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서울 노른자 땅인데, 건설사들이 왜 이러지?

더 비비드 2024. 7. 22. 09:33
아파트 공급난 오나

오는 12월 전국적으로 6만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분양된다. 올해 최대 물량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과 강남권 인기 단지 분양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후로는 주택 공급이 위축될 전망이다.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여파로 수도권 내에서 노른자로 통하는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알아봤다.

◇당장 분양물량 쏟아내는 건걸사들

건설사들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강남권 단지가 시장에 나올 때를 피해서 분양을 진행하려 한다. /더비비드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다음 달 전국에서 66개 단지, 5만9438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계획이다. 일반분양 물량은 4만6272가구로 올해 월간 최대였던 이달(2만5445가구)보다 81.9% 많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만6079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 인천 6331가구, 광주 3944가구, 서울 3153가구 순이었다.

분양을 더 미뤘다가 수요자들의 관심을 더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분양을 서두르는 현장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총선, 파리올림픽 등의 대형 이벤트가 잡혀 있다. 올해 계획됐던 강남권 주요 단지들의 분양 일정이 내년으로 밀린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상반기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도곡삼호)와 청담 르엘(청담삼익), 송파구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잠실진주) 등의 분양이 예정돼있고, 하반기에는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방배6구역),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 등이 청약을 계획하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보다 시세가 저렴하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강남권 단지가 시장에 나올 때를 피해서 분양을 진행하려 한다.

◇화제의 사업장에서 발 빼는 건설사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더비비드

이 와중에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사와 조합이 기대하는 공사비의 차이가 큰 데다, 향후 추가적인 원가 인상이나 경기 침체 가능성 때문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20일 입찰을 마감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시공사 선정에 아무도 응하지 않아 유찰됐다. 해당 구역은 노량진 뉴타운 중 가장 규모가 큰데다 지하철 1·9호선 더블 역세권이라 건설사들의 격전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9월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주요 건설사 7개사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에 참여한 곳은 없었다.

건설사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건 공사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량진1구역 최초 시공자 선정 계획 수립 당시 공사비는 3.3㎡(1평)당 695만원이었다. 이후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해 730만원으로 변경해 입찰을 받았지만, 건설사들은 이 금액도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합은 공사비를 3.3㎡당 790만원으로 높여 내년 초 다시 입찰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 경기가 한 풀 꺾이고 공사비 인상 등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더비비드

같은 날 진행된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재선정 입찰에도 대우건설만 의향서를 제출했다. 지난 9월 진행된 1차에 이어 두 번째로 유찰된 것이다. 서울 성동구 응봉1구역 재건축도 현대건설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은 지난 1월 입찰 당시 3.3㎡당742만원의 공사비로 유찰되자 840만원으로 올려 지난달 재입찰에 나섰지만 또다시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건설사들이 대형 사업지를 두고 출혈 경쟁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한 풀 꺾이고 공사비 인상 등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신규 주택 공급 부족 등 시장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최소한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