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뒤늦게 철근 보강공사를 하면서 주민들에게 댄 핑계

보강 공사 한다지만 해소되지 않는 불안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아파트 15개 단지 지하 주차장 중에서 핵심 철근 부품인 전단 보강근이 누락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LH와 국토부는 철근(전단 보강근) 누락이 발견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대해 보강공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으면서 반발은 커지고 있다.

◇LH 철근 누락 보강공사 살펴보니

LH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 /국토교통부

국토부 발표에서 드러난 부실 아파트는 서울 수서역세권, 경기 남양주별내 등 수도권 8곳과 광주선운, 양산사송 등 지방 7곳이었다. 3일 기준 3곳은 보강이 완료됐고, 12곳은 내달 말까지 보강 작업을 끝마칠 계획이다.

보 없이 기둥 위에 지붕을 바로 얹는 방식을 무량판 공법이라고 한다. 주로 지하 주차장을 지을 때 쓰는 방식인데 건설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고, 공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기둥과 맞닿는 부위에 압력이 몰리면서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에 완충 역할을 하는 ‘전단층’을 넣고, 이를 보강하기 위해 천장에 들어간 철근들을 서로 엮어 하중을 버티게 하는 전단 보강근을 시공한다. 이것이 없으면 천장에 구멍이 나면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무량판 설계가 부실 시공과 붕괴 사고를 야기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공법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비비드

지난 6월 LH가 한국콘크리트학회에 의뢰해 제안받은 공법 7개 중 ‘슬래브(콘크리트 천장) 보안’ 방식이 적용된다. 이 방식은 천장의 하중을 받치는 면적을 키우기 위해 철근이 누락된 기둥 상부에 철판을 처마 모양으로 덧대는 것이다. 철판을 기둥 상부에 볼트로 고정시키고, 천장과의 틈새는 접착제인 에폭시로 메운다. 천장의 하중을 계산해 슬래브 보완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기둥과 기둥 사이에 철제로 된 기둥을 새롭게 만들 계획이다. 공사가 끝났거나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경우 이 방식을 많이 쓴다.

아직 지하 주차장 위에 조경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위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경우 ‘철근콘크리트 상부 보완’ 방식을 적용한다. 철근이 빠진 기둥 부위의 슬래브 상부에 철근을 박아 넣어 전단 보강근처럼 슬래브 내부 철근이 하중을 잘 견디게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슬래브의 두께를 키워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LH는 구조기술사가 각 단지에 맞는 설계서를 작성해 한국콘크리트학회에서 재차 검증을 받고, 한국건축구조기준보다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보강 공사를 하기로 했다. 한 건축 전문가는 “LH가 수행하는 공법대로 보강 공사를 하면 안전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보강 공사 한다지만 해소되지 않는 불안

경기 파주시 ‘초롱꽃마을 3단지 일부 모습. /네이버 지도 캡처

국토부 발표 이후 철근 누락 사실이 드러난 15단지 입주민과 입주 예정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더군다나 LH가 경기 파주시 ‘초롱꽃마을 3단지(파주 운정 A34)’ 지하 주차장 철근 보강 공사를 하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에게는 ‘도색 작업’으로 거짓 안내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한 입주민은 “입주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조사하고 보강 공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것도 도색 작업이라고 거짓말하니 황당하다”고 했다.

지하 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한 불안감은 아파트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4월 입주한 경기 남양주시 ‘별내퍼스트포레(남양주 별내 A25)’ 역시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 보강 공사를 하고 있다. 잭서포트는 보, 슬라브 등에 받침대를 세워 구조물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시키는 가설재다. 한 입주민은 “보강 공사 한다는데 그게 해결될까 싶다”며 “지하 주차장 말고 다른 데도 부실 공사 했을 것 같아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도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쉽게 눈에 띈다. 파주 운정 A34 초롱꽃마을 3단지에 산다고 밝힌 한 입주민은 "이사 간다고 해도 같은 LH 아파트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이사 가는 게 맞을지, 보강 해준다니까 바보같이 그냥 지내는 게 나을지 고민이다"라고 썼다. 또 다른 입주민은 "사람들이 공공 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는데, 이번 순살 아파트 논란이 아이들에게 영향이 끼칠까 두렵다"고 쓰기도 했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