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내 은퇴자금 어떡합니까" ELS 올인한 6070, 13조원 공중에 날릴 위기

더 비비드 2024. 7. 22. 09:35
홍콩H지수 연계 ELS 논란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가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는 가운데, 주요 은행이 이 상품 전체 판매액 중 거의 절반을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형 은행을 믿고 노후 자금을 맡겼을 은퇴 고령자에게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가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 불거지는 가운데, 주요 은행이 이 상품 전체 판매액 중 거의 절반을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

ELS는 주가지수 등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 상품이다. 예금보다 2~3배 높은 금리에 6개월 조기 상환을 강점으로 일반 서민부터 부유층까지 가리지 않고 각광받았다. 주가가 하락해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을 받을 수 있지만, 주가가 범위를 벗어나 폭락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는 초고위험 파생 상품이다. ELS가 그간 안전한 상품으로 인식된 이유는 '증시가 망하지 않는 이상', '주가 지수가 반토막 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달아서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H지수 ELS는 2021년 상반기 가입 상품이다. 상품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만기 때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어야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최근 5년간 홍콩H지수 흐름. /구글 금융 캡처

하지만 현재 H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상당한 원금 손실이 예상된다. H지수는 2021년 상반기에 최저 1만339.99에서 최고 1만2228.63포인트 사이를 움직였다. 하지만 2년 반 정도가 지난 지금은 5550.90(13일 종가) 선까지 떨어졌다. 2021년 상반기에 비해 46~55% 하락한 것이다. H지수 ELS 계좌당 평균 판매 금액은 약 6400만원인데, 2021년 상반기에 은행에서 H지수 ELS 상품을 산 고객은 한 사람당 최소 수천만원의 손실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

내년 4월에 손실 발생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 H지수 연계 ELS 가운데 내년 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 약 2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내년 중 만기가 도래하는 전체 물량(13조4000억원)의 19%가 넘는 것이다.

H지수 ELS 가입자 거의 절반이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문제는 H지수 ELS 가입자 절반이 고령층이라는 사실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오기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1월 말 기준 13조5790억원이다. 이 중 60대 이상 고객에게 판매된 것이 6조4541억원으로 47.5%였다.

60대 고객은 전체 연령대 중 홍콩H지수 연계 ELS를 가장 많이 보유(32.1%)하고 있었다. 그다음이 50대(30.8%), 40대(14.1%), 70대(13.8%), 30대(4.8%) 순이었다. 90대 이상 초고령자 비율은 0.1%로 낮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91억원으로 적지 않다.

금융 당국은 고객에게 ELS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가입을 권유하는 불완전 판매가 상당했을 것으로보고 있다. 불완전 판매가 입증될 경우 은행은 고객 손실의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