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는 중소형 건설사
주택 경기 불황으로 위기에 처하는 중소 건설사가 늘고 있다. 수도권 수주전에선 대형건설사의 벽을 넘기 어려운데, 서울과 지방 청약 시장이 양극화 되면서 자금난에 빠진 중소 건설사들이 도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건설사에 밀리는 청약경쟁률… 줄도산까지
중소 건설사는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에서 대형 건설사에 밀리고 있다. 26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분양한 71개 단지, 3만2517가구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20.31대1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10위 밖 중소 건설사들이 분양한 131개 단지 3만4396가구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4.13대1에 그쳤다.
지난 24일 분양한 DL이앤씨의 ‘동탄레이크파크 자연앤e편한세상’은 279명 모집에 10만5179명이 몰려 377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날 분양한 개성건설의 ‘금정역 개성로니엘’은 2순위까지 신청을 받았지만 70명 모집에 82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고, 전용 72㎡ 평형은 미달됐다. 청약 평균 경쟁률이 1대1을 겨우 넘더라도 평형에 따라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미분양으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은 자금난에 빠져 도산하고 있다. 인천의 중소 건설사인 국원건설은 이달 초 최종 부도처리 됐다. 동흥개발과 삼호건설 등도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중소 건설사 부도가 이어지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건설사 파산으로 청약 당첨자에 계약금·중도금을 대신 물어주는 것) 사고 발생 건수도 총 9건, 사고액은 4881억원으로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재건축 수주하는 부동산 신탁사들
공사비 인상 등으로 사업속도가 나지 않는 사업이 늘면서 재건축 사업에선 부동산 신탁사가 재건축 사업 수주를 하는 신탁 방식이 늘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 부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우려 등으로 인한 자금줄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융통이 수월한 신탁사를 통하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서울에선 여의도와 목동 위주로 신탁방식이 늘고 있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16개 단지 중 7곳, 양천구 목동 14개 단지 중 4곳이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컨소시엄이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 우선협상대상 신탁사로 선정됐다.
신탁사가 정비사업을 담당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도입 초기에는 생소한 사업 방식에 신탁사를 찾는 조합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초 둔촌주공 재건축이 시공간과 6000억원의 공사비 증액으로 갈등을 겪다 공사 중단 사태를 맞이한 이후로 신탁사를 찾는 조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통상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이 직접 시행하는 것과 달리, 신탁사가 시행을 맡고 분양 대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방식이다. 2016년 신탁사들의 정비사업 진출이 허용됐을 때만 해도 수수료가 최대 4%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가 1% 후반대까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사업 초기부터 전문 인력이 투입돼 사업을 관리해 설계 변경 등 사업 지연 요소를 최소화하고 시공사와 조합 간 예기치 않은 분쟁으로 준공이나 사업이 지연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정비구역 지정과 정비계획, 사업계획을 동시에 수립할 수 있어 기존 조합 방식 대비 소요 기간이 2~3년가량 줄어들 수 있다. 신탁사가 자체 자금이나 신용 등으로 정비사업 초기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탁사들이 내세우는 이런 장점이 실제 재건축 현장에서 온전히 실현된 사례는 드물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 경험이 적은 신탁사가 무리하게 수주를 할 경우 오히려 사업 기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여의도 한양은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정비구역 지정 전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시정조치 요구를 받아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됐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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