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트렌드

"SNS 핫한 집 보정 없이 실물로 보면 이런 느낌"

더 비비드 2024. 6. 21. 13:41
공간의 인기를 좌우하는 요소의 비밀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 경제적 풍토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까지 바꿔 놨다. 선호하는 여행 방식이나 숙소 유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스테이’(Stay) 문화다. 독채 펜션이라고도 불리는 스테이는 독립적인 형태의 숙소다. 여러 인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용하는 호텔과는 달리 극히 제한된 인원만 사용할 수 있어서 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으며 희소성도 있다.

스테이 문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SNS를 통해 특정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콘텐츠가 이토록 다양할 수 있다는 걸 학습하며 스테이 수요를 자극한 것이다. 이제 숙소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향유하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요즘 SNS에서 가장 핫한 숙소들을 랜선으로 탐방해봤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달리야드

달리야드의 고즈넉한 외관. /스테이빌리티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자리한 ‘달리야드’(daliyard)는 2021년 5월에 문을 연 감성 숙소다. 제주도의 삼달리(dali)와 정원(yard)'을 합쳐 달리야드라는 이름을 지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숙박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에서 1등을 할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달리야드는 생활 공간인 ‘본동’과 수영 및 레저 공간인 ‘별동’ 두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동과 정원을 포함해 약 450평의 공간이 오직 1팀에게만 제공된다. 본관에는 다도를 하면서 가벼운 족욕을 할 수 있는 ‘자쿠지’가 마련돼 있다. 별동에서는 탁 트인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면서 수영을 할 수 있다. 밤에는 밤 하늘을 수놓은 별과 함께 물에 몸을 맡길 수 있다.

사색을 콘셉트로 지어진 그로힐. /스테이빌리티

제주의 여러 얼굴 중 하나인 산방산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그로힐은 2022년 10월 문을 연 스테이다. 달리야드처럼 제주의 상징인 돌담을 활용해 환경적 특징을 살렸다. 돌담 사이에 꾸려진 조경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로힐의 핵심 콘텐츠는 ‘사색’이다. 이에 맞춰 야외 자쿠지, 평상을 갖추고 있다. 공간 전반의 조도도 낮은 편이다. 사람들이 빛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직접 조명보다는 간접 조명을 활용했다. 소소하고 담백한 느낌이 인상 깊은 숙소다.

◇천년 고도 경주의 매력에 모던함을 더한 사시산색과 하루연가

사시산색의 상징인 수영장. /스테이빌리티

달리야드의 또 다른 특징은 일본식 디자인을 의미하는 ‘젠’(Zen) 디자인이다. 일본풍의 목조 주택 스타일을 표방하기 대문에 나무 마감재를 많이 썼다. 다만, 단순히 일본풍만 지향하지는 않았다. 제주도 돌집의 구조와 재료를 최대한 살려서 제주 향토적 요소를 곳곳에 잘 살렸다.

경주의 황리단길에 위치한 한옥 풀빌라 사시산색은 비수기에도 예약률이 100%에 육박하는 유명 숙소다. 2021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방치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숙소로 대지면적은 200평 건축면적은 60평에 달한다. 한옥 양식을 고스란히 반영한 외양과는 달리 내부는 모던하게 꾸며져 있다. 포인트 가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실에서 경주의 풍경을 시원하게 담은 창을 바라보고 있으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복층 구조는 어린 시절 느꼈던 2층 집에 대한 로망을 환기시킨다.

사시산색의 최고 매력 포인트는 미국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 같은 지역에서나 볼법한 청량한 수영장이다. 숙소 옆에 3m*8m 규모의 수영장이 있다. 4계절 이용 가능하니 겨울 방문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실내에는 유럽식 미장 방식으로 마감한 욕조가 있어 숙소 안팎으로 즐길 수 있다.

하루연가의 자랑거리인 수영장 옆 불멍존. /스테이빌리티

‘이곳에 머무르는 하루만큼은 기억에 남을 하루를 선물하겠다’는 의미의 하루연가는 경주 황리단길에 있는 독채 풀빌라다. 2022년 5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천년의 고도’ 경주 방문자들은 옛 것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탄생한 하루연가는 그 로망에 화답하면서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현대식 시설을 갖춘 스테이다. 2개의 침실과 자쿠지, 수영장, 다도공간 등 다양한 콘텐츠도 구비하고 있다.

하루연가의 인기 요소는 수영장 옆 불멍존이다. 수영을 하다 으슬으슬 해질 때 불멍 공간에서 몸을 데우면서 상념을 떨칠 수 있다. 대나무 수전 등 동양적 요소를 극대화한 자쿠지도 매력적이다.

◇유행 아닌 지역 고유성 좇아야

지난 3월 문을 연 아산 리이브 /스테이빌리티

소개한 4곳의 숙소는 모두 인테리어 스타트업 ‘스테이빌리티’가 시공한 집들이다. 스테이빌리티는 빈집이나 폐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재탄생하는 비즈니스로 출발해 여행 숙소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착안해 스테이 분야로 작업 영역을 확대했다.

