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3년 기다린 내 집, 3년 더 기다려라" 신혼부부 1000쌍에 벌어진 일

더 비비드 2024. 7. 23. 09:51
사전청약 폐해

다음달로 예정됐던 경기 군포시 ‘신혼희망타운’ 본청약이 송전선로 이설 문제로 3년 연기됐다. 2021년 사전 청약에 당첨된 신혼부부 약 1000쌍은 불과 2주일 앞두고 일방 통보를 받았다. 당첨자 중에선 본청약 계약금을 마련하려고 전세에서 월세로 옮기거나 직장을 그만둔 경우도 있어서 내 집 마련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로 예정됐던 경기 군포시 ‘신혼희망타운’ 본청약이 송전선로 이설 문제로 3년 연기됐다. /사진=게티

2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LH는 최근 경기도 군포대야미 A2 블록 신혼희망타운 사전 청약 당첨자에게 4월 예정된 본청약이 2027년 상반기로 미뤄진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다. 해당 단지는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으로 총 1511가구 중 952가구를 대상으로 2021년 10월 사전 청약을 받았다.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에 345kV(킬로볼트) 특고압 전력선이 지나는 송전탑이 있는데, 송전선로를 땅에 묻거나 다른 부지로 옮기는 공사에 3년 이상이 걸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확정된 건 아니다. 해당 공사가 늦어질수록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사전 청약은 본청약보다 5년 정도 앞서 청약을 받는 제도다. /사진=게티

사전 청약은 본청약보다 5년 정도 앞서 청약을 받는 제도다.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본청약 우선권을 줘서, 일반 분양보다 먼저 자금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예정대로 본청약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늘면서 사전 청약 제도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장담을 못해서다. 의왕월암A1, A3에선 법정보호종인 맹꽁이가 발견돼 본청약 일정이 2023년 5월에서 1년 밀렸고, 남영주진접2 A1~3, B1에선 문화재가 발견돼 1년 6개월 정도 연기됐다.

`예정대로 본청약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늘면서 사전 청약 제도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게티

2021년 사전 청약 후 올해 1월까지 본청약 일정이 도래한 27개 단지 1만4009가구 중 절반이 넘는 15개 단지 7398가구의 본청약이 애초 예정보다 연기됐다. 무리하게 사전청약을 진행했다가, 본청약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사 셈법이 달라졌고 일정이 다수 밀린 것이다. 본청약이 아예 취소되는 일도 생겼다. 지난 1월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은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재로선 청약 시기를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본청약 일정에 맞춰 자금 마련 및 이사 계획을 세웠던 사전 청약 당첨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전 청약 당첨자는 법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라 ‘예약’을 한 상태여서 손해를 구제받을 방법도 없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