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송파도 줄줄이 유찰.. 요즘 재건축 시장에 벌어지는 일

재건축 사업 줄줄이 유찰

정부가 정비 사업 활성화에 나섰지만,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는 단지가 많다. 서울 포함 수도권에선 공사비 책정이 가장 큰 분쟁 거리다. 지방에선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탓에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후 주택은 지방이 더 많은데

정부가 정비 사업 활성화에 나섰지만,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는 단지가 많다. /더비비드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 재개발 조합이 지난 17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광주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신가동 재개발은 28만8058 ㎡(약 8만7140평) 부지에 최고 28층 51동, 4718가구를 짓는 대형 사업으로, 공사비 규모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현장 설명회에는 대형 건설사를 포함해 6곳이 참여했지만 아무도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지방에 미분양이 쌓이다 보니 건설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 사업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비 사업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선 어떻게든 사업이 진행되지만, 주택 노후 문제가 더 심각한 지방에선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방치되다시피 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 전국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78곳 가운데 서울(36곳)을 비롯해 경기(12곳), 인천(4곳) 등 수도권이 66.7%로 나타났다. 

지방에선 부산(17곳)을 뺀 나머지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은 시공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대전 4곳, 광주와 충북, 충남, 경남 등이 각 1곳씩 시공사를 찾는 데 그쳤다. 부산에서도 사업비가 1조4000억원이 넘는 연제구 연산5구역(망미주공) 재건축이 시공사 선정이 연이어 유찰됐다.

문제는 재건축·재개발이 시급한 노후 주택 비율은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높다는 점이다. /더비비드

문제는 재건축·재개발이 시급한 노후 주택 비율은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높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년 이상 된 주거용 건축물 비율은 수도권이 43.3%, 지방이 55.2%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적체되면서 건설사들은 지방 사업장 수주를 꺼리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9월 기준 전국 1만6461가구로, 이 가운데 82.9%에 달하는 1만3640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용산과 송파 사업장이 유찰?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사비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수혜가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에만 집중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1곳만 참여하면서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건설사 입장에선 공사비가 눈높이에 못 미치거나, 사업성이 확실하지 않은데 무리하게 수주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세 차례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지난 4월과 6월에는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고, 세 번째 입찰에는 롯데건설만 단독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다음 달 4차 입찰에도 롯데건설만 참여할 경우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송파구 한양3차 재건축 조합도 지난 21일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사비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수혜가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에만 집중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노후 주택 주거 환경 개선도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정비 사업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