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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경제

"후배 상사로 모시면 어때, 정년까지 버티자"

회사 밖은 지옥, 정년까지 버티자

‘퇴직 후 자영업 창업’은 옛말이 된 걸까. 만년부장, 만년차장 전성시대다. 회사를 나가지 않고 버티는 50대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

7일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규직 임금 근로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지난해 98개월이었다. 이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올해부터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법정 은퇴 연령 60대에 들어선다. /사진=게티

늘어난 근속 연수는 창업하는 50대가 줄어든 점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작년 신규 자영업자 중 50대는 26만2877명으로 2021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다. 첫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16년(28만9138명) 이후 가장 적다. 전체 창업자 가운데 50대가 차지하는 비율(21.2%)도 역대 최저치다.

지금 50대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다. 1964~1974년생으로 약 954만명이다. 이들은 올해부터 차례대로 11년에 걸쳐 법정 은퇴 연령 60대에 들어선다. 분위기는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때와 사뭇 다르다. 지금 60대인 1차 베이비부머는 대개 50대에 카페나 치킨집을 차리고 새로운 시작을 했다. 하지만 요즘엔 ‘월급쟁이가 최고’라는 분위기다. 후배와의 경쟁에서 밀리든, 임원에 욕심이 없어서 승진 대상자에서 자진 탈락하든지 간에 만년부장 또는 평직원으로 남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년까지 버티는 이들이 많다 보니 기업에서도 나이 든 직원이 많아지는 추세다. /사진=게티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상급자여도 개의치 않는다. 한 은행의 10년차 과장 유모(35)씨는 “40~50대는 만년 차장, 부장에 머무르더라도 정년을 채우자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어 “나 같아도 퇴직금을 일시에 받는 것보다 월급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다니는 게 낫다”고 했다.

정년까지 버티는 이들이 많다 보니 기업에서도 나이 든 직원이 많아지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2008~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 임직원 중 40대 이상의 비중이 20대 이하 비중을 처음 넘어섰다. 20대 이하 비중(27.1%)이 30% 아래로 내려오고, 40대 이상 비중(30.4%)은 30%를 초과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국내 임직원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9세 비중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20대는 줄고 40~50대는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자영업이 여의치 않는 상황도 한몫 한다. /사진=게티

고금리와 고물가로 자영업이 여의치 않는 상황도 한몫 한다. ‘사장님’ 소리를 듣는 대신 빚만 늘어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은 1055조9000억원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산한 금액이다.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 2022년 2분기 말 0.50%였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4년 1분기 말 1.52%로 상승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연체율을 가파르게 웃돌고 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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