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착공 급감
전국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신축 아파트 시장 만큼은 무섭게 얼어붙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 동향을 알아봤다.
◇3~4년 뒤 주택 공급 바로미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이 20만7278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29.9% 감소했다. 특히 서울 인허가는 2만8200 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3% 줄어들었다.
인허가는 토지 확보가 끝난 사업장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진행하는 마지막 행정 절차다. 인허가 이후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착공·분양·입주 등을 진행하는데, 완료되기까지 4년 안팎으로 걸린다.
이 때문에 인허가 물량은 3~4년 뒤 주택 공급량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인허가 물량이 20% 넘게 줄었다는 것은 4년 후 주택 공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빠르면 2년 뒤부터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
◇착공과 분양 실적은 더 크게 줄어
인허가 다음 단계인 착공 실적은 더 크게 줄었다. 같은 시기 주택 착공 물량은 10만2299가구로 작년보다 54.1% 급감했다. 수도권 착공은 5만3968가구로 53.7%, 지방은 4만8331가구로 54.6% 대폭 줄었다.
다른 주택공급 선행지표인 분양실적도 줄었다. 올해 7월까지 분양 승인 실적은 7만963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4% 감소했다. 수도권은 31.7% 감소했고 지방은 55%나 줄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분양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건설사들이 인허가 신청을 낼 생각을 하지 않고, 인허가를 받아도 착공이나 분양을 미루는 사업장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요 건설사들은 올해 초부터 신규 수주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3년, 5년 후 집값 우려
주택 공급이 부진한 것은 치솟은 공사비와 높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금리 때문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멘트, 철근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은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는 50% 이상 급등했다. PF 대출 금리는 10%가 넘는다. 주택 사업의 경우 통상 이익률이 15~20%는 나와야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의 자재 값과 금융 비용을 고려하면 사업을 안 하는 게 낫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주택 인허가나 착공 지표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원자재 값 상승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일시멘트와 계열사인 한일현대시멘트는 이번 달 1일부터 시멘트가격을 톤(t)당 10만5000원에서 11만 8400원으로, 12.8% 인상한다고 레미콘업계에 통보한 바 있다. 설상가상 금리는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이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몇 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극도로 위축됐던 주택 수요는 집값 조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6%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0.0을 기록했다. 약 1년2개월 만에 90선을 회복한 것이다. 이 지표는 주택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우위를 0~200 사이 숫자로 지표화한 것으로, 클수록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여전히 100에 미치지 못해 매도 희망자가 더 많은 상황이지만, 작년 말 65.0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매수 심리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위축되면, 안정세를 찾던 집값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 공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해지면 당장 주택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매수 수요에 가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시장 분석 전문가는 “아파트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2~3년 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8월 말 열린 ‘주택 공급혁신 위원회’ 회의에서 최근의 주택 공급 상황에 대해 ‘초기 비상상황’ 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공공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 부문이 더 적극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며 민간 부문의 공급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착공 물량이 줄면 통상 3년 후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데,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 대응하면 이미 늦다”며 “3기 신도시 입주도 최소 5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불안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순우 객원 에디터,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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