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 '돈키호테' 필수템, 알고보니 20개국 200만개 수출 돌파한 한국산

더 비비드 2024. 7. 12. 09:20

반도체 제조 기술로 만든 손톱관리기
반도체 장비회사에서 일하다 아이디어
작년 20억원 매출, 한국 반도체 기술의 신한류

유명 스타트업 CEO들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출신의 기술적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창업을 꿈꾸다가도, 유명 CEO들의 약력 앞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창업이 꼭 좋은 학벌과 아이디어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창업기를 소개하는 ‘나도 한다, 창업’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여러분들의 창업에 진짜 도움이 되는 피부에 와닿는 실전 교훈을 얻어 보십시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디어가 엉뚱한 혁신을 만들기도 한다. 반도체 공정기술을 연구하다가, 손톱광택기를 개발해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다인스의 박춘성(49) 대표를 만났다. 우리 기술로 일본에서 인정받으며 진정한 극일을 하는 기업인이다.

출처: 다인스

박춘성 대표(왼쪽)와 중동 뷰티 잡지에 소개된 누드네일 글라스 네일 샤이너

◇반도체 제조 기술로 만든 손톱관리기

다인스는 손톱을 손질해 광택도 내는 ‘누드네일 글라스 네일 샤이너’를 만든다. 다른 손톱손질기는 주로 스펀지 소재인데, 다인스 제품은 특수유리로 만들었다. 유리 소재가 손톱 표면의 각질을 밀어내면서, 손톱 끝을 부드럽게 다듬고 자연스러운 광택까지 낸다. “손톱보다 단단한 유리로 만들어서 손톱 관리가 쉽고, 제품 마모가 적어 1년 이상 쓸 수 있습니다.”

박춘성 대표가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것이다. “대학에서 전기전자를 전공하고 들어간 곳이 반도체 제조장비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장비기술 개발팀 등에 있으면서 장비 개발과 생산을 총괄하는 일을 맡았죠. 중국 법인장까지 지냈습니다.”

출처: 다인스

지역 우수기업에 선정된 다인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표면을 100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매우 정밀하게 깎는 예리한 절삭 가공 기술이 필요하다. 반도체 장비가 그 절삭 가공을 한다. 어느날 그 기술로 손톱손질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손톱을 잘 다듬으려면 일정한 크기와 패턴의 돌기가 촘촘히 박혀 있어야 해요. 돌기가 미세한 칼날 역할을 해서 각질 등을 밀어내고, 손톱 표면을 일정하게 깎아주죠. 그 돌기들을 만드려면 아주 정밀한 절삭 가공 기술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장비 기술이 딱이죠. 동료들과 그 얘기를 하면서 ‘말 되네, 맞아 맞아.’ 했습니다.”

기존 제품을 조사해 봤다. “대부분 스펀지로 만들더군요. 손톱 표면을 정리하는 돌기의 크기나 굵기가 일정하지 않았어요. 손톱 각질이 매끈하게 정리되지 않고, 손톱 표면에 스크래치를 내는 일도 많았죠. 반도체 장비 기술을 이용해서 돌기의 크기가 일정한 보다 단단한 소재의 제품을 내놓으면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길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출처: 다인스

해외 전시회에 참여한 다인스

-손톱 광택이라면 매니큐어란 대안이 있는데, 수요에 확신이 들던가요?

“손톱에 매니큐어가 오래 발라져 있으면 손톱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합니다. 손톱 건강에 좋지 않죠. 그래서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아도 광택이 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더라고요. 특히 과한 네일아트로 손톱에 휴식기가 필요한 뷰티 업계 분들이나, 손톱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하는 요식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잘만 만들면 필수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CD유리로 소재 혁신

스펀지를 대체할만한 소재부터 찾았다. “소재 표면이 균일해야 일정한 돌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반 유리는 가공하기 약하더군요. 대안으로 TV 디스플레이에 쓰는 LCD유리를 찾았습니다. 표면이 균일하게 매끈하고 강도도 높았습니다. 그 유리에 에폭시 필름을 덧 씌워 파손 위험을 없앴습니다. 스펀지와 비교해 세척이 쉽고 끓는 물에 소독해도 변형이 없습니다.”

출처: 다인스

반도체 공정기술로 만든 미세한 돌기가 손톱 표면의 각질을 일정하게 제거해주면서 광택효과가 난다

반도체 장비가 반도체를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술을 활용해서, 9㎝ 길이의 얇은 유리 막대에 1만4500여개의 균일한 돌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손톱을 균일하게 깎으면서 광택도 내는지 테스트했습니다. 울퉁불퉁한 각질이 잘 제거되면서 자연스러운 광택이 나더군요. 광택은 사람마다 평균 2주 정도 유지됐습니다. ‘씉 때마다 너무 많이 문지르면 손톱이 심하게 갈리는 것 아닐까’ 걱정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문질러 손톱이 매끈해지면 돌기에 걸리는 것이 없어서 더 이상 갈리지 않더군요.”

-제품 크기를 9㎝로 한 이유가 있나요.

“평균적으로 휴대성과 쓰임새가 가장 좋은 크기입니다. 소비자들마다 손톱의 크기, 손재주 등이 모두 다른데 9cm 크기면 대부분 사람의 그립감을 만족시킬 수 있더라고요. 화장품 파우치 등에 휴대하기도 좋은 크기이고요.”

출처: 다인스

일본 드럭스토어에서 팔리는 누드네일글라스

◇20개국 수출, 종합 손발 케어 브랜드 목표

제품 출시 후 발로 뛰어 홍보했다. “각종 전시장을 다니며 홍보했어요. 소비자들이 직접 써보시고는 바로 광택이 나니까 다들 신기해 하셨어요. 그렇게 알음알음 퍼지더니 CJ올리브영에서 입점 제의까지 오더군요.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곧 수출 제의도 왔다. “중국과 일본의 드럭스토어를 시작으로 다양한 경로로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아이디어 상품 매장 ‘돈키호테’에도 입점 했죠. 이후 러시아, 중동, 브라질, 멕시코, 베트남 등 2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200만 개 판매를 넘었다. 매출은 작년 20억원을 돌파했다.

-앞으로 계획은요.

“손톱 광택기를 만들 때 쓴 기술로 발 각질 제거기도 만들었어요. 각 나라 사람에 맞게 다양한 버전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수출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손톱케어를 위한 비타민 오일, 핸드크림, 풋크림 등 손과 발을 케어하는 다른 제품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출처: 다인스

야유회하는 다인스 직원들

-스스로 꼽는 본인만의 경쟁력이 있다면요.

“15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기술개발 뿐 아니라 마케팅, 기획, 영업 등 회사 운영과 관련한 거의 모든 걸 경험해 봤습니다. 자원해서 관련 부서들을 찾아다니며 일을 했죠. 그 경험이 지금 회사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하나 해주세요.

“기술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할 수 없습니다. 제품화를 위한 구상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영업, 마케팅, 기획 등 다양한 경험이 있으면 좋습니다. 스스로 경험이 없다면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문단을 꼭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타깃 고객 분석 등 시장조사를 한 후에 전체적인 그림까지 완비된 후 창업하시길 권합니다.”

/박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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