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부동산 좋아진다고요? IMF 때보다 최악입니다"

더 비비드 2024. 7. 22. 09:34
상승세 멈출 기미 없는 공사비 인플레

건설 공사비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공사비가 30%가까이 올랐는데 상승세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공급망 마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원자재 인플레이션, 지속된 금리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친 여파다. 업계에선 IMF 구제금융 사태 때도 없었던 최악의 상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5일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3.3㎡당 673만원으로 2년 전(528만7000원)에 비해 27.3% 상승했다. 전국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도 같은 기간 3.3㎡당 480만3000원에서 606만5000원으로 26.3%(126만2000원) 뛰었다.

건설 공사비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게티

특히 재료비와 노무비가 큰 폭으로 뛰었다. 시멘트 가격은 2021년 하반기 t당 7만8800원에서 올 하반기 11만2000원으로 42% 급등했다. 건설공사 평균 일당 역시 2021년 하반기 23만5815원(1일 8시간 기준)에서 올 하반기 26만5516원으로 12.6% 올랐다. 금리 부담도 크다. 중소 건설사들의 조달 금리는 20% 안팎이고, 대형 건설사도 10% 정도 된다.

공사비 급등 파장은 주택 공급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 정비 사업 최대어로 꼽혔던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으나, 선정에 실패했다. 애초 조합은 3.3㎡(1평)당 공사비를 695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최근 금리와 자재 가격 상승을 고려해 35만원(5%) 올려 730만원으로 입찰에 부쳤다. 하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착공과 분양이 미뤄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사진=게티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착공과 분양이 미뤄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은 철거까지 마무리됐지만, 시공사와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조합과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3.3㎡당 427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최근 대우건설은 600만원 수준으로 공사비를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기업 간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쌍용건설은 KT를 상대로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쌍용건설은 올해 4월 준공한 'KT 판교 신사옥 공사'에 들어간 추가 공사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9월 공사비 분쟁을 겪는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중재하는 대책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토부가 마련한 중재기구 모두 강제성이 없어서 실효성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