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바이오벤처 생태계 지원하는
서울바이오허브
하버드 출신 과학자, 경희대 의대 교수, 메릴린치 출신의 창업가,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한데 모인 곳이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서울바이오허브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서울시가 조성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고려대가 운영하는 바이오, 의료 창업 혁신 플랫폼이다.
서울바이오허브는 벤처 생태계에서 일종의 ‘보증수표’로 통용된다. 이곳의 지원을 받은 기업 중 동아ST같은 유명 제약회사에 합병된 곳도 있다. 서울바이오허브 성장지원팀 이창근 팀장을 만나 바이오벤처 생태계 진흥 노력에 대해서 들었다.
◇입주사 수요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 지원
- 서울바이오허브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바이오허브는 2017년 서울시에서 설립한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기관입니다.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글로벌센터 등을 포함해 총 7개 건물을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죠. 190여개사의 입주공간과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입주 기업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공용실험실과 공용장비 251점을 두고 있는데요. 실험실에서 세포배양, 발효 실험 등을 마음 편히 할 수 있습니다. 몇 억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도 갖추고 있죠. 밤 늦은 시간까지 실험실 불이 꺼지지 않을 만큼 입주사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 업무공간, 인프라 외의 지원책은 없나요.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매년 10개 정도 운영합니다. 입주사 구성원 모두 훌륭한 배경을 갖췄지만 창업은 처음인 분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일군 기술이 비즈니스를 통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투자, 회계, 해외진출 등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교육을 진행하죠. 인허가, 임상시험 등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성장 기회 모색 프로그램도 적극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로슈, 셀트리온, 대원제약 등 유명 제약사와 입주사의 접점을 발굴합니다. 대기업은 신기술이나 신약을 살 수 있고 스타트업은 인수합병이나 기술이전 등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죠. VC와의 연결을 통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 지원사업을 기획할 때 주안점을 두는 것은요.
“입주사 수요입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들의 의견을 파악합니다. 매월 입주자 대표회의인 ‘허브토크데이’를 개최합니다. 또한 프로그램 전후에 수요조사 및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서 기획의 적합도도 점검합니다.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통했는지 프로그램 참여율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허브토크데이의 경우 1년 전보다 참석자 수가 3배 늘었습니다. 온오프라인 교육의 경우 매번 150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습니다. 작년 겨울 트렌드코리아 2024 저자 초청 강연을 진행했는데요. 큰 호응을 얻어 올해도 트렌드코리아 연사를 초청할 예정입니다.”
◇부산, 울산, 보스턴 기반 기업이 홍릉에 자리 잡은 이유
입주사 대표들은 제약, 의학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그만큼 바이오산업이 가치 있고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서울바이오허브는 격월로 개최하는 학습모임인 ‘바이오톡스서울’(바이오Talks서울)을 통해 이들의 학구열을 지지한다. 학습 현장에 가면 기업대표, 연구원, 대학교수, 의사 등 평생을 연구에 매진한 이들이 진지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다.
- 입주공간이 서울에 위치해서, 물리적 제약이 있지 않나요.
“본사를 아예 이곳으로 옮기는 곳도 있지만 이곳을 연구소로 활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연구개발에 특화된 시설을 갖췄으니까요. 오히려 물리적 제약이 적다고 봐야 합니다. 부산, 울산 등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도 입주 신청을 합니다. 최근에는 미국 보스턴에 자리잡았던 2개 기업이 입주했습니다.”
- 입주사들은 이곳에서 어떤 효용을 누리고 있나요.
“이곳을 한국의 보스턴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미국 보스턴은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입니다. 주변에 병원, MIT, 하버드대 등 다양한 기관이 입체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를 갖춘 덕이죠. 서울바이오허브 역시 주변에 KIST, 고려대와 고려대병원, 경희대와 경희의료원, 서울대병원 등이 있어서 인근의 의사나 연구원, 교수 창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한 개발한 기술을 인근의 대학병원에서 실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죠. 게다가 서울바이오허브가 위치한 홍릉 지역은 강소특구(기술핵심기관 중심의 연구 및 산업기능 중심지역)로 지정돼 있습니다. 실증법 체계에서 불가능한 연구나 시제품 제작도 특례제도를 통해서 수행할 수 있죠. 입주비용도 아주 저렴합니다. 강남 핵심 지역의 10% 수준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내달 초까지 신규 입주사 모집
지금까지 253곳의 바이오 스타트업을 지원해 118곳이 졸업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4912억원이다. 아직 상장 사례는 없지만 후보기업이 몇 군데 있어 상장 성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좋은 기업을 추천해달라는 VC의 문의도 부쩍 늘었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이번 달 17일부터 오는 11월 6일까지 서울바이오허브에 신규 입주할 15개사를 모집한다. 12월에 최종 결과를 발표해 2025년 1월 입주하는 일정이다. 의약,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 레드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이 그 대상이다. 입주공간별 신청자격 등 세부 내용은 서울바이오허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주기업 대표이자 경희대 임상약리학교실 교수인 엘피스셀테라퓨틱스 임성빈 대표가 질의에 응했다.
- 신규 입주 기업은 어떤 이점을 누릴 수 있나요.
“입주사는 업무 공간 및 연구개발 인프라뿐만 아니라 신기술 실증을 위한 규제 특례, 투자유치 지원, 전문가 연계 컨설팅 등의 혜택을 받게 됩니다. 셀트리온, 대원제약과의 오픈이노베이션과 전시회 참가 기회도 누릴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글로벌 진출 세미나와 스케일업을 위한 컨설팅이 유용했습니다.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안목을 키웠거든요. 많은 곳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 우리가 바이오벤처 생태계를 진흥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이오 산업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하지만 미국이 그 시장을 독식하고 있죠. 우리나라의 비중만 조금만 높여도 국가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과학연구가 비즈니스가 되는 독특한 특성을 띠는데다 임상, 인허가, 보험수가 책정 등 다른 산업에는 없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시간도 오래 걸리죠. 바이오벤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선 초기 스타트업이 연구를 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우선입니다. 마음 놓고 뜻을 펼칠 수 있는 요람 같은 공간이 필요한 것이죠.”:
- 예비 입주사를 위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하면 입주사 대표들과 어울리는 재미를 알게 될 겁니다. 모두 각 분야에서 성공한데다 기업가 정신까지 갖췄습니다. 그런 분들과 상호 교류하며 성장하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서울바이오허브 입주사’라는 타이틀이 기업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남들 안 하는 걸 한다’는 말을 평생 들어온 기초의학 연구자로서 바이오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분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과 존경심이 있습니다. 함께 글로벌 최고 기업의 꿈을 꿔봅시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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