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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얘깃거리 드림

"내 전기차 중국산 배터리 썼지만, 지하에 좀 대도 될까요?"

'전기차 포비아' 확산
전기차 수는 2017년 대비 2022년 약 15배 넘게 증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포비아(공포)로 번질 모양새다.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자동차 완성업체에선 그동안 대외비였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진 의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9일 ‘공동주택 관리 규약 준칙’을 개정해 배터리를 90% 이하로 충전한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은 여러 명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주거 생활의 질서유지 및 입주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입주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기본 규칙이다. 서울시 발표를 따라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대책을 내놓고 있어서, 전기차 차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역시 전기차를 옥죄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전기차 배터리 해상운동 안전대책’을 통해 전기차를 배에 선적할 시 배터리 충전 상태가 50% 미만이어야만 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전기차 자체 문제를 소비자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전 제한은 주행거리 감소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내연기관 대비 주행거리가 길지 않은데, 충전율에 제한을 두면 전기차 효용성은 떨어진다. 이번 청라 벤츠 전기차 화재 원인은 배터리 성능 문제 가능성이 높은데, 과충전을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내·외 완성차업체 중에서 가장 먼저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나선 건 현대자동차다. 9일 홈페이지에 현대차 10종과 제네시스 3종 등 총 전기차 13종에 탑재된 배터리의 제조사를 공개했다. 중국산 CATL 배터리가 탑재된 코나 일렉트릭을 제외하곤 현대차 전기차에는 모두 국내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또는 SK온의 제품이 들어갔다. 뒤이어 기아, KG모빌리티도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 모델별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수입차 업체 중에서는 BMW가 12일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13일 홈페이지에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지하 주차장 화재의 원인이 됐던 전기차 'EQE 350' 모델에는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벤츠 코리아가 공개한 16개 차종 가운데 13개 차종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급 회의를 열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를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화재는 빠른 시간에 불이 번지고 진화가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등록된 전기차는 2017년 2만5108대에서 2022년 38만9855대로 약 15배 이상 증가했다. 전기차 화재는 2017년 1건 발생 이후 2022년 총 44건 발생해 매년 2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화재 건수나 10만대당 화재 비율이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의 문제로 화재가 발생하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상 화재 진압이 어렵다. 폭발적인 화염이 불과 1~2분 사이에 발생해 운전자나 탑승객이 대피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은 주차나 충전 중 배터리 결함, 과충전이나 외부 충격으로 인한 기계적 결함 등이다. 공동 주택이나 아파트는 주로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갖춰져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이 까다롭다. 대규모 인원이 거주하므로 인명 피해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아래는 작년 전국 소방서에서 공개한 ‘화재 예방을 위한 전기차 충전 요령과 화재 발생 시 행동요령’이다.

화재 발생 시 소방시설을 활용한 초기 대응과 피난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안전한 전기차 충전 요령

1. 충전 전 케이블이나 커넥터의 손상 여부를 확인한다. 손상이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다.

2. 폭풍이나 번개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충전하지 않는다. 젖은 손이나 금속 물체를 접속하는 상황에서의 사용도 금지한다.

3. 충전 중인 상태에서 차량 동작을 멈춰야 한다.

4. 충전 중 차량 유지보수 작업을 하지 않는다.

전기차 화재 대응·대피 요령

1. 화재 발견 즉시 119나 관리사무소에 신고한다. 차종과 화재 위치를 설명하는 게 좋다. 화재 초기를 제외하고 직접 진압은 자제하고, 차량 내부에서 연기가 발생하고 있을 때는 차량 출입문을 개방하지 않는다.

2. 대피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피난 계단으로 이동한다. 이때 방화문을 닫고 나가야 화염이 번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3. 노약자를 우선 배려하고 지정된 대피장소로 이동한다.

/주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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