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진땀 재계약했는데 "그냥 나가겠다", 요즘 집주인들에 떨어진 날벼락

더 비비드 2024. 7. 18. 09:58
심화되는 역전세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아파트 한 채를 임대 놓고 있는 40대 김씨는 세입자의 퇴거 통보에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원래 세입자가 첫 2년을 거주하고 갱신계약을 했는데, 얼마 후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통보 후 3개월 간 시간이 있긴 하지만 걱정이다. 김씨는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내려가 역전세난에 새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막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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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하락세와 대출금리 하락으로 새집으로 ‘갈아타기’ 결정을 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임대인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신규 계약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계약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2만8821건 중 신규 계약 건수는 총 7만3289건으로 전체의 56.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신규 계약이 상반기 47.0%, 하반기 46.2%와 비교해 약 10%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반면 전·월세 갱신 계약 비율은 올해 상반기 24.8%로 작년 상반기 32.5%와 하반기 33%에 비해 낮아졌다. 나머지는 신규·갱신 기재 없이 신고된 거래다.

전세 거래만 따지면 신규 계약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전세 신규 계약 비율은 작년 하반기 40.9%에서 56.1%로 급증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도 크게 감소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첫 2년간의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 세입자가 2년간 재계약을 요구할 권리다. 세입자는 원한다면 계약 만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해야 하고, 임대인은 법에서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는 이를 거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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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전·월세 갱신계약 가운데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는 33.1%로 작년 상반기 65.3%, 하반기 53.2%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고, 전세 사기 이슈로 월세 선호 비중도 늘어난데다 역전세난이 겹쳐 갱신청구권 감소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재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역전세난이 계속되면서 전세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임대인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앞으로는 전세계약이 끝난 뒤에도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이름과 나이, 주소, 미반환 보증금액이 공개된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보증금 상습 미반환자 명단 공개를 위한 세부 절차를 규정한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9월29일 시행한다.

공개 대상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한 전세금을 갚지 않은 임대인이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갚아줬는데, 이후 HUG에도 전세금을 갚지 않을 때다. 이런 경우가 2건 이상이고, 액수가 2억원 이상이면 명단 공개 대상이 된다. 고의가 아니라 경제난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경우는 임대인이 직접 소명 해야 한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