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이해 못하면 꼰대?
“요즘 운태기(‘운동’과 ‘권태기’를 합친 말)가 왔다고?”, “시간 나면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
1020대의 대화 내용이 아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자막의 일부다.
출연자의 부정확하거나 부적절한 발화를 자막으로 설명하지 않거나, 개선 없이 그대로 자막에 옮긴 사례가 많았다. 라디오스타는 “즙 짜낸다”(눈물을 흘린다는 뜻), “얘가 뜰려고(뜨려고) 환장했는데(어떤 것에 지나치게 몰두했는데)”, “에무지(MZ) 세대들이” 등의 출연자 발언을 그대로 자막에 옮겼다.
출연자의 발화를 수정했지만 신조어나 외국어를 사용해 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바뀐 자막도 발견됐다. 동상이몽2는 “요즘 입꼬리가 항상 올라가 계세요”를 ‘입꼬리 리프팅(?)’이라는 자막으로, “아니 그런데 어떻게 이런 데가 하나도 안 쪘어”를 ‘살크업’(근육을 키운다는 뜻의 ‘벌크업’과 ‘살’을 조합한 말)이라는 자막으로 옮겼다. 시청자의 이해를 도와야 할 자막이 오히려 더 어려운 용어로 바뀐 것이다.
이밖에 출연자의 발화와 무관한데도 출연자의 발화나 생각처럼 제시한 자막도 있었다. 이런 자막의 경우 실제 사실과 관련 없이 제작진 의도대로 출연자의 표정이나 행동을 단정 지을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능 프로그램의 부적절한 자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외모를 지나치게 희화한 자막을 송출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다. 지난 6월 언어특위는 JTBC ‘배우반상회’의 외모 비하 자막을 문제 삼았다. 외모가 뛰어난 배우에게는 ‘수려한 멘트와 비주얼의 향연’이라는 자막을, 외모보다는 개성 있는 연기로 주목받는 배우가 등장하면 ‘외모 따위 관심 없는 비주얼 배우(?)’ 등의 자막을 넣었다.
언어특위는 “연기자에게 외모도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연기력과 개성으로 인정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므로 표현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부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욕설이나 혐오 표현이 아닌 신조어나 외국어 사용은 언어생활의 자연스러운 변화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거 한국PD연합회는 방심위가 지적한 신조어가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이라며 “현실에서 사용하는 말을 배제한 채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반대로 한 개그맨은 “예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이 전체를 의식해서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시청률 경쟁 등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극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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