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 집 짓기 포기하는 건설사
급등한 공사비로 정비사업 곳곳에서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 사전청약 단지의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사업 지연과 분양가 상승으로 본청약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사례는 많았는데, 사업이 취소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중견 건설사 심우건설은 최근 ‘인천 가정2지구 우미린 B2블록’ 사업의 계약 취소를 알리는 공문을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보냈다. 인허가가 지체되고 공사비가 급등해, 현재 분양가로는 도저히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심우건설이 시행과 시공을 도맡은 곳으로, 2022년 4월 278가구에 대해 사전청약을 받았다.
사전청약은 본청약보다 1~2년 앞서 예약을 받는 것이다. 쉽게 말해 건설사가 땅만 받아놓고 청약 예약을 받는 것이다. 사전청약에 당첨되면 해당 아파트 본청약 당첨을 보장받으면서, 다른 아파트에 대한 청약 자격은 계속 유지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다. ‘우미린’의 경우 계획대로라면 작년 3월 본청약을 받고, 2025년 11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계속 일정이 밀렸다. 중도 계약 포기자도 생겨나면서 심우건설을 사업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고금리와 원자재값 급등으로 사전청약 단지들이 본청약 일정을 미루는 사례는 이미 많다. 지금까지 본청약 일정이 도래한 사전청약 아파트 27개 단지(1만4009가구) 가운데 사업 일정을 지켜 분양을 한 단지는 12개 단지(44.4%)로 절반에 못 미친다.
문제는 사업이 밀리는 과정에서 분양가가 크게 오른다는 점이다. 본청약을 2022년 9월로 계획했지만 15개월 밀려 이달 8일에 한 ‘인천 검단신도시 AB20-2블록’의 ‘중흥S-클래스 에듀파크’가 대표적이다. 전용면적 72㎡ 기준 분양 가격은 사전청약 때 추정가(3억9900만원)보다 약 10% 상승한 4억3500만원이었다.
사전청약 아파트 사업 자체가 취소되면 당첨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내집 마련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전청약 당첨 시 계약금은 없지만, 당첨 이후 청약통장은 일시정지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동안 타 청약을 신청할 수 없다. 우미린 사전청약 당첨자는 이달 마지막 주 한국부동산원 사전당첨자 명단에서 삭제되며 청약홈 계좌가 부활된다.
사전청약 아파트는 본청약보다 청약 시점이 빨라 여러 변수 때문에 일정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약 1만 가구가 사전청약으로 분양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사전청약 아파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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