각 스테이의 건축 과정은 다음과 같다. 건축주로부터 작업 의뢰를 받으면 토지 구매부터 디자인, 도면 설계, 시공, 브랜딩까지 스테이빌리티가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와 건물의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다. 디자인과 건축은 총 11명에 달하는 스테이빌리티 인력이 담당한다.

설계 시 주안점을 두는 것은 각 지역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스테이빌리티의 정민혁 대표는 “제주의 돌집이 육지에 있으면 어색하듯, 지역 고유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빌리티의 정민혁 대표는 공간의 '콘텐츠'를 강조했다. /스테이빌리티

건축주가 요구한 바와 결과물 사이의 괴리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테이빌리티는 모든 작업 과정을 예측 가능성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스테이 하나당 설계 도면은 30장 이상에 달한다. 동서남북 방향 별 집의 구조를 모두 담아서 제시하기 때문이다.

공간별 포인트도 mm 단위로 보여준다. 마루, 페인트, 수건걸이, 휴지걸이 등 공간에 들어가는 모든 자재를 선정한 ‘스펙리스트’도 공유한다. 정 대표는 “건축주의 로망이 결국 소비자의 로망”이라며 “이들이 상상하는 바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투숙객 위한 콘텐츠를 담은 공간, 공유별장으로 확대

밀리언 그라운드 홍천의 조감도. 해외 고급 저택을 연상케 한다. /스테이빌리티

최근 스테이빌리티는 ‘공유별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공유별장이란 집을 구매해 공간 고유의 콘텐츠를 살려서 리모델링한 후 지분등기 형태로 별장의 소유권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다. 개인도 12분의 1로 세금을 포함한 가격을 지불해서 별장 소유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소유자들은 전용 앱을 이용해 원하는 기간에 예약한 후 별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청소, 운영, 관리 등을 스테이빌리티에서 해주기 때문에 관리에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특정 시점에 소유자들의 숙박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했다. 정 대표는 “투숙 가능한 주말 일수를 연, 월 단위로 제한했다”며 “9개월 전부터 투숙일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서 다른 숙박 방식대비 개인 일정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이와 운영 방식은 다르지만 ‘공간’에 접근하는 방식은 유사하다. 바로 ‘콘텐츠’다. 과거 광고 비즈니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정 대표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광고비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콘텐츠라는 사실을 데이터가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성시대 사진관 ‘산격동 사진관’을 공동 창업해 큰 성공을 거뒀다.

정 대표는 “공간에서의 ‘콘텐츠’란 사람들이 오고 싶은 이유, 소비하고 싶은 당위”라며 “사람들이 숙소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이 공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상상해서 설계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빌리티가 현재 공동 소유자를 모집하고 있는 공유별장 ‘밀리언 그라운드 양평’의 조감도. /스테이빌리티

스테이빌리티의 첫번째 공유별장 프로젝트 ‘밀리언 그라운드(Million Ground) 홍천’에는 그런 정 대표의 철학이 집약돼 있다. 밀리언 그라운드 홍천은 골프 퍼팅 연습장과 수영장, 바비큐 시설 등의 즐길 거리를 갖추고 있다. 정 대표는 “별장에는 이용자의 취향이 많이 담겨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취향은 결국 취미와 연결된다고 생각해 골프, 수영, 바비큐 같은 콘텐츠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밀리언 그라운드 홍천은 모집 한 달 만에 완판됐다.

홍천의 성공에 힙입어 경기 양평에 지을 두번째 공유별장의 신청을 받고 있다. 강원 홍천, 경기 양평 모두 서울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다. 사람이 많지 않으면서 불편하지 않은 입지조건을 따졌다.

‘밀리언 그라운드 양평’의 건축면적은 173.47m²(52.47평)이다. 사계절 온수가 나오는 수영장, 바비큐장, 와인바, 테라스, 요가존 등 고급 풀빌라나 리조트에서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감성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정 대표는 “동급 호텔의 경우 1박에 최소 200만~300만원하는 고급 숙박시설”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11월 초 준공 예정인 '밀리언 그라운드 양평'의 조감도 내부 모습. /스테이빌리티

밀리언 그라운드 양평 소유자 한 명이 부담하는 가격은 1억원대다. 오피스텔 가격으로 최고급 별장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별장 소유자들에게 30박을 우선 예약할 권한이 주어진다. 정원 12명을 모두 모집하면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내년 11월 초 준공, 11월 말 오픈이 목표다.

홍천과 양평에서의 성공 사례를 토대로 ‘밀리언 그라운드’는 하이엔드 숙박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밀리언 그라운드 홍천의 구매 명단에는 대기업·외국계 기업 임원과 국내외 유명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이름이 올랐다.  정 대표는 “유명 호텔 체인처럼 밀리언 그라운드를 고급 공유별장 브랜드로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