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양극화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이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 같은 인기 주거지에선 아파트값이 치솟고 있지만 비수도권 지역에선 미분양 아파트 증가 등 부동산 경기가 극히 침체되고 잇는 것이다.
정부는 특정 지역의 집값 과열을 잡으면서, 지방 부동산에 온기를 불어넣는 숙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기 지역에 쏠리는 수요를 끌어내리는 것 보다는 침체한 시장에 금융·세제 혜택을 집중해 냉기를 가시게 하는 정책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51억원에 팔린 서초 국평 아파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값은 한 달 만에 1.27% 상승하며 2018년 9월 이후 5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성동(2%)·서초(1.89%)·송파(1.59%)·강남(1.36%) 등 강남 3구와 마용성 등의 인기 주거지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반면 도봉(0.27%)·관악(0.32%)·강북(0.33%) 같은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평균을 훨씬 밑돈다.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의 지난달 아파트값은 모두 하락했다. 본격적으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2022년 말 시작한 집값 침체가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개별 아파트 단지의 거래가만 봐도 서울 인기 주거지와 다른 지역의 온도 차가 극명하다. 서울 강남권은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2021년 7~8월의 고점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지만, 지방 대도시와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51억원에 팔렸다. 38억4500만원이었던 3년 전보다 12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반면 노원구의 대장 아파트인 ‘청구3차’는 최근 실거래가가 12억8000만원으로 3년 전보다 1억3000만원 내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서울 서초구 평균 아파트값은 28억6663만원으로 6억2570만원을 기록한 도봉구의 4.6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1년 8월에는 이 격차가 3.7배 수준이었는데 더 벌어진 것이다. 도봉구 한 주민은 "내가 집을 살 때만 해도 서초나 여기나 집값에 거의 차이가 없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나 대구 수성구 등의 지역 대표 아파트들도 아직 2021년 시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청약 시장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서울 강남권에선 국민 평형 분양가가 20억원이 넘어도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지방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다. 악성 미분양 증가는 중소 건설사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부도가 난 건설사는 지방업체 19곳을 포함해 총 22곳으로 지난해 연간 부도업체 수인 21곳을 넘어섰다.
◇지방 활성화 위해 진짜 필요한 것
전문가들은 부동산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침체한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특정 지역에 쏠리는 수요를 억누르려 하면 시장에 ‘여기가 더 오른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지방과 수도권 외곽의 미분양 해소를 위해 세제 혜택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지방 발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으로 대기업이 이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배후 주거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주택 공급 대책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주택 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수도권 좋은 입지에서 저렴한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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