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부동산 인기
공유 오피스와 공유 숙박 개념은 익숙하겠지만 공유 ‘별장’은 어쩐지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롭테크 분야에서는 이미 각광받고 있는 비즈니스다.
공유별장은 말그대로 별장을 N등분해서 소유하는 것이다. 업체별로 운영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 콘셉트는 동일하다. ‘사적인 공간’의 대명사인 별장까지 확산된 공유 부동산에 대해 알아봤다.
◇글로벌 벤처 생태계가 주목한 신규 비즈니스
2021년, 고급 휴양지를 부분적으로 소유하는 공유별장이 벤처 생태계에서 화두였다. 공유별장 산업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인 미국의 파카소(PACASO)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2로부터 1억2500만 달러를 투자를 받았다. 같은 해 런던에 본사를 둔 알타카사(Altacasa)와 멕시코시티에 본사를 둔 코코모(Kokomo)도 각각 200만 유로, 56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 중에서도 파카소는 미국에서 최단기간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된 서비스로 화제를 모았다. 파카소는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사람들의 별장 구매를 지원한다. 별장 구매 희망자들과 파카소가 공동으로 별장을 구매하는 식이다. 이용자들은 최소 별장 가격의 8분의 1부터 2분의 1을 지불해서 별장의 지분을 가질 수 있다. 지분 인수 후에는 매월 주택 관리 비용을 내야 한다. 구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분을 외부에 판매할 수도 있다.
분할 소유권은 최소 40만 달러~120만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파카소가 영업하고 있는 미국의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 말리부, 마이애미 등의 지역이다. 영국이나 멕시코 등 해외 지역의 별장도 매물로 가지고 있다.
파카소의 사업 모델은 별장 시장의 모순점에서 출발했다. 미국에서는 거의 1000만명의 두번째 집(별장)이 1년 중 11개월 동안 비어 있다. 반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두번째 집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파카소는 한 집을 여러 명이 소유하게 함으로써 집의 공백 기간을 줄이고 두번째 집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킨 것이다.
주로 프랑스의 별장을 분양하는 알타카사는 ‘아름다운 유럽식 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로망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알타카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인 로망 쌩 길엠(Romain Saint Guilhem)은 “노르망디나 프랑스 남부에 있는 아름다운 집의 가격은 100만 유로에 달한다”며 “우리는 이를 여러 구매자와 함께 구매해 부담을 줄였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알타카사는 프랑스 전역에서 27개 매물의 소유자를 모집하고 있다. 분할 소유권의 가격은 매물에 따라 최소 10만 유로(1억4000만원), 최대 60만 유로(8억28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단독으로 매수하려면 꿈도 꿀 수 없는 가격대의 별장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숙박을 희망하는 소유자는 플랫폼 내에서 숙박 예약을 하면 된다. 알타카사는 자산의 유지 관리 및 보수를 대행해 준다.
◇한국에서도 트렌드 생겨나
우리나라에도 공유별장 바람이 불고 있다. 호캉스, 감성 스테이 등의 인기에 한 달 살기, 재택근무 확산 문화가 맞물리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오래 머물 수 있는 나만의 별장에 대한 수요가 표면화된 것이다.
우리나라 공유별장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는 스테이빌리티다. 스테이빌리티는 건설 면허를 갖춘 건설회사다. 스테이빌리티는 빈 집 등 방치된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카페, 풀빌라, 감성 스테이로 재탄생 시키는 건축 브랜딩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사시산색, 달리야드 같은 풀빌라는 예약 시작 후 10분이면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스테이빌리티의 정민혁 대표는 감성 숙소를 운영하다가 신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숙박비가 결코 저렴한 편이 아닌 데도 4~5일씩 연이어 머물다 가는 소비자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별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곧바로 별장 소유주에게 별장 이용 실태를 물으니 사용 기간이 1년에 한 두 달에 불과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폐공간을 별장으로 리모델링 한 후, 여럿이서 공유하는 비즈니스를 구상했다.
스테이빌리티의 사업 모델은 다음과 같다. 집을 구매해 공간 고유의 콘텐츠를 살려서 리모델링한 후 지분등기 형태로 별장의 소유권을 판매한다. 개인은 12분의 1로 세금을 포함한 가격을 지불해서 별장을 소유할 수 있다. 별장이 완공되면 소유자들은 전용 앱을 이용해 원하는 기간에 예약한 후 별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청소, 운영, 관리 등을 스테이빌리티에서 해주기 때문에 관리에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특정 시점에 소유자들의 숙박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해 투숙 가능한 주말 일수를 연, 월 단위로 제한하고 있다. 9개월 전부터 투숙일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다른 숙박 방식대비 개인 일정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스테이빌리티는 지난 2월 첫번째 공유별장 프로젝트인 ‘밀리언 그라운드(Million Ground) 홍천’의 공동 소유권을 완판했다. 한 달 만에 12명의 대기업·외국계 기업 임원과 국내외 유명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구매 명단에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스테이빌리티는 밀리언 그라운드 홍천에 이어 경기 양평에 지을 공유별장의 신청을 받고 있다. 강원 홍천, 경기 양평 모두 서울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다. 사람이 많지 않으면서 불편하지 않은 입지조건을 따졌다.
‘밀리언 그라운드 양평’의 건축면적은 173.47m²(52.47평)이다. 온수풀, 바비큐장, 와인바, 테라스, 요가존 등 고급 숙박 시설에서 볼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할 예정이다. 한 명이 부담하는 가격은 1억원대다. 웬만한 오피스텔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급 별장을 소유하는 것이다. 정원인 12명을 모두 모집하면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내년 11월 초 준공, 11월 말 오픈이 목표다.
◇특정 지역 아닌 특정 ‘스테이’ 찾는 요즘 여행자
공유별장이 부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 팬데믹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독립된 공간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공유별장의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전원 주택에 대한 로망도 한몫 했다. ‘전원 주택=세상에서 가장 비싼 취미’라는 농담이 돌 정도로 자산가들 사이에서 전원 주택이 인기다. 마찬가지로 독립된 공간에 대한 수요 증가의 여파다.
다만 주택 관리와 비싼 가격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전원 주택 매수를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 가격과 관리 부담을 줄인 공유별장은 전원 주택 매수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달라진 여행 문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지금까지 여행 문화는 특별한 지역에 국한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특정 공간을 소비하는 ‘스테이’ 문화가 급부상하면서 차로 이동할 수 지역이 여행지가 됐다. 정 대표는 “여행지로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 유명 스테이가 들어서면 그 지역이 일종의 여행 성지가 되는 새로운 여행문화가 창출됐다”며 “공유별장은 이 문화의 연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유별장 ‘밀리언 그라운드’ 멤버십이 있으면, 우리 지은 다른 숙소나 별장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을 유명 별장, 숙소 때문에 방문하면서 그 지역이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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