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서울 핵심 지역 99대1 당첨되고도 계약 포기 속출, 심상찮은 부동산 시장

더 비비드 2024. 7. 22. 09:38
서울에서 이어지는 미분양 무덤

청약불패로 통하는 서울 분양 시장에서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청약 모집 때 경쟁률은 높아도 막상 계약을 시작하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분양가는 뛰어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면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약불패로 통하는 서울 분양 시장에서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게티

3월 입주를 앞둔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칼라베뉴’는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전체 771가구 중 미분양 158가구에 대한 임의공급(무순위) 2차 청약접수를 실시했다. 앞서 작년 9월 1, 2순위 청약 당시 평균 14대1 경쟁률로 마감했으나, 계약 포기 사례가 이어졌다. 이후 12월 말 미분양 19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1차 무순위 청약에서 총 291명이 접수했지만, 당첨자 중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39가구에 그쳐 이번에 또다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작년 10월 일반 분양에 나선 서울 동대문구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 역시 1순위 청약에서 24가구 모집에 2393명이 지원해 99.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에 들어가자 당첨자 절반에 가까운 54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했으나 15가구가 계약에 실패해 23일 2차 무순위 청약을 받기로 했다. 경기 고양시 덕은동 ‘DMC한강자이더헤리티지’, 성남시 신흥동 ‘산성역자이푸르지오’ 등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청약 통장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해, ‘줍줍(아파트를 주웠다는 표현)’으로 표현하는 무순위 청약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사진=게티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해 5~6차례가 넘는 무순위 청약을 받은 단지도 있다. 청약 통장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해, ‘줍줍(아파트를 주웠다는 표현)’으로 표현하는 무순위 청약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무순위 청약에도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주변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 때문이다. ‘상도 푸르지오 칼라베뉴’의 경우 전용 84㎡ 분양가가 12억7000만~13억8000만원대로 책정됐다. 최근 인근 상도더샵1차 전용 84㎡가 12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시세보다 높다. 상도더샵1차는 2007년 준공했다.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는 공공분양인 만큼 저렴한 분양가를 기대하는 분위기였지만, 예상과 달리 실제 분양가는 전용면적 59㎡ 기준 9억2000만원대였고, 84㎡ 기준 11억5000만~6000만원 안팎이었다.

분양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는 심화할 전망이다. /사진=게티

분양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는 심화할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495만원으로 1년 전(2978만원)보다 17.4% 뛰었다. 반면 서울 아파트 값은 같은 기간 2.18% 내렸다. 분양가는 상승하고, 집값은 떨어지는 상황에선 어렵사리 분양을 받아도 시세 차익을 거두기 어렵다. 고양분가 논란이 이어지는 이상, 분양 시장에서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분양가와 이어지는 무순위 청약에 청약통장 무용론도 확산하고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작년 12월 말 기준 2561만3522명으로 2022년 12월 말 2638만1295명에 비해 76만7773명이나 줄었다. 2022년 6월 2703만1911명으로 정점을 찍은 가입자 수는 18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