기기 슬리피솔을 생산하는 현장이다.
리솔이 개발한 슬리피솔은 두개 전기 자극(CES. Cranial Electrotherapy Stimulation)을 이용한 기능성 수면 관리 기기다. CES란 1㎃(밀리암페어)보다 적은 양의 미세전류를 머리에 전달해 불안감, 스트레스 등의 증상 완화를 돕는 비약물적 치료법을 뜻한다. 리솔 정민수(41) 팀장과 함께 미세전류가 흐르는 머리띠, 슬리피솔의 생산 과정을 살펴봤다.
◇머리띠처럼 착용하는 숙면 유도 기기

슬리피솔은 오리지널, 플러스, 라이트로 나뉜다. 오리지널은 제일 처음 나온 제품이고 플러스는 리솔의 특허 기술인 CS-tACS(뇌파 동조)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라이트는 충전 없이 약 500회 사용할 수 있다. 모두 머리띠 형태로 이마에 착용해 사용한다.
뇌파 동조 기술은 미세전류를 뇌에 전달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면에 적합한 상태를 만들어주기 위해 뇌에서 뇌파를 분석해 적절한 미세전류를 전달할 수 있게 한다. 심장충격기로 심장에 충격을 주면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처럼 뇌에도 우리가 원하는 동작이 가해지도록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이다. 현재 공식 온라인몰에서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슬리피솔은 깊은 잠이 들기 전의 뇌파, 집중할 때의 뇌파 등과 비슷한 미세 전류를 흘려보내 사용자의 충분한 휴식·집중을 돕는다. 서울대학교 분당병원에서 두개 전기 자극의 불면 자극 효과에 대한 임상 연구를 마쳤고, 관련 내용으로 SCI급 국제학술지에 논문도 게재했다.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제조

이날은 슬리피솔 플러스 생산이 한창이었다. 대부분의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먼저 머리띠의 틀이 되는 플라스틱에 전기 배선 역할을 하는 와이어를 끼운다. 여기에 덮개 역할을 하는 검은 플라스틱을 결합한다. 둘 사이에 주삿바늘처럼 생긴 도구를 이용해 저온 경화 본드인 에폭시 본드를 주입한다. 정 팀장은 “실온에서는 굳지 않기 때문에 결합 작업 중에 본드가 새어 나와도 깔끔하게 닦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플라스틱이 벌어지지 않도록 금속 틀에 끼운 다음 열풍 건조기(드라이 오븐)에 칸칸이 세워 채운다. 약 80℃의 열풍을 쐬고 나면 뒤틀림 테스트를 거친다. 양 끝을 잡고 당겼을 때 뒤틀리지 않고 벌어지기만 하면 통과다. 피부가 닿는 부분에는 검은색 전도성 고무를 부착한다. 전기 배선을 따라 흐르는 미세전류가 이 고무를 타고 뇌까지 전달된다.

바로 옆에서는 충전부와 메인 모듈을 조립하고 있었다. 성인 손가락 하나 정도의 크기인 메인 모듈은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앞서 만든 머리띠에 메인 모듈까지 조립하면 제조 단계는 끝이다. 정 팀장이 “하나가 더 남았다”며 전압 측정기를 가리켰다. 정상 작동을 확인하기 위한 최종 테스트 절차였다. 전압 그래프가 크게 한 번 출렁이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세척 과정까지 거쳐 포장 상자에 들어간다.
공장에서는 월평균 600~700대의 슬리피솔을 생산하고 있다. 주문량이 많을 때는 작업 인원을 늘려서 보름 만에 1000개를 생산한 적도 있다. 공장에서 생산된 슬리피솔은 출고 전 밴드 틀어짐, 충전 작동, 전압 테스트 등 동일한 검사를 한 번씩 더 거친다. 정 팀장은 “번거로울 수 있지만 불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일본·미국 진출 코앞

리솔은 2023년 8월 슬리피솔 생산을 본격화할 때부터 이 공장과 손발을 맞췄다. 정 팀장은 “처음엔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불량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담당자와 함께 머리를 싸매고 새벽까지 야근하거나 주말에도 출근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7~8개월 만에 불량률을 1% 이내로 잡았다.
슬리피솔은 전량 국내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값싼 해외 생산을 외면하고 국내 생산을 고집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정 팀장은 “슬리피솔은 제조 공정 하나하나가 모두 수작업이기 때문에 높은 작업 수준을 요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소비자와 제조사 간 소통이 빨라 문제가 생겨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식 온라인몰에서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리솔은 슬리피솔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금형(대량 생산을 위한 금속 틀)을 제작하고 있다.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리솔은 최근 일본의 크라우드 펀딩에서 슬리피솔 플러스와 슬리피솔 라이트를 선보여 목표치의 2154%에 달하는 성과를 낸 바 있다. 향후 미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정 팀장은 “해외 시장 확대를 발판 삼아 2025년 연내 3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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