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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경제

조용하나 했더니, 입주 앞둔 둔촌주공 재건축에 벌어지는 일

재건축·재개발까지 영향 미치는 저출산

올해 11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학교 용지 활용 방안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겪고 있다. 학령 인구가 줄어 중학교 설립이 어려워지자 서울시는 당초 중학교 설립을 위해 비워둔 부지를 공공 공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 여건을 보고 분양 받은 입주 예정자들은 항의하고 있다. 저출생 고착화로 ‘학교용지’가 재건축·재개발 발목을 잡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단지 배치도. /올림픽파크 레온 홈페이지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4년 강동송파교육지원청과 학교 용지 기부채납 협약을 체결했다. 단지 내 중학교를 신설할 예정이었지만, 2020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이하 중투심)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중학교 설립 '부적정' 결정을 받으면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장기간 방치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도시형 캠퍼스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도시형 캠퍼스는 운동장이나 체육관이 없는 미니 학교로, 폐교와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대안이다.

/더비비드

서울시는 입주가 임박한 시점에서 용지를 미계획 토지로 남겨놓을 수 없다는 이유로, 여러 활용이 가능한 공공 공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교만 세울 수 있는 학교용지와 달리 공공 공지는 공원·체육 시설, 주거 편익 시설, 상업·업무 시설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입주가 임박한 시점에서 용지를 미계획 토지로 남겨놓을 수 없다는 이유로, 여러 활용이 가능한 공공 공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게티

반면 입주예정자들과 강동구청·서울시교육청 등은 당초 계획대로 학교가 설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림픽파크레온은 1만2000가구의 국내 최대 규모 단지다. 서울시 방침에 입주 예정자는 ‘중학교가 새로 생긴다고 해서 청약했는데 입주를 앞두로 무슨 소리냐’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은 “1만2000여 가구에서 중학생이 최대 3000명이 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오는데, 인근 중학교로 분산 배치하기에는 학생 수가 너무 많아 중학교 신설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강동구도 서울시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5일 이수희 강동구청장 명의의 입장문에서 "입주까지 남은 기간이 6개월로 현 시점에서 서울시가 학교 용지를 공공공지로 변경할 경우 학교 설립 수요가 있음에도 학교 설립이 불가능하게 될까봐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저출생 고착화로 ‘학교용지’가 재건축·재개발 발목을 잡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게티

학교 신설 문제로 갈등을 겪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는 올림픽파크 포레온만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재건축)는 지난해 일반 분양을 하려고 했으나, 초등학교 신설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분양 일정이 올해로 미뤄졌다. 3080가구 규모의 단지로 초등학교를 새로 지으려 했지만, 인근 초등학교가 과밀 학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육부가 반대해 학교용지에 다목적 체육 시설과 사회복지 시설을 짓기로 했다. 인허가를 새로 받는 과정에서 분양 일정이 늦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2013년 조합을 설립했지만 단지 내 학교용지 문제로 10년 넘게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못받았다. 조합·서울시·교육부는 단지 내 신천초를 이전하는 동시에 중학교를 신설하는 등의 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조합이 단지 내 신천초를 유지하고 교육청이 요구했던 중학교 용지를 공공 공지로 두기로 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학교 신설을 취소했다가 과밀 문제를 겪는 경우도 있다. 작년 3500세대가 입주한 대전 유성구 용산지구에선 당장 14학급 규모 모듈러 교실을 설치해 학생을 임시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듈러 교실이란, 공장에서 규격화한 건물을 미리 제작해 학교로 가져와 조립하고 설치해 완성한 임시 건물이다.

대전교육청이 2019년 예상 학생 수가 480여 명에 불과하다며 초등학교 예정 부지를 없앴는데, 아파트 분양 때 신혼부부 특별 공급 물량이 늘면서 학생 수가 최대 1200여 명으로 불어난 탓이다. 2027년 개교를 목표로 대전 용산2초·천동중(가칭) 신설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부산 연제구 레이카운티 아파트도 2007년 부산시교육청이 '인근 학교에 분산 배치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학교용지를 해제했지만, 근처 초등학교는 학생 과밀 문제로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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