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안전한 이륜차 중고거래 앱 ‘바드림’을 개발한 권준일 대표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중고거래를 하게 되면 상대방 의심부터 든다. 사기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물품을 실제로 가졌는지, 물건의 상태가 좋은지 등을 인증하는 과정을 거쳐도 교묘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 수백만원에 육박하는 바이크도 중고거래의 불안정성을 비껴가지 못한다. 허위 매물을 올린 뒤 다른 물건을 강매하게 한다든가, 제 3자 거래로 둔갑해 판매자와 구매자를 동시에 속이는 사기 등이 판을 친다. 누구보다 바이크를 사랑하는 사이클로이드의 권준일(40) 대표는 바이크 거래 생태계의 물을 흐리는 메기들의 존재가 불편했다. 중고거래 사기를 좌시하지 않는 이륜차 중고거래 플랫폼 ‘바드림’을 개발한 이유다. 권 대표를 만나 개발기를 들었다.
◇사는 게 팍팍했던 대학생의 유일한 낙
사이클로이드는 이륜차 중고거래 앱 ‘바드림’의 운영사다. 바드림은 ‘드림 바이크는 바드림, 사기는 안 바드림’이라는 뜻이다. 사기 없는 이륜차 거래 풍토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서비스는 총 3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구해드림’은 원하는 바이크를 구해주는 서비스다. 구매자가 희망하는 바이크의 조건이 담긴 키워드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이륜차를 구해준다. ‘팔아드림’은 전문가의 상태 점검을 통해 이륜차를 안전하게 팔 수 있는 서비스다. ‘보내드림’은 구매자에게 이륜차를 안전하게 보내주는 서비스다.
권 대표는 울산대 기계자동차학과 출신이다. 대학 다닐 때 집안 형편이 좋지 못했다. “1년씩 휴학해 공장에서 일을 하며 학비를 벌었어요. 그러다 출퇴근용으로 160만 원짜리 400cc 오토바이를 장만했습니다. 제 인생 첫 오토바이였죠. 그런데 엔진이 금방 고장나고 말았습니다.”
수리점을 찾은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수리비가 200만 원이 든다고 하더군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된 거죠. 첫 오토바이를 버리는 셈 치고 직접 드라이버와 스패너로 셀프 수리를 시도했어요. 영문으로 된 매뉴얼을 15번 정도 정독해야 했죠. 독학으로 오토바이 정비를 배운 후 직접 분해까지 해봤어요. 모두 한 달 동안 벌어진 일이죠.”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오토바이에 푹 빠졌다. 정비에 흥미가 생겨 고장 난 바이크를 사서 직접 수리하기도 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틈이 나는대로 바이크를 고쳤습니다. 지금까지 손을 본 바이크는 250대가 넘습니다. 바이크 위에 오르는 것도 정비 못지않게 즐겼어요. 20년 동안 300대 넘는 바이크를 탄 것 같아요.”
◇인정받던 대기업 엔지니어가 최저시급 인생 택한 이유
바이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업’을 택하는 계기가 됐다. 2009년 1월, 현대중공업 선박엔진 AS 부서에 입사했다. “오토바이 수리를 한 경험을 토대로 기계를 직접 고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낀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옳은 판단이었어요. 일이 적성에 잘 맞았거든요. 대기업에서 선박 엔지니어로 8년 일했습니다. 직함은 ‘엔지니어’였지만 팀의 의견을 조율하고 보고서 쓸 일이 많았는데요. 저는 가급적 현장에 나가서 직접 기계를 만지는 쪽을 택했습니다. 현장에 있는 분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아했죠.”
회사는 몸담은 조직마다 최선을 다하는 그를 좋아했다. 덕분에 많은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다. 선박엔진 AS 부서 이후 디지털관제센터, 마케팅전략팀, 영업기획팀 등의 조직에서 센터장과 팀장을 역임했다. 대표이사의 수행비서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렇게 인정받는 와중에도 ‘새로운 도전’에 끊임없이 갈증을 느꼈다. “영업기획팀 시절 회사에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세상의 변화 속도에 맞춰 2차 산업인 조선업에도 이커머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요. 오랜 설득 끝에 사내 벤처 형태로 선박 정비 앱을 개발하기로 했어요. 선박의 수리를 원하는 선주와 선박 수리업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었죠.”
