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이제 '한물 갔다'던 금 투자자들의 근황

더 비비드 2024. 7. 22. 09:34
파월 매파 발언도 못 막는 금 상승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던 국제 금 가격이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151달러까지 상승했다. 1일 2089.70달러로 3년4개월만에 사상 최고 가격을 기록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치솟는 금값을 누르기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매파(긴축 선호)’적 발언도 역부족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스펠만대에서 열린 대담에서 “우리가 충분히 긴축적 기조를 달성했는지 자신 있게 결론 내리기는 아직 이르며, 금리 인하 시점을 추측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면서 “만약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제룸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Federal Reserve 영상 캡처

FXTM의 시장분석가 루크만 오투누가는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주장하긴 너무 이르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금 가격은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미국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낮은 3.2%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부터다.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지면 더 이상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최근엔 아예 미국이 내년 초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 스퀘어 캐피털 설립자는 지난달 28일 블룸버그 TV에 출연, “연준이 내년 1분기 이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했다.

/더비비드

금 투자는 통상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 침체 시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실질수익률이 내려간 채권 그리고 약세가 된 달러 대신 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는 것도 금값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내년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를 뚫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엣지 웰스 자산운용의 벤 에몬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일 CNBC에 출연해 “매년 12월은 금값이 강세를 보이는 시기이고,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늦추면서 금 수요가 늘어나 금값이 21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게이지는 3000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하기도 했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상승세에 탄력을 받으면서 4만5000달러 선을 넘보고 있다. /사진=게티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상승세에 탄력을 받으면서 4만5000달러 선을 넘보고 있다. 5일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미 동부 기준 오후 6시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5.29% 급등한 4만4189달러(5810만원)에 거래됐다.

그간 고금리와 달러 강세의 직격탄을 맞았던 비트코인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미 규제 당국에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될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다. 이에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비트코인 상승세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