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창동, 마곡만큼 천지개벽할 것"

2025. 5. 23. 09:03밀레니얼 경제

대한민국 이끌 제2의 중심지는

 

도시·환경전략 전문가 김승겸 카이스트 교수가 22일(목) 공개된 ‘부스타’를 통해 수도권 집중 문제, 서울을 이을 대한민국 제2의 중심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20년간 세계 200개 도시를 다니며 부상하는 도시와 추락하는 도시의 특징을 분석했다. 현재는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뉴욕대학교에서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최근 책 ‘도시의 미래’를 출간했다.

김 교수는 공간 민주주의는 멀어지고 주거의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영구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등 다양한 공공주택 정책을 펼음에도 수도권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로 잘못된 공급방식과 입지선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서울에서 먼 외곽 위주로 주택이 공급돼 숫자로는 공급이 늘었지만 정작 직장, 병원 등 시설은 여전히 서울로 집중돼 있다”며 “출퇴근에 쏟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삶의 질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승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부스타 캡처


임대와 분양이 섞인 단지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배척하는 분위기도 공간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김 교수는 “민간주택과 공공임대주택 혼합 배치는 예산이나 공급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면서도 “그런데도 추후 발생하는 사회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초기 설계 시부터 임대와 분양을 완전히 혼합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분양과 임대를 혼합해 배치하고 있긴 하지만, 초기에는 아파트 겉모습을 다르게 칠하기도 했고 지금도 임대 전용 소형주택을 한 동에 몰아넣는 등 ‘임대 티’가 난다. 김 교수는 “임대주택, 필수시설 등을 소규모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도시 설계에서 자주 범하는 오류가 ‘대단지 아파트만 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도 중국의 캉바시 지구, 정저우 뉴 디스트릭트와 같은 유령도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신축 아파트와 교통 인프라 정도로는 도시가 제 기능을 못한다”고 했다.

부스타


우리나라도 세종시와 원주혁신도시는 주말에 도시가 텅 빈다. 김 교수는 “공무원 배우자는 서울에 상대 배우자와 자녀를 두고 평일에 세종시에서 근무하다 주말에만 올라가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국회, 대통령실은 서울에 있어 공무원들이 보고를 위해 2~3시간씩 들여 서울과 세종시를 왔다 갔다 하는 비효율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세종시가 본래 의도대로 행정도시로서 제 기능을 하려면 국회, 대통령실도 완전히 이전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도시가 제 기능을 하려면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이게 해야 한다. 김 교수는 “제2의 서울이나 제2의 강남은 없고 제1의 부산과 제1의 마포만 있을 뿐”이라며 “도시가 지닌 특색 있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항만, 영화의 도시 ‘부산’이나 예술과 생태를 결합한 ‘전남’이 그 예시다.

서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대상지. /부스타

김 교수는 더 이상 대규모 개발은 어렵다고 봤다. 그는 “서울은 1970년대 온갖 자원을 집중해 만든 도시로, 지금 다른 지방 도시를 그때 서울처럼 대규모 투자해 만들 순 없다”며 “게다가 어느 지방에만 집중 예산을 투입하면 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각 지자체가 도시를 새로 설계하려면 대규모 개발이 아닌, 곳곳에 소규모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서울의 마곡에 이어 앞으로 크게 바뀔 지역으론 용산과 창동을 꼽았다. 김 교수는 “용산은 이미 중심지에 있고 많이 개발됐다 생각하지만 철도 정비창 부지 등 미개발 부지가 남아있다”며 “국제업무지구가 들어오면 서울의 교통, 경제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도봉구에 있는 창동에 대해서도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창동에 바이오, 의료 산업 클러스터를 비롯해 K팝 공연장도 들어설 계획”이라며 “그간 개발되지 않은 북부 지역이 ‘창동’을 시작으로 10년 안에 크게 변할 것”이라고 했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