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이대로 간다면 3년 뒤 주택 시장에 벌어질 일

더 비비드 2024. 7. 20. 11:19
주택 착공 급감

전국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신축 아파트 시장 만큼은 무섭게 얼어붙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 동향을 알아봤다.

◇3~4년 뒤 주택 공급 바로미터

해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이 20만7278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29.9% 감소했다. /더비비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이 20만7278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29.9% 감소했다. 특히 서울 인허가는 2만8200 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3% 줄어들었다.

인허가는 토지 확보가 끝난 사업장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진행하는 마지막 행정 절차다. 인허가 이후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착공·분양·입주 등을 진행하는데, 완료되기까지 4년 안팎으로 걸린다.

이 때문에 인허가 물량은 3~4년 뒤 주택 공급량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인허가 물량이 20% 넘게 줄었다는 것은 4년 후 주택 공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빠르면 2년 뒤부터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

◇착공과 분양 실적은 더 크게 줄어

올 1~7월 착공 실적이 크게 줄었다. /더비비드

인허가 다음 단계인 착공 실적은 더 크게 줄었다. 같은 시기 주택 착공 물량은 10만2299가구로 작년보다 54.1% 급감했다. 수도권 착공은 5만3968가구로 53.7%, 지방은 4만8331가구로 54.6% 대폭 줄었다.

다른 주택공급 선행지표인 분양실적도 줄었다. 올해 7월까지 분양 승인 실적은 7만963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4% 감소했다. 수도권은 31.7% 감소했고 지방은 55%나 줄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분양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건설사들이 인허가 신청을 낼 생각을 하지 않고, 인허가를 받아도 착공이나 분양을 미루는 사업장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요 건설사들은 올해 초부터 신규 수주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3년, 5년 후 집값 우려

주택 공급이 부진한 것은 치솟은 공사비와 높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금리 때문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더비비

주택 공급이 부진한 것은 치솟은 공사비와 높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금리 때문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멘트, 철근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은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는 50% 이상 급등했다. PF 대출 금리는 10%가 넘는다. 주택 사업의 경우 통상 이익률이 15~20%는 나와야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의 자재 값과 금융 비용을 고려하면 사업을 안 하는 게 낫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주택 인허가나 착공 지표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원자재 값 상승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일시멘트와 계열사인 한일현대시멘트는 이번 달 1일부터 시멘트가격을 톤(t)당 10만5000원에서 11만 8400원으로, 12.8% 인상한다고 레미콘업계에 통보한 바 있다. 설상가상 금리는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이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몇 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극도로 위축됐던 주택 수요는 집값 조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6%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0.0을 기록했다. 약 1년2개월 만에 90선을 회복한 것이다. 이 지표는 주택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우위를 0~200 사이 숫자로 지표화한 것으로, 클수록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여전히 100에 미치지 못해 매도 희망자가 더 많은 상황이지만, 작년 말 65.0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매수 심리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위축되면, 안정세를 찾던 집값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비비드

지금처럼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위축되면, 안정세를 찾던 집값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 공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해지면 당장 주택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매수 수요에 가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시장 분석 전문가는 “아파트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2~3년 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8월 말 열린 ‘주택 공급혁신 위원회’ 회의에서 최근의 주택 공급 상황에 대해 ‘초기 비상상황’ 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공공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 부문이 더 적극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며 민간 부문의 공급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착공 물량이 줄면 통상 3년 후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데,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 대응하면 이미 늦다”며 “3기 신도시 입주도 최소 5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불안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순우 객원 에디터,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