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키운 증권사 성과급 잔치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논란인 가운데, 증권사들의 과도한 성과급 체계가 PF 거품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성과보수를 위법하게 지급한 증권사들을 적발했다. 작년 11월부터 17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성과보수 지급 실태를 점검한 결과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4%에 달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보험사가 1% 정도였고, 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은 4~5% 수준이다. 그만큼 증권사가 주도한 PF 사업의 부실 정도가 컸다는 뜻이다.
하지만 증권사 직원들은 이미 성과급을 두둑이 챙겼다. 3~4년간 진행되는 PF 사업 특성상 중도에 사업이 어그러지면 PF 담당자들의 보수도 깎아야 한다. 법상 성과급의 일정 비율(40%) 이상을 최소 3년간 나눠 줘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 조사에서 PF 직원들에게 성과보수를 이연하지 않고 일시 지급한 증권사를 적발했다. 한 증권사는 상당수 직원에게 성과보수 13억원씩을 한꺼번에 지급했다. 다른 증권사는 계약직 부동산 PF 담당 직원들에게 성과보수 20억원씩을 전액 일시에 지급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자의적 판단으로 성과보수 3억원을 일시 지급했다.
성과보수 이연지급 대상을 임의로 적용한 경우도 있었다. 성과보수는 개별 임직원별로 이연 지급돼야 하는데, 부동산PF 담당 각 본부 단위로만 구분한 것이다. 이런 위법한 규정에 따라 지급된 성과급만 95억 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이번에 확인된 위규 사항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이 9개 주요 증권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지급한 부동산 PF 관련 성과급은 851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부동산 PF 담당 직원 1인당 성과보수는 2억8500만원였다. 한국투자증권이 6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2022년엔 1인당 1억5900만원이 나갔다. 메리츠증권이 3억7000만원으로 가장 컸다. 하지만 사업 부실에 따른 9개 증권사의 1인당 평균 환급액은 2021년, 2022년 각각 180만원, 260만원에 불과했다.
결국 정부는 부동산 PF 부실 사업 정리에 칼을 빼들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올해 안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관련 손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거나 이를 미루는 금융회사에 대해선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제때 손실을 인식하고 충당금을 충분히 쌓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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