창업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대기업에 속해 있지만 일은 스타트업처럼 했어요. 선박 소유 행태를 조사해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가 전세계 선박의 상당수를 소유하고 있더군요. 이들 회사부터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첨엔 쉽지 않았어요. 섣불리 계약하려 하지 않더군요. 최소 5번은 찾아가 설득해야 했죠. 그 과정에서 화를 내신 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진심이 통했나 봐요. 계약이 하나둘씩 늘어나 10개월 만에 5억원가량의 매출이 발생했어요. 참신한 아이디어라며 해수부장관상까지 받았습니다.”
◇중고 오토바이 거래도 중고차처럼 쉽고 안전하게
사내 벤처를 일정 궤도 이상으로 성공시켜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낀 분야로 진짜 창업을 하고 싶었어요.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을 관두고 창업을 택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많이 고민했어요.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있고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대기업에 남아 있는 게 나을 거 같았죠. 하지만 시도조차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의 마음을 동하게 만든 재료는 ‘첫사랑’ 오토바이다. “40대가 된 지금까지도 오토바이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습니다. 저를 비롯한 바이크 마니아들이 행복하게 취미 생활을 영위하길 바랐죠. 하지만 바이커들을 고통받게 하는 큰 장벽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중고거래 사기인데요. 소위 바이크라고 하는 이륜차는 자동차보다 중고거래가 잦은 편입니다. 등록 대수 대비 거래량이 자동차보다 5배가량 많은데요. 최대한 많은 기종을 경험해 보려는 바이커들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죠. 그 과정에서 사기 거래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륜차 중고거래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고 이륜차 시장은 중고 자동차 시장과 달리 안전한 중고 거래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부족하면 사기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동차처럼 이륜차 구매 시에도 사고 유무와 주행거리를 체크해야 해요.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면 쉽게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잘 아는 사람이 매물의 상태를 대신 봐주는 것이었어요. 바로 저 같은 사람 말입니다. 중간 전문가를 개입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중고 이륜차 거래 플랫폼을 구상했습니다.”
지난 6월 퇴사하고 바드림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사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동원했다. “자동차와 달리 이륜차는 국가공인 정비자격이 없고 중고 차량에 대한 성능점검기록부 고지 의무도 없어 사기 피해에 취약합니다. 저희는 전문가가 점검한 성능점검기록을 통해 구매자가 차량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어요.”
예컨대 판매자는 인근 센터에서 점검을 받아야만 매물을 등록할 수 있다. “구매자는 믿을 수 있는 매물들을 플랫폼 한곳에서 손쉽게 비교할 수 있죠. 전문가가 평가한 성능 점검 리포트와 이상이 있는 부분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점검자의 후기와 평점도 볼 수 있어요. 이륜차 중고 거래를 하면서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한 셈이죠.”
구매 과정에도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거래에 만족한 구매자가 구매 확정 버튼을 눌러야 대금이 판매자에게 전달됩니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사기로부터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죠. 아울러 개인 구매자와 이륜차 매장 간 중고 거래에 한해서 환불 보장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구매한 제품이 마음에 안 들 경우 3일 이내에 환불할 수 있어요. 거래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을 확 낮춰준 셈이죠.”
◇중고 전기 이륜차 시장 진출 목표
이륜차라는 니치 마켓을 공략한 덕에 창업 초반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창업패키지에 합격한 데 이어 지난 7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가 주최한 창업경진대회 ‘디데이’ 본선에 진출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산나눔재단으로부터 사무 공간을 지원받아 마루 360에 입주했습니다. 다른 창업가들과 교류하며 기업가 정신과 스타트업 마인드를 배우고 있어요. 올 여름 디데이 본선에 진출한 덕에 업계에 저희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죠. 제 뜻을 믿고 따라준 팀원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저 혼자서는 이룰 수 없었을 겁니다.”
이번 달에 바드림 베타 버전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어서 실제 이용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거든요. 이분들의 피드백을 토대로 서비스를 개선해서 정식 버전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수치로는 올해 안으로 이륜차 4000대의 거래를 성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전기 이륜차 시장까지 공략하는 것이다. “엔진 기반의 오토바이 중고 거래 서비스로 고객층을 넓힌 뒤 전기 이륜차 시장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전기 이륜차로의 전환은 예정된 미래입니다. 서울시가 서울 시내에 있는 모든 배달 오토바이를 2025년까지 전기 이륜차로 바꾸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환경과 소음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죠. 전기 이륜차 신차 견젹 비교 서비스뿐만 아니라 충전소 관련 비즈니스까지 확장할 구상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함께 성장하는 것이 저희의 장기적 목표입니다.”
/전지민 인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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