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는 낮아지고, 이자부담은 오르고
2019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등장한 단어가 ‘영끌’이다. 거액의 대출을 받아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영혼까지 끌어다 집사는 데 쓴다’는 뜻이다. 영끌족 선두는 20~30대였다. 이들은 계속 집값이 오를 거라 보고 당시만 해도 낮은 이자의 대출을 이용해 무리하게 집을 샀다. 하지만 이후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이자 부담에 시달렸다. 그렇다면 이들의 투자실태는 어떨까.
영끌족은 주로 서울 노원구와 중랑구, 강서구, 관악구에서 집을 샀다. 최근 한 기관은 해당지역에서 대표 단지 1동씩을 골라 420가구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420가구 중 2019년 하반기 이후 거래가 이뤄진 것은 총 70가구였고, 이 중 계약 시점 기준으로 매수자가 20~30대인 사례는 48가구(68.6%)였다. 통상 전국적으로 30대 이하의 주택 매수 비율은 20~30%대다. 이 지역의 2030 매수 비중이 유난히 높은 것이다.
20~30대가 매수한 48가구 중 빚이 있는 경우는 36가구였다. 통상 은행은 대출액의 110%를 근저당으로 설정한다. 이를 감안해 등기부등본상의 근저당 설정액을 근거로 36가구의 가구당 대출액을 역산해 보면, 평균 3억978만원이 나온다. 매매가격 대비 대출액의 비율(LTV)은 평균 57.2%에 이른다. 그나마 대출 없이 매수한 경우는 계약 전후 세입자를 새로 들여 갭투자를 한 것이었다.
이런 매수 행태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훨씬 공격적이다. 같은 시기 40대 이상이 매입한 22가구 중 등기부등본상 빚이 있는 가구는 8가구에 불과했다. 이 8가구의 평균 빚은 2억1153만원이고, LTV는 32.8%에 그친다. 40대 이상과 비교해 20~30대는 빚을 내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집값 대비 대출 규모도 2배가량 많은 셈이다.
조사대상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6억원으로 나타났는데, 투자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2030세대가 사들인 48가구의 KB국민은행 가격 기준 매수 가격과 현 시세, 이자(연 5% 금리 가정)를 종합해 계산하면, 20가구(41.7%)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작년 전국 아파트 시장에 30대가 '큰 손'으로 올랐다. 8일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연령대는 30대로 전체의 26.7%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 기준 부동의 1위였던 40대(25.9%)를 연간 기준으로 처음 추월한 것이며, 역대 30대 매입 비중으로도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2020년과 2021년에 나타났던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나 무자본 갭투자 현상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크게 줄었지만, 영끌족과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정책 대출을 받은 30대 수요는 여전히 많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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