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입주 3개월 남았는데 공사 중단이라뇨. 이런 날벼락이 어딨나요"

더 비비드 2024. 7. 19. 10:15
원자재 값,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 중단까지

중소·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공사를 포기하거나 입주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발 인플레이션 등으로 공사비가 금등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위축으로 건설업계 돈 가뭄이 이어지고, 고금리 여파로 건설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분양 시장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정리했다.

◇준공 한 달 앞두고 공사 중단, 곳곳서 공사 지연도

/게티이미지뱅크

9월 말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던 강원 삼척시의 지상 20층, 3개 동 205세대 규모 임대아파트 공사가 이달 초 갑자기 중단됐다. 공사 진척도가 75%로 기본 골조 공사가 마무리되고, 내부 공사를 하는 단계였다. 하지만 공사를 하던 S건설이 급등한 원자재 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주택도시보증공사에 포기서를 제출한 것이다.

분양 계약까지 마치고 이곳에 입주할 예정이던 200여 가구는 이사 계획이 틀어진 것은 물론, 건설사가 부담하기로 했던 중도금 이자마저 떠안게 됐다. HUG는 입주 예정자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줄 예정이지만, 입주예정자들의 입주 계획이 어긋나면서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지연돼 시공사와 입주예정자들 간에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다. 대우산업개발이 시공하는 충남 천안시 ‘봉명역 이안 센트럴’은 당초 올해 6월이 입주 예정이었으나, 원자재 값 상승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올해 11월로 준공이 5개월이나 밀렸다. 설상가상 대우산업개발은 이달 초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경영난에 작년 말부터 계속 이어진 대표 비위 사건, 경영진 800억대 횡령·배임 사건, 수사 무마를 위한 청탁 뇌물 사건 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경기 용인시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 충북 진천군 ‘풍림아이원 트리니움’ 등도 비슷한 사유로 입주 예정일이 3개월 이상 연기됐다.

주택 인허가를 받아놓고도 착공을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주택사업 인허가 물량은 3만167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감소했다. 올해 초부터 6월까지 누적 인허가 물량도 18만9213가구로 전년 동기(25만9759가구) 대비 27.2% 감소했다. 지역별로 수도권이 7만229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4.8%, 지방은 11만6916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8.5% 줄었다. 착공 2~3년 뒤 입주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오른 물가 반영할 길 막혀 있어

/게티이미지뱅크

원자재 값 상승과 고금리 여파 등 건설업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내 부동산은 선분양 시장이라 시공사 입장에서 공사 도중 원자재 값이 올라도 이를 반영할 길이 막혀 있다.

원재자 가격과 인건비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건설 공사비 지수’는 작년에 비해 2.6%, 2년 전에 비해선 14.6% 올랐다. 공사비 급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최근 시멘트 가격을 14% 인상했고, 한일시멘트도 9월부터 가격을 약 13% 올리기로 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선 “원자재 값 인상 등 물가 상승분이라도 공사비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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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 등에 따르면 최종 계약일로부터 90일 이후 공사비 총액이 3% 이상 증가하거나 특정 자재 가격이 15% 이상 상승하면 시공사는 공공공사 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 공사는 이 같은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시공사가 발주처에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조정을 요구해도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시공 계약 당시 물가 변동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계약서에 쓰는 경우도 많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품목 또는 비목’의 가격 등 변동으로 잔여공사 계약금액이 100분의 3 이상인 경우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데, 이를 ‘품목 또는 비목, 비목군 및 지수 등’으로 확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지수의 변동이 있는 경우에도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국토부의 표준도급계약서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여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