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황당한 카드사들, '최소 결제' 믿고 클릭했다가 연 19% 이자 폭탄

더 비비드 2024. 7. 22. 09:33
'최소 결제' '일부 결제' 실제론 이자 폭탄 대출

카드값 일부를 이번 달에 내지 않고 다음 달로 넘겨 갚는 서비스인 리볼빙 이용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우려가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리볼빙은 원래 카드 대금을 갚기 어려운 이용자들이 당장 연체를 막기 위한 용도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리볼빙이란 정식 명칭 대신 ‘최소 결제’ ’일부만 결제’ ’미납 걱정 없이 결제’ 등의 표현을 자주 쓴다는 점이다. ‘리볼빙’이란 단어가 최근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지자 명확한 뜻을 알 수 없도록 단어를 바꾼 것이다.

이렇게 높은 이자율에도 국내 주요 카드사의 리볼빙 잔액은 작년 사상 처음 7조원을 넘은 뒤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더비비드

이런 교묘한 문구 때문에 소비자는 카드 결제 대금을 조건없이 미룰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리볼빙으로 이월된 금액은 업계 평균 연 16.7%에 달하는 높은 이자가 붙는다. 최고 리볼빙 수수료율은 법정 최고 금리(연 20%)에 가까운 연 19% 수준에 이른다. 함부로 시작했다간 빚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높은 이자율에도 국내 주요 카드사의 리볼빙 잔액은 작년 사상 처음 7조원을 넘은 뒤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4922억원으로 전월보다 1242억원 늘었다. 2021년 11월 리볼빙 관련 공시를 시작한 후 최고 규모다.

금융감독원이 당부한 리볼빙 관련 소비자 유의사항. /금융감독원

리볼빙 우려가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11일 소비자 주의 경보를 발령하며 “리볼빙은 고금리 대출성 계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리볼빙을 이용하면 다음달 이월되는 금액뿐만 아니라 다달이 추가되는 카드값의 일부도 계속 리볼빙으로 이월된다. 즉 신규대출이 계속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향후 상환해야 할 원금과 리볼빙 이자율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약정결제비율 30%, 카드사용액 매달 300만원일 때 채무잔액. /금융감독원

카드 이용자는 본인이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필수 가입 사항이 아닌데, 카드 발급 시 착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 중에는 신용카드 필수 가입사항인 것으로 오인해 가입했다거나, 소비자가 스스로 리볼빙에 가입된 지도 모르고 장기간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또 부득이하게 리볼빙을 이용했다면, 상환 능력이 될 때 바로 갚아나가 리볼빙 잔액을 최소화하라는 게 당국 설명이다.

리볼빙 표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금융위원회는 카드사의 대출 상품 이름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준다며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표기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당시 리볼빙도 단어 뜻을 알기 어렵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는데 그래서 나온 표현이 ‘일부 결제 금액 이월’이